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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디자이너 조현

    “올해부터 직원들과 함께 각자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지속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3년 02월 22일

    그래픽 디자이너 조현

    골목과 스트리트가 혼재해 있는 동네에 그의 작업실이 있다.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면서도 파격적인 실험이 싹 트고, 대기업 회장님과 불법외국인노동자가 동시에 살아가며, 다수의 문화와 소수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아트 디렉터, S/O Project의 대표, 이런 명함 대신 '그래픽 디자이너'로 자신을 이름 매기는 사람, 조현. 자신 속에 빠져 있지 않고 주체이자 객체로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그가 말하는 공존과 평등, 소통이 힘을 갖는 이유다.

    최근 새롭게 시작하신 작업이 있나요?

    시즌마다 새로운 작업을 하죠. 요즘 제일 재미있게 하는 건 제일기획 브랜드 북과 현대카드 브랜드 작업이에요. 아, 그리고 저희 작업실 1층을 카페로 만들어 새로운 커피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에요. 밖에 나가면 리프레시 할 곳이 많지만, 사내에도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좋은 분을 만나서 시작하게 되었네요.

    한군데 머물기보다 끊임없이 실험을 하시나 봐요.

    새로운 것 좋아해요(웃음). 올해부터 직원들과 같이 스튜디오 일 말고도 각자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지속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진행 중인 프로젝트 외에도 개인의 개성이 강화된 작업이 있어야 클라이언트가 선택할 기회도 많아지고요. 시무식을 하면서 각자 1년 동안 할 작업을 발표하라 했더니 다이어리, 백, 버튼, 티셔츠 등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연말에 발표하기로 했죠. 분기별로 과정도 공유하고요.

    본인을 뭐라고 규정하세요?

    디자이너요(웃음). 더도 덜도 아니고 그래픽 디자이너네요. 아이디어는 평등하다고 하잖아요. 대표나 아트 디렉터는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는 보장은 없죠. 지위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보는 게 스튜디오의 힘인 것 같아요. 단지 신입을 격려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최선의 결과를 위해서라면 평등한 게 당연하다고 봐요. 참여의 기회를 똑같이 주되 대신 책임도 똑같이 져요. 오히려 좀 무섭죠(웃음).

    인턴이든 실장이든 항상 실전에 임하는 기분이겠어요.

    주말에도 어디서 뭐 봤다, 이렇게 서로 보내요(웃음). 예전에는 자료든 뭐든 독점적으로 자기가 보는 게 곧 자산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소통과 공유의 시대잖아요. 내가 보는 것은 모든 사람이 본 것으로 생각해요. 그걸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지 그걸 본 것 자체가 자산은 아니라는 거죠. 리서치에 의존하기보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내 것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해요.

    ▶ NHN Annual Report 2011 “Today and Tomorrow” (2012.4 / 디자인: 김련수)
    ▶ SK Telecom Annual Report 2010 “New Shift” (2011.4 / 디자인: 김희봉, 김련수)
    블랙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블랙은 시크함보다 어울림이다. 나와 다른 것을 탓하거나 내치지 않는 포용력, 존재감을 내비치되 혼자만 튀지 않고 바탕이 되어주는 리더로서의 든든함은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형성한다. 강력한 권위를 휘두르려고 하기보다 견장을 떼고 평등하게 만나 소통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을 기다려줄 줄 안다.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 그가 지닌 특별한 에센스다.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개성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서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직원의 반수 이상이 제자에요. 학교에서 최소 1년 길게는 2~3년 봐온 사이죠. 저희 실장님은 8년째고요(웃음). 서로의 성향을 잘 알기에 되도록 격을 없애려고 해요. 제가 철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고(웃음). 인턴이든 신입이든 들어오면 단순한 일부터 시작하는데 저희는 평등하게 프로젝트를 맡겨요. 처음엔 당연히 힘들죠. 하지만 그 사람만 버틸 수 있다면 1~2년은 기다려요.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지점이 있거든요.

    사람을 믿고 기다려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잘했다 잘못했다 이런 소리를 잘 안 해요. 스스로 느끼고 준비하다 보면 알게 되거든요. 어느 수준 이상으로 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전달해야 하는 것을 알면 작업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지죠. 자기 로직이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비주얼적인 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리 그런 이야기를 해도 본질적으로 소통이 안 되면 듣는 사람은 감동하지 않잖아요. 무슨 소리야? 이러죠(웃음).

