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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 #4 그래피티로 캠퍼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다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그래피티’ 탐방


    글·사진. 박소현

    발행일. 2022년 12월 20일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 #4 그래피티로 캠퍼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다

    TS 파트너즈(2030 대학생 및 현업 디자이너 100명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그룹)의 2022년 11월 취재 과제 ‘지금 이 순간의 캠퍼스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기’ 최우수작·우수작 다섯 편을 12월 한 달간 차례로 연재한다. 이 기획의 상세한 소개는 첫 순서인 「디자인과 3학년, 우리의 반작용 법칙」에 서문 형식으로 담았다.

    연재 순서
    #1 최우수작 「디자인과 3학년, 우리의 반작용 법칙」, 이은지
    #2 우수작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제31회 졸업전시 취재」, 강혜민
    #3 우수작 「부산대학교 디자인 학술동아리 DOBE 워크숍 취재」, 김은수
    #4 우수작 「그래피티로 캠퍼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다」, 박소현
    #5 우수작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장 정민 교수 인터뷰」, 최라온


    그래피티로 캠퍼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다

    TS 파트너즈 11월 미션은 ‘컨트리뷰터(contributer)로서 나의 캠퍼스를 소개하라’다. ‘소개하다’는 ‘잘 알려지지 아니하거나, 모르는 사실이나 내용을 잘 알도록 설명하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의 캠퍼스, 나의 학교 생활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을 고르는 과정을 거쳤는데, 캠퍼스에서의 좋은 경험들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결국 나의 소개는 일종의 ‘자랑’이 될 것이란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대개 ‘자랑하다’라는 말은 ‘잘난 체하다’, ‘자랑질하다’ 같은 부정적 언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랑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 자신 또는 자기와 관계있는 사람이나 물건, 일 따위가 썩 훌륭하거나 남에게 칭찬을 받을 만한 것임을 드러내어 말하다’이다.

    즉, 자랑은 남에게 칭찬을 받을 만한, 훌륭한 상황이 기반이 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스스로 드러내 말하는 것을 ‘겸손하지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자랑은 높은 자존감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랑하다’라는 주제가 캠퍼스 소개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내가 자랑하고 싶은 나의 캠퍼스를 담아보고자 한다.

    개인마다 자랑거리는 모두 다를 것이다. 흔하지 않은 것,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 등 자랑거리를 고르는 기준도 다르다. 그중 나는 다른 캠퍼스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을 자랑해보기로 했다. 고민하다 떠올린 것이 바로 그래피티(graffiti)였다.

    그래피티는 화려해 보이는 뉴욕 도시 이면의 빈민가 문화다. 젊은 흑인들의 소외감을 회화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표적 그래피티 예술가로는 뱅크시(Banksy), 키스 해링(Keith Haring),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가 있다. 그래피티는 국내에서 쉽게 즐길 수 없는데, 그래피티가 예술로 인정받는 타국과 달리 한국은 그래피티를 흉물로 보며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물손괴죄로 인한 처벌까지 이어지는 상황에, 그래피티는 한국 대중에게 여전히 낯선 대상이다.

    나 역시 그래피티를 처음 접했을 때, 뉴욕 빈민가의 이미지와 읽을 수 없는 글씨에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대학교 입학 후 그래피티를 많이 접하며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캠퍼스는 그래피티 예술의 시작을 목격하게 해준 곳이다.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래피티지만, 나의 캠퍼스가 위치한 조치원읍은 예외다. 입학 후 학교를 둘러보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그래피티다. 학교 가는 길, 버스 정류장 가는 길, 학생식당 뒤, 심지어 실외기까지도 많은 그래피티로 장식되어 있다. 그래피티로 인해 나는 캠퍼스의 자유로움을 볼 수 있었다. 나의 캠퍼스를 소개하는, 즉 자랑할 수 있는 요소로 그래피티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래피티는 대략 ❶태그(tag)·바밍(bombing)·스로우업(throw-up), ❷올드스쿨(oldschool) 및 올드, ❸뉴스쿨(newschool)·와일드(wild)·2D, ❹3D, 이렇게 네 가지 스타일로 분류된다.

