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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 #2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제31회 졸업전시

    TS 파트너즈 ‘컨트리뷰터’ 미션 우수작 — 2022 KHVD 〈VILLAGE〉


    글·사진. 강혜민

    발행일. 2022년 12월 13일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기록한 ‘지금’ #2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제31회 졸업전시

    TS 파트너즈(2030 대학생 및 현업 디자이너 100명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그룹)의 2022년 11월 취재 과제 ‘지금 이 순간의 캠퍼스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기’ 최우수작·우수작 다섯 편을 12월 한 달간 차례로 연재한다. 이 기획의 상세한 소개는 첫 순서인 「디자인과 3학년, 우리의 반작용 법칙」에 서문 형식으로 담았다.

    연재 순서
    #1 최우수작 「디자인과 3학년, 우리의 반작용 법칙」, 이은지
    #2 우수작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제31회 졸업전시 취재」, 강혜민
    #3 우수작 「부산대학교 디자인 학술동아리 DOBE 워크숍 취재」, 김은수
    #4 우수작 「그래피티로 캠퍼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다」, 박소현
    #5 우수작 「호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장 정민 교수 인터뷰」, 최라온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제31회 졸업전시

    2022년 11월 23일,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서른한 번째 졸업전시회가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에이앤디홀(A&D Hall)에서 열렸다. 제31회 졸업전시회 주제는 마을을 의미하는 〈빌리지(Village)〉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하나의 마을을 형성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전시를 하나의 마을이라고 본다면, 이 마을은 다시금 단지 네 개로 나눌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 브랜딩 및 아이덴티티, 디자인 비즈니스, UX/UI 등 네 가지 부문에서 학생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살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비로소 활짝 열린 마을의 문에 한걸음 내딛어 보자.

    그래픽 디자인

    이 부문에서 학생들은 시각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니즈를 분석하고, 디자인 콘셉트에 맞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매체별로 다양한 기법을 통해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른다. 편집 디자인, 광고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웹툰 등 분야에 깊게 탐구한 학생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부문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이정은의 [활자화단], [은록], 백수진의 [FGP]다.

    [활자화단]은 꽃을 이용해 정원을 꾸미는 일과 글을 통해 빈 종이를 채워 나가는 과정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글 낱자를 식물 세포에 비유한다면, 그들이 뭉친 낱말은 꽃 개체가 된다. 그리고 그 낱말들은 꽃들이 화단을 이루듯 단어를 만들고, 단어는 화단이 어우러진 정원처럼 문장을 이룬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해당 부스에서는 꽃 모양 도장과 글자 모양 도장을 이용해 관객 각자의 정원을 가꿀 수 있었다. 위 오른쪽 사진은 필자가 만들어본 정원이다. 투박한 듯 산뜻한 서체가 잉크의 불규칙함마저 멋스럽게 한다.

    이정은 작 [은록]

    이정은이 만든 서체 [은록]은 삼화인쇄소(삼화서적)의 『한국식물도감』 소제목 고딕체를 뼈대로 했다.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본문용 서체다. 시집과 같은 호흡이 느린 문학 작품에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본래 본문용 굵기인 레귤러(regular) 한 종으로 제작되었으나 현재 라이트(light), 볼드(bold), 헤비(heavy), 블랙(black)으로 확장되었다.

    백수진의 [FGP]는 ‘Future Genome Project’의 약자로, 기후 이상, 전쟁과 과발달된 문명, 바이러스 등 지구상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 가상의 2062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정상적인 삶을 지속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남아 있는 인간들은 이에 대응하여 유전체 프로젝트를 펼친다. 보통의 인간들은 황폐화된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지만, 이 유전체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신유전체들은 각각의 환경에 딱 들어맞는다. 기후 이상이 있는 곳에는 자연과 동화된 인간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환경에는 세포 변형이 수시로 일어나는 인간이, 전쟁과 문명에 침식된 환경에는 기계와 동화된 인간이 등장한다.

    영상 속의 기계음과 이리저리 해체되고 변형된 인간의 형상은 어딘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유기체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또한 현재에도 대두되고 있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미래에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낳을 것이며, 그 속에서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경각심을 느꼈다.

