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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김태헌의 ‘안녕연구소’

    디자이너 김태헌의 '안녕연구소'


    발행일. 2012년 02월 17일

    디자이너 김태헌의 ‘안녕연구소’

    디자이너 김태헌의 작업실 ‘안녕연구소’는 홍대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덕분에 시간의 흐름도 다르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으로 바삐 흘러가는 홍대와 달리 이곳은, 스치는 바람과 햇살의 온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고요하다. 마치 멈춘 듯, 그러나 제 길을 가는 이곳의 시간처럼 김태헌 역시 더디지만 차근차근 글자를 완성해 나가는 중이다.

    ▲ 투명한 유리문에 ‘안―녕 연구소
    ’라는 글자가 적힌 작은 종이가 붙어 있다

    ‘안녕연구소’는 의상을 만드는 아내 우효정과의 공동 작업실이다. 3년 전 결혼 즈음, 한적하고 조용한 작업실을 원했던 둘은 소박하고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가 좋아 연남동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업실, 신기하다. 주택가에 있다고 하지만 여느 주택과 달리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길이다. 게다가 동네에선 꽤 유명한 수퍼마켓과 마주보고 있다. 심지어 투명한 유리문이라 내부가 훤히 보인다. 유리문에 붙은 작은 종이(‘안―녕 연구소’가 적힌)가 아니었다면 아마 작업실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은 이곳은, 원래 오래된 문방구였단다. 그래서인지 2007년 이후 차분히 자신의 시간을 보내온 그와 반대로 그의 작업실은 밖으로 열려 있다.

    ▲ 문방구에서 사용하던 DIY 책장 일부는 그대로 쓰고 있다. 책상 위에는 아내 우효정 디자이너가 사용하던 하얀 재봉틀이 놓여 있다

    화이트톤으로 꾸며진 ‘안녕연구소’의 내부는 빈티지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아기자기한 소품과 아내 우효정이 작업하던 형형색색 실과 천이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따스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아내 우효정의 색이 그대로 묻어난 인테리어지만 김태헌 역시 별 불만은 없단다.

    ▲ 빈티지 오디오 세트. 핑크플로이드, 너바나 등 록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가끔 작업실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오디오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디터 람스의 유니크한 디자인이 좋다고 한다. 극도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오래 보면 질리기 마련인데, 디터 람스처럼 유머와 재치가 담긴 특별한 디자인은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다고.

    ▲이 책상에서 그래픽 작업을 하며 글꼴을 짓는다

      『사각형연산과 기하학 타이포그라피』라는 책을 낸 후 그의 대외적 활동은 뜸해졌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새로운 글자를 만들고, 다른 언어의 글자를 조합하던 그가 진중해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글자를 만들겠다 마음 먹었다. 누가 시킨 일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될까?’라는 의문과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반복하며 2년 넘게 글꼴 짓기에 매달릴 수 있었던 건, 한글에 대한 (애정을 넘어) 애증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글꼴은 현재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글자를 만드는 동안 김태헌을 수없이 괴롭혔던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와 번뇌, 자괴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졌다. 어느 순간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생겼고, 이제 그곳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김태헌’이라는 디자이너의 정신과 노력과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을 그 글자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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