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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 #5 호서대 시각디자인학과장 정민 교수 인터뷰

    시각디자인학과 교수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세 가지


    글·사진. 최라온

    발행일. 2022년 12월 22일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 #5 호서대 시각디자인학과장 정민 교수 인터뷰

    TS 파트너즈(2030 대학생 및 현업 디자이너 100명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그룹)의 2022년 11월 취재 과제 ‘지금 이 순간의 캠퍼스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기’ 최우수작·우수작 다섯 편을 12월 한 달간 차례로 연재한다. 이 기획의 상세한 소개는 첫 순서인 「디자인과 3학년, 우리의 반작용 법칙」에 서문 형식으로 담았다.

    연재 순서
    #1 최우수작 「디자인과 3학년, 우리의 반작용 법칙」, 이은지
    #2 우수작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제31회 졸업전시 취재」, 강혜민
    #3 우수작 「부산대학교 디자인 학술동아리 DOBE 워크숍 취재」, 김은수
    #4 우수작 「그래피티로 캠퍼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다」, 박소현
    #5 우수작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장 정민 교수 인터뷰」, 최라온


    호서대 시각디자인학과장 정민 교수 인터뷰

    시각디자인학과에서는 가을에 물드는 단풍만큼 다양한 디자인 전공 수업들이 진행된다. 편집, 광고, 영상, UI/UX, 캐릭터, 브랜드 및 패키지 등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업들. 그리고 이 전공들 속 매 학기마다 시작되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열정 가득한 수업. 그 열정들 속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장 정민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현재 가르치고 계시는 과목들이 무엇인가요?

    UI/UX 관련 과목, 영상 디자인 및 제작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과목 구성은 2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양해요. UI 디자인 영역의 기본적인 코딩에서부터 실질적인 UX 디자인까지 학습하는 커리큘럼입니다. 웹/앱을 위한 브랜딩, 앱 구성, 사용자 중심 UX 디자인 구성, GUI 디자인 등을 실습과 이론을 통해 익힐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고 있어요. 특히 최근 콘텐츠 흐름에 맞춰 영상 콘텐츠 제작 수업도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스토리텔링부터 영상 구성, 최종 제작 및 미디어 게재까지 가능하도록요.

    수업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의 자의적 참여와 주도적 진행에 중점을 둡니다. 디자인 이론과 창의력을 조합해 학생들 각자 자신만의 그래픽을 만들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앞으로의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만들어보고 많이 조합해보고 많이 사용해보는 자세, 이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시도와 실험을 통해서만 일반화된 디자인의 모습에서 나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적극적·자발적으로 많은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하실 때 다양한 프로젝트를 과제로 내주시는데, 학생들이 특별히 얻어 갔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앞서 언급했듯 이제까지 일반화되어 있는 디자인의 모습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보고, 그 디자인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이건 교수의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교수의 강의가 땅을 갈아 그 위에 생각의 종자를 뿌리면, 학생들 스스로 자신만이 생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길을 찾아 그 종자를 가꿔서 새로운 길이라는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런데 교수는 한 가지 종자밖에는 나눠줄 수 없어요. 그것은 제 자신이 경험해 온 삶이 나만의 길이라는 열매를 이미 맺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그 종자를 뿌려주는 역할밖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종자는 각자가 가꾸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가지와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열매 또한 전혀 달라지겠죠. 이렇게 학생들 각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열매를 얻어 또 후배들에게 그 종자를 뿌려주기를 바랍니다. 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서 자신만이 맺을 수 있는 열매, 즉 새로운 길과 방법을 얻어 가기를 원합니다.

    저희는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까요?

    디자인 툴을 사용 기술이나 자격증 취득은 일정한 준비 기간과 노력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각디자인 전공생이 반드시 키워야 할 능력을 꼽는다면, 저는 두 번 생각 안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인생은 짧으면 80년 길면 100년을 사는 긴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 중에 성공과 좌절을 몇 번씩 맛보게 될 것입니다.

    성공만 하는 사람은 없으며, 좌절만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지금의 좌절은 몇 년 후의 큰 성공으로 되돌아올 것이고, 그 큰 성공은 또 몇 년 후의 좌절로 바뀔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시간이 다를 뿐 누구나 겪는 일이에요. 그러니 지금 남들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 어떤 성공을 거뒀는지를 너무 부러워하거나 쫓아가려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들이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살았는지, 그 성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더 관심을 갖고,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고민이 하루하루 쌓여서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나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며 자신의 성공을 실감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은 전공 특성만큼이나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내가 10년 후, 5년 후, 3년 후, 1년 후, 6개월 후, 3개월 후, 바로 다음주에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그 순간을 쌓는 능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켜서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그래픽을 만들어보는 일일 수도 있고, 별로 도움 될 것 같지 않은 공상과학 소설을 읽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 하나 들고 가까운 산에 오르는 일일 수도 있으며, 바닥에 엎드려 푸쉬업을 하는 일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뭐가 되었든 긴 여정 속에서 넘어지더라도 순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모든 인생이 그렇듯 시각디자인학과를 전공한 우리 학생들도 이 능력이 기본입니다.

    한 가지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20대에는 누구나 조급합니다. 30대에는 많이 늙어버릴 것 같고 40대에는 죽을지도 모를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돼요. 50대라는 나이는 아빠나 삼촌들만 갖는 나이 같고 나와는 상관없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조급함 때문에 좌절하지는 말길 바랍니다. 무슨 일을 하든 넘어졌을 때 순간 일어날 수 있는 능력. 그 힘을 마음과 몸에 키워가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에게 특별히 바라는 점은 없으세요?

    학생들 각자 삶의 방법과 특성이 다르므로 특별히 뭔가를 바라거나 요구하는 건 어렵네요. 각자 모습을 잘 찾아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굳이 바라는 점을 목록으로 만든다면 세 가지 정도가 되겠네요.

    첫째, 돈 많이 번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자기 작품이 상 많이 받는다고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순간순간 성취를 즐기되 그로 인해 안주하거나 그 자리에 머물지 않기를 바랍니다.

    둘째, 3·5·10년 주기로 자기 삶을 새롭게 계획해보길 바랍니다. 그 계획 중에 수정되는 자신의 삶을 잘 기록해 두었다가 다음 계획을 고민할 때 되돌아보길 바랍니다. 그 3년간, 5년간, 10년간 쌓아 온 삶이 여러분의 이후 3년간, 5년간, 10년간의 먹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길 바랍니다. 20대에 가장 크게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만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제 경험담이기도 해서 꼭 부탁하고 바라는 점입니다.

    TS 편집팀 심사평
    
    인터뷰 질문은 흔하고 단순한데 답변이 감동적이다. 교수님을 꽤나 어려워하는 학생이 더듬더듬 질문을 하고, 이 학생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교수님이 긴 시간 미주알고주알 다정하게 답을 해주는, 그런 장면이 그려졌다. 인터뷰어인 최라온은 서문에서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했지만, 그보다는 ‘온기’가 더 어울린다. 인터뷰이인 정민 교수의 따뜻한 말들 때문이다. 
    때로 누군가의 열정은, 제 안의 불안감과 조급함을 잠식시키고자 일부러 더 열을 올린 과장된 자신감의 형질을 갖기도 한다. 과열된 마음의 온도를 조금 낮추고,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온도로 맞춰보면 어떨까. 정민 교수의 인터뷰를 읽다 든 생각이다. 최라온 학생은 꼭 정민 교수님에게 이 인터뷰의 보답을 해드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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