    브랜딩 및 아이덴티티

    이 부문에서 학생들은 브랜드의 전략적 관리를 위해 브랜드 고유의 개성과 정체성을 시각적 이미지로 체계화하여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구현하고 이를 사용자 경험으로 확장한다. 차별화된 이미지의 브랜드 디자인, 기업 및 제품 등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김소연의 [울리바스켓]이 인상적이었다.

    울리바스켓은 팻팸족을 위한 애완동물 용품 전용 셀프 빨래방 브랜드다. 강아지 캐릭터 ‘울리’가 직접 애완동물 용품 전용 셀프 빨래방을 만들었다는 것이 브랜드 스토리다. 복슬복슬하고 귀여운 울리의 캐릭터 디자인과 깨끗한 빨래를 연상시키는 브랜드 컬러는 멀리서도 기분 좋게 눈길을 끌었다. 세탁 바구니와 울리의 귀를 활용한 재치 있는 로고 또한 포근하고 깨끗한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한다.

    디자인 비즈니스

    이 부문에서 학생들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역할과 디자인적 사고에 대해 학습하며 그것을 통한 가치 창출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구상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을 위한 초기 창업 과정에 적용한다. 디자인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이가현의 [서키트(Cirkit)]를 소개한다.

    [서키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비상 상비약 키트다.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 중 의약품 복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획일화된 점자 규격 가이드를 제공하고, 의약품에 부착된 스티커를 음성 펜으로 태깅하면 어떤 상황에서 복용하는 약인지, 약의 이름은 무엇인지, 복용법은 어떻게 되는지 등 약에 대한 정보가 음성으로 송출되며 증상에 따라 알맞은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필자도 음성 펜을 이용해 태깅해보았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돌아볼 만큼 큰 소리와 함께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의약품에 표기된 점자의 규격이 제각각이고 형압이 미비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도 했다.

    UX/UI

    이 부문에서 학생들은 상호 작용을 중심으로 정보와 사용자, 사용자와 사용자가 만나는 접점을 디자인하기 위한 지각적·인지적·행동학적 기본 원리를 모색하고 매체 환경별 속성과 콘텐츠에 맞추어 효율적으로 정보를 경험·운영할 수 있는 방식과 체계를 시각적 채널을 중심으로 구축한다. 디지털 디자인, UX 디자인 등 인터렉션 디자인 분야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백윤휘의 [ASMR]이다.

    [ASMR]은 ‘Always Supports Me Recording’의 약자다. 폭력의 증거가 되는 사진, 영상, 녹취록 등을 쉽게 저장하고 한곳에 모아 관리해 피해자가 보다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손쉬운 증거 수집과 철저한 본인 인증을 통한 보안 시스템에 초점을 두고 제작되었다. 사용자 입장에서 트리거 요소가 될 부분을 최소화해 감정적 동요 없이 기록과 보존을 할 수 있도록 사용성을 높였다. 특히 녹음 기능을 사용하면 그래픽이 마치 일반적인 ASMR 사운드 재생 상태처럼 변해 가해자로부터의 위험을 줄여준다.

    모든 전시를 감상하고 나면 몽환적인 푸른 빛이 매력적인 포토존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며 관객들은 ‘마을’ 주민으로서 전시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시간이 맞지 않아 전시를 감상할 수 없다면, 멋진 무빙 포스터가 반겨주는 온라인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작품들을 만나보기 바란다.

    TS 편집팀 심사평
    
    해당 학과나 졸업준비위원회가 작성한 보도 자료가 아닐까 싶을 만큼 군더더기 없이 잘 쓴 글이다.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문체는 건조하고 구성은 단출하다. 단어와 문장을 경제적으로 사용하여 꼭 필요한 정보만을 압축하여 전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필자 자신의 관점도 군데군데 적어두었다. 애초에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으로 글쓰기 전략을 짠 듯한데, 아예 필자의 주관과 분석을 앞세워 글을 전개했어도 좋았겠다. 글솜씨를 너무 아낀 느낌이라는 의미다. 강혜민이 앞으로 선보일 디자인 작업과 함께 글도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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