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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디자인 디렉터 임재희

    2009년 KT ‘올레(olleh)’ 프로젝트를 총괄한 임재희를 만나다


    인터뷰. 임재훈 / 사진. 이희진

    발행일. 2012년 01월 04일

    KT 디자인 디렉터 임재희

    대학에서 공간 디자인을 전공한 임재희(35)는 현재 IT기업의 디자인 디렉터(KT 코퍼레이트센터 디자인팀 통합이미지 담당 과장)로 일하고 있다. KT의 브랜드 로고인 ‘올레(olleh)’ 마크와 기업전시관 올레스퀘어의 디자인 기획을 그가 담당했다.

    디자인 디렉터란 직접 디자인 실무 작업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초기 콘셉트 시안 설정을 비롯한 기획 단계부터 최종 마무리 단계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이다. 좋은 디자인 디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 관련 노하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기술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고 임재희는 강조한다. 실제로 그 자신도 대학을 졸업한 뒤 가구 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본 경험이 있다. 임재희를 만나 디자인 디렉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하면 디자인 디렉터가 될 수 있나요? 처음부터 질문이 너무 거대한가요?

    (웃음) 아니에요. 디자인 디렉터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이 질문이 가장 절실하겠지요. 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디자인 디렉터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대학 졸업 후에 디자인 회사에서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경력을 쌓았죠.

    실무뿐만 아니라 디자인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겠죠. 그러다가 기업체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게 된 거예요. 디자인 디렉터란 단어 그대로 디자인팀을 총괄하고 감독하는 사람이에요. 직접 디자인을 하지는 않지만,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당연히 디자인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겠죠.

    디자인적인 창의력과 비즈니스 기술을 겸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크리에이터로서의 유연한 감성도 지녀야 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소통할 수 있는 친화력이나 대화 기술도 몸에 배어 있어야 해요.

    디자인 디렉터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2009년에 진행했던 올레 로고 디자인 작업을 예로 들어볼게요. 당시에 KT는 딱딱한 공기업 이미지를 벗고 보다 젊은 느낌으로 쇄신하고자 했어요. 새 브랜드 로고 제작도 그 일환이었죠. 이 프로젝트를 맡았던 저는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한 끝에 ‘올레(olleh)’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내놓았죠. hello를 거꾸로 표기한 단어이면서 환호성이고, 한자 올 래(來)이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이 환호할 만한 역발상으로 미래를 열어나간다는 의미를 담은 거예요.

    이렇게 디자인 디렉터 선에서 콘셉트가 정해지면, 실무 디자이너들이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게 되죠. 이후에 제작된 시안들은 디자인 디렉터가 계속 확인을 하면서 수정·보완 사항을 확인해요.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완성품이 나오는 것이죠.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점차 큰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게 되죠.

    영화감독과 비슷하네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촬영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처럼요. 영화감독이 되려면 연출부 스태프나 조감독 시절을 거치듯이 디자인 디렉터도 그런 과정들이 있겠죠?

    물론이죠.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3년차까지는 이런저런 일들을 도맡아 하면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익혀요. 이후 4년차부터는 단독 프로젝트나 두세 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죠. 이때부터 팀 마스터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점차 큰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게 되죠.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데에는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디자인 디렉터가 되려면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할까요?

    보통 면접 시에는 디자인 포트폴리오나 과거 경력도 비중 있게 평가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와 문화 전체의 흐름을 읽는 능력과 대화 기술이에요. 우리는 ‘디렉터’를 뽑는 것이니까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한지를 제일 중요하게 판단하죠. 디자인 트렌드의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 이슈는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야 해요. 디자인의 흐름을 정치, 사회, 문화, 국제적 문제 등과 연결시켜 해석할 줄 알아야 하죠. 또 여러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해야 하니 화술과 외국어 능력도 필수예요.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셨고,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도 해보셨잖아요. 이런 경험들이 지금의 디자인 디렉터 일에 큰 도움이 되겠네요.

    네. 아주 많이 되지요. 특히 기업전시관인 올레스퀘어를 설계할 때에는 제가 대학에서 배운 지식들과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었어요.

    올레스퀘어는 기업전시관으로는 드물게 카페와 소규모 공연장까지 갖췄죠. 최초 디자인 콘셉트가 궁금하네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하이테크(High-Tech)가 아닌 로우테크(Low-Tech)예요. 기획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게 하려면 진입 장벽이 낮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기술들을 전시하기보다는 일상적인 것들을 보여주자는 취지였죠. 그래서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컴퓨터나 태블릿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간단히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휴식 공간,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는 전시장도 마련했어요. 내부 인테리어 자체도 편안한 휴양지 같은 느낌으로 설계했죠.

    올레스퀘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임신 중이셨다면서요.

    올레스퀘어가 1년 장기 프로젝트였어요. 공교롭게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즈음에 딸아이를 가졌죠. 워낙 중요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산달이 가까웠을 때에도 만삭인 채로 일을 했어요. 출산일도 올레스퀘어가 개관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죠. 아이 둘을 나은 셈이랄까요. 딸의 태명을 올레라고 짓기도 했어요.(웃음)

    두 살배기 올레 양과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웃음)

    주중에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잦아서 주말에는 되도록 딸과 오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미술관에 데려갈 때가 많죠. 종종 미술관에서 나눠주는 리플렛을 보고 아이디어 영감을 얻기도 해요. 의외의 획득물이랄까.(웃음)

    쉬는 동안에도 머릿속 한곳에 아이디어 통로를 열어놓고 있군요. 일종의 직업병인가요? 좌우명이 궁금한데요?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럴 거예요. 좋은 아이디어라는 게 골똘히 생각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새로운 걸 재창조해내는 수가 많죠. 늘 아이디어 레이더를 켜놔야 해요. 그리고 제 성격 자체도 무척 외향적이라 이것저것을 경험해보는 걸 좋아해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 좌우명이 ‘모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Never venture nothing have)’거든요.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책 한 권이나 영화 한 편이 있나요?

    대학 시절에 읽었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제게는 인생의 책이에요. 나 스스로를 신뢰하는 방법을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죠. 7가지 습관은 아직도 들이지 못했지만요.(웃음) 요즘에도 종종 펼쳐보면서 힘을 얻곤 해요.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함이 크리에이터들의 운명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크리에이터들도 ‘이거 하나만은 새롭지 않은 채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는 것이 있을 것 같아요. 재희 씨에게 그 하나는 뭔가요?

    사람이죠. 부디 사람만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모습 그대로 제 곁에 남아주기를 바라요. 제 자신도 마찬가지고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지만, 임재희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한결같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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