    태그·바밍·스로우업
    가장 낙서에 가까운 형태로 스케치 같은 스타일이다. 적은 색상을 이용해 빠르게 ‘스로우업’을 한다. 스로우업은 단시간에 단색을 사용해 윤곽선을 그리고 그 안쪽을 전부 칠하는 것을 말한다.

    올드스쿨 및 올드
    태그·바밍 스타일에서 발전된 형태로 필인(feel-in) 폰트, 버블(Bubble), 애로우(arrow), 스타(star) 등을 써 올드 느낌을 낸 스타일을 말한다.

    뉴스쿨·와일드·2D
    올드스쿨을 복잡하게 변형시킨 스타일이다. 그래피티에서 가장 많이 선호되는 형태다. 익스텐션 라인(extension-line)이 길고 형태를 가진 스타일 및 두께나 블록(block)이 들어간 폰트를 사용한다. 세컨라인(second-line), 서드라인(third-line)까지 여러 선을 사용한다. 그래피티 스타일 가운데 가장 복잡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3D
    입체적이며 사실적인 그래피티 폰트다.

    나의 캠퍼스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피티는 어떤 분류에 속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래피티를 조사하고 분석해보았다. 가장 많은 스타일은 상가 뒤편, 철문, 버스 정류장 지도 뒤, 건물 벽면 등 여러 군데에서 보이는 태그·바밍 스타일이었다. 색상을 적게 사용한 스케치 형식으로 다른 스타일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프레이를 뿌리는 각도, 거리에 따라 흐르기도 하는 그래피티는 그 우연성에서 오는 매력이 있음을 느꼈다. 예상치 못한 선들이 생겨 그래피티만의 자유로운 매력이 되는 것이다.

    색을 적게 사용하는 만큼 배경과의 조화가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느꼈다. 주로 명도가 높은 밝은 배경에 어두운 색을 쓴 그래피티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색상 활용이 제한적임에도 전체적으로 컬러풀한 이미지를 연출해낸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그래피티가 그려지는 공간에도 우연성이 존재한다. 학교의 그래피티를 찾아보며 같은 공간이라도 빛의 방향에 따라 공간 구성이 달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림자가 이루는 둔각과 예각, 그래피티가 그려진 후 달라지는 주변 환경 등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은 한 그래피티를 다양한 형식으로 즐기게 만든다.

    공사장 옆 컨테이너 벽면 및 학생식당 뒤편에서는 뉴스쿨 스타일, 3D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좀더 복잡하고 다양한 색감을 지닌 이 그래피티 작품들은 수많은 태그·바밍 스타일과 어우러져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개 한 공간에서는 한 그래피티만 보게 되는데, 캠퍼스 공간의 경우 오랜 시간 쌓인 그래피티 습작들이 한곳에 모여 그 자체로 특징을 이루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까지 샅샅이 살펴보니 교내 그래피티 동아리가 진행하는 작업들도 여럿 관찰할 수 있었다.

    나는 최근 캘리그래피 실습을 하며 ‘우연성에서 오는 글씨의 아름다움’을 체감했다. 형태화된 폰트와 달리 매번 새로운 획의 조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수많은 글꼴에 비해 보다 콘텐츠 고유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어지게 된다.

    위 사진들은 캘리그래피 실습 때 진행한 과제 일부다. 긴 영화 제목을 골라 해당 영화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해보았다. 캘리그래피를 배우며 우연성의 아름다움을 많이 느낀 나는 그래피티를 조사하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피티를 쉽게 관찰할 수 없는 한국의 거리가 아쉽기도 했는데, 이번 TS 파트너즈 컨트리뷰터 미션을 진행하고 캠퍼스를 탐방하며 어느 정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나의 캠퍼스가 그래피티의 범위, 나아가 타이포그래피의 범위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게 되었다.

    TS 편집팀 심사평
    
    졸업전시 리뷰, 소모임 및 동아리 소개, 학부생 또는 교수진·강사진 인터뷰는 디자인학과 캠퍼스 콘텐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박소현은 이러한 전형성에서 벗어나보려던 듯 캠퍼스 전역으로 시선을 돌렸다. 재학 중인 학교 곳곳 벽면의 그래피티를 중심 소재로 포착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글을 전개했다. 스테레오타입 따위 가뿐히 월담해버리는 쿨한 점프력! 이 점프가 가능하면 누구나 다 청춘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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