    소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작업시간보다 소통의 시간이 훨씬 더 길어요. 그게 정말 중요해요. 사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내용이나 스토리지 폼 그 자체를 즐기는 측면은 적은 것 같아요. 디자인은 결국 스토리를 잘 담아내고 이해시키는 도구로 사용되는 거잖아요. 멋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웃음). 이런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소통과 스토리는 본질이에요. 이걸 왜 했어? 라는 질문이 나오는 순간 그건 소통이 안 되었다는 얘기죠.

    소통이 잘 안 될 때는 어떻게 하세요?

    경우의 수가 많긴 하지만 다른 길을 찾죠. 작업을 보고 어느 정도 수정해서 다시 보자, 라고 할 경우 사실 그건 버려야 해요. 마음이 40퍼센트 움직였다고 해서 60퍼센트만 더 하면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미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죠. 상대가 기대하는 것도 업데이트 버전이 아닐 거고요. 처음부터 다시 새로 생각해요. 처음부터 100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야 100을 만드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 smarT (2012 ~ / 디자인: 이지혜, 신소연, 임태수, 윤지수 / Client: SK telecom)
    ▶ EST 1894 (아트디렉터: 이지혜 / 디자인: 정용채 / Client: S/O Project, la cuisine)
    스킬이나 테크닉을 배우기도 어렵지만, 이면에 내밀하게 흐르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기는 더 어렵다. 심층에 있는 자기 스토리를 갖기는 더욱더 어렵다. 부족하지도 과도하지도 않은 표현, 상대와의 진실한 교감, 그러면서도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개방성은 조현이라는 특별한 스토리를 형성하는 자원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물 흐르듯 디자이너로 살아간다. 자신의 생활이 곧 자신의 디자인인 곳에서.

    S/O Project만의 방식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타이포그래피가 베이스라고 보면 되실 것 같아요. 브랜딩이다 뭐다 얘기하지만 결국 타이포그래피를 입체화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플랫한 것은 입체적으로 만들고 입체적인 것은 반대로 플랫한 방식을 넣고요. 타이포그래피는 명료해요. 이미지가 불러오는 오해가 없잖아요. 내용을 직접 전달하는 매체니까요. 그리고 아름답죠. 경제적이기까지 하고(웃음). 결국, 텍스트를 이미지로 치환시키는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서브젝트와 오브젝트의 관계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까요?

    네. 오브젝트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서브젝트에서 시작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올레길 스탬프라는 오브젝트가 있다면 이것의 서브젝트는 뭐냐고 물었을 때 이어짐이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이어짐이 항상 스탬프는 아니잖아요(웃음). 오브젝트와 서브젝트가 만날 수도 있고 평행으로 갈 수도 있죠. 일반적으로 루틴화되어 있는 사람들의 회로를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것과 같아요. 그게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요.

    S/O Project가 올해로 10년인데 감회가 있나요?

    없어요(웃음). 아직 뒤를 돌아볼 때는 아닌 것 같아요. 여전히 신생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1대 아트 디렉터라면 2대 아트 디렉터, 3대 아트 디렉터가 나오길 바라죠. 제가 끝까지 쥐고 가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요. 단, 누구와 일을 해도 우리 기준이 뭐냐를 생각해요. 이걸 왜 하지? 왜? 왜? 왜?(웃음) 처음 생각과 맞나? 그 기준인가? 항상 물어봐요. 정말 이건가?(웃음) 그런데 문제는 완벽하게 맞추면 이상하게 불편하다는 데 있어요(웃음). 흐트러진 모습도 보여주고 그래야 하는데 빈틈을 보이긴 또 싫으니까(웃음).

    스튜디오 창업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나는 잘할 수 있는데 왜 기회를 안 줄까, 이런 생각만 안 한다면(웃음). 개인전이든 그룹전이든 무엇을 통해서라도 자기를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 사람이 의지가 있건 없건 상관이 없는 문제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일을 주기를 바라는 건 잘못된 태도에요. 자기 머릿속에 있는 건 자기 게 아니잖아요. 최소한 일기장에라도 써야 하는 거죠(웃음). 발표하지 않는 작품은 의미가 없어요. 보여줄 게 없다고 해도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세요. 빨리 발표를 해서 선점을 하세요(웃음).

    ▶ BSMB SansachunS
     (디자인: 김희봉, 김련수)
    ▶ 문화역서울284 (아트디렉터: 조현 / 디자인: 이영선 / Client: 문화역서울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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