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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 #3 부산대 디자인 학술동아리 ‘DOBE’

    “지방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최대한 극복하고 싶다”


    글·사진. 김은수

    발행일. 2022년 12월 15일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 #3 부산대 디자인 학술동아리 ‘DOBE’

    TS 파트너즈(2030 대학생 및 현업 디자이너 100명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그룹)의 2022년 11월 취재 과제 ‘지금 이 순간의 캠퍼스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기’ 최우수작·우수작 다섯 편을 12월 한 달간 차례로 연재한다. 이 기획의 상세한 소개는 첫 순서인 「디자인과 3학년, 우리의 반작용 법칙」에 서문 형식으로 담았다.

    연재 순서
    #1 최우수작 「디자인과 3학년, 우리의 반작용 법칙」, 이은지
    #2 우수작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제31회 졸업전시 취재」, 강혜민
    #3 우수작 「부산대학교 디자인 학술동아리 DOBE 워크숍 취재」, 김은수
    #4 우수작 「그래피티로 캠퍼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다」, 박소현
    #5 우수작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장 정민 교수 인터뷰」, 최라온


    부산대학교 디자인 학술동아리 ‘도비(DOBE)’ 워크숍

    올해 처음으로 설립된 부산대학교 디자인학과 학술동아리 ‘도비(이하 DOBE로 표기)’는 지난 11월 17일 동아리 워크숍의 첫걸음을 뗐다. 동아리명의 의미는 디자이너들이 흔히 사용하는 툴인 어도비(Adobe)의 ‘dobe’를 따온 것이기도 하고,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집 요정 ‘도비(Dobby)’의 발음만 따온 작명이기도 하다.

    DOBE는 부산대학교 내 디자인 3전공(시각디자인, 애니메이션, 디자인앤테크놀로지) 재학생들이 모여 설립한 동아리다.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히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의문점들과 문제들을 학부생들끼리 서로 공유하고 연구하여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 출발하였다. DOBE는 매 분기별로 여러 워크숍을 기획한다. 올해 4/4분기에 열리는 첫 워크숍 주제는 ‘그리드 시스템’이다. 지난 11월 17일 진행된 워크숍 현장을 소개해본다.

    DOBE에서는 열정과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워크숍을 열어 학부생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첫 워크숍을 진행하는 학부생은 현재 3학년(20학번)이며 해당 워크숍 준비를 위해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Josef Muller-Brockmann)의 저서 『디자이너를 위한 그리드 시스템』을 주로 참고했다고 한다. 그가 워크숍 준비를 위해 수많은 그리드 시스템을 공부하고 체득한 건 DOBE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학습 방향에 가깝다.

    학부생 신분으로 직접 워크숍을 준비하여 자신이 얻은 다양한 정보들을 다른 동아리원들에게 가르쳐 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강연자 입장에서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워크숍 진행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워크숍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자료들을 공부하면서 한 번, 그리고 워크숍을 통해 동아리원들과 토론을 하면서 두 번. 이렇게 한 주제를 반복하여 학습할 수 있으므로 디자인 인사이트가 엄청나게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분기 매주 진행되는 디자인 워크숍 준비가 과제 및 시험 기간과 겹쳐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워크숍을 마치고 나서 더 성장해 있을 자신의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일 저녁, 수업 후 참여하는 워크숍이 지루하고 피곤할 법도 한데 동아리원 모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필기를 하고 몰입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워크숍 시간 내내 동아리원들은 노트북이나 종이에 일리저리 그리드를 만들어 보면서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서로 질문을 하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며 워크숍 주제에 대하여 각자의 사고를 스스로 확장해 나가려는 듯 보였다.

    워크숍을 취재하는 동안 일정한 흐름을 볼 수 있었다. 동아리원 각자 ‘선대 디자이너들은 왜 이런 작업 방식을 택했고 왜 그것이 현대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런 뒤에 서로 토론하고 연구하며 퍼즐을 맞추듯 저마다의 답을 찾아 간다. 단순히 딱딱하고 학술적이기만 한 탐구가 아니라, 동아리원 개개인이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완성해 나가게끔 유도한다는 점이 DOBE 워크숍의 핵심 아닌가 싶다.

    “레이아웃과 그리드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강연자는 워크숍 도중 동아리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다들 사뭇 긴장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편안하게 피력했다. DOBE 동아리원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능동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학부의 일반적인 수업 방식을 그대로 따른 첫 스터디 시간에는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이를 해결하고자 DOBE 운영진은 지도 교수님에게 솔루션을 얻어, 스터디 방식에 ‘디자인 툴킷’을 적용했다. 디자인 툴킷이란, 동아리원 21명이 한꺼번에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주요 내용만 같이 듣게 한 뒤 4인 혹은 5인으로 조를 이루어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각자 의견과 생각을 다시금 토론하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강연자는 본인이 공부해 온 것들을 바탕으로 동아리원들에게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학부 수업에서는 학생들끼리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기회가 많지 않아 DOBE의 워크숍 진행 방식이 더 눈에 띄는 듯했다.

    DOBE 동아리원들은 디자인 서적을 모으거나 읽는 것을 즐기고, 서로 책을 추천하고 책 내용을 토론하는 활동을 즐긴다고 한다. 이번 워크숍 중에도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과 그의 저서가 자주 언급되었다. 동아리원들의 이러한 열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DOBE 운영진은 ‘디자인 독서 토론’ 모임도 기획 중이라고.

    현재 DOBE 동아리원은 21명. 매주 두 번 모인다. 월요일에는 ‘논리적 디자인을 위한 스터디’ 시간을 갖는다. 이를테면 더블다이아몬드 모델을 활용한 체계적 디자인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다. 목요일 모임 때는 워크숍이 열린다. 이외에도 단체 전시 관람 및 여가 활동 등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최대한 극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여러 한계를 딛고 극복하여 세상과 소통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그들의 열정으로, 부산대학교 조형관은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불빛이 환하다.

    부산대학교 디자인 학술동아리 DOBE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Per ardua ad astra’(페르 아르두아 애드 아스트라). 라틴어 숙어로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라는 의미다. 별에 닿기 위해 열정적으로 달려 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DOBE의 예비 디자이너들이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역경을 극복하고 저 먼 별에 가 닿을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TS 편집팀 심사평
    
    디자인학과 학부생들이 직접 기획·운영·참여하는 워크숍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그리고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글이다. 워크숍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를 현장 취재 형식으로 담고, 더 나은 커리큘럼을 위한 운영진의 고민과 방향성을 인터뷰로 기록했다.
    
    특히 글 후반부 “지방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최대한 극복하고 싶다”라는 학생들의 말을 부각한 점이 인상적이다. 지방대학 디자인학과 학생들에게 워크숍 활동이 갖는 무게와 가치를 함축적으로 나타내준다. 즉, 김은수의 이 워크숍 취재는 명확한 목적과 의식을 갖고 이루어진 것이라는 방증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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