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내 ‘캘리그래피티(Calligraffiti)’ 페이지에서 유독 눈에 띄는 캘리그래피 작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네다 쿠바의 아랍어 캘리그래피 작품. 아랍어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잘 살려 표현한 멋진 작품이었다. 러시아 캘리그래퍼인 에듀어드 디마소브(Eduard Dimasov)를 만난 후 용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아랍어 캘리그래피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그녀, 네다 쿠바(Nedda Kubba)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네다 쿠바(Nedda Kubba)입니다. 이라크 출신으로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현재 디자인 코치,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캘리그래피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라스 스쿨(Glas School)이라는 곳에서 3년간 수습생으로 있었고, 그 후 다름슈타트 공과대학(Darmstadt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이너로 국한된 작업을 하지는 않아요. IT 컨설턴트, 비즈니스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 웹 개발, 온라인 마케팅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고 BMW, 오길비(Ogilvy) 등 글로벌 회사와 함께 작업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디자인을 사랑하고, 절대로 놓지 않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엘 시드(eL Seed)와 빈센트 아바디 하페즈(Vincent Abadie Hafez)의 작업물을 보고 많은 영감을 얻고 있어요. 러시아 캘리그래퍼인 에듀어드 디마소브를 만난 후 용기를 얻어 아랍어 캘리그래피를 시작하게 되었고요.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펜과 종이만 주어지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왔어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무렵부터 창의적인 것들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저의 고향인 하다마르(Hadamar) 근처에 있는 글라스 스쿨에서 수습생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 제가 디자인 공부를 하게 된 계기였죠. 사실, 처음에는 어떤 디자인이 저와 맞는지조차 감이 안 잡혔어요. 3D를 이용한 작업들을 해본 후, 2D 그래픽 디자인이 저와 가장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리고 대학에 들어간 후 처음으로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특별히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랍 출신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아랍어 캘리그래피가 쓰인 식품들을 많이 접했어요. 그때부터 쿠피(Kufi), 디와니(Diwani), 설스(Sulth), 나스크(Naskh) 등 전통적인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타이포그래피와 구텐버그(Guttenberg) 시절 북 디자인에 대해 처음 배웠어요. 그때 글자를 이용한 디자인의 무한함에 대해 깨달았죠. 그 시절 엘 시드(eL Seed)와 빈센트 아바디 하페즈(Vincent Abadie Hafez) 등 여러 캘리그래퍼와 그들의 작품을 접했고, 그러다 보니 캘리그래피 자체에 흥미가 생겼죠.
2014년 5월, 친구들과 제가 디자이너, IT,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부르는 이벤트를 연 적이 있었어요. 그때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랍어 캘리그래피 아티스트인 에듀어드 디마소브라는 분을 초대했었는데요, 이벤트가 모두 끝난 후, 그분의 가족분들과 저희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그분에게 캘리그래피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취미생활로 하고 있던 저의 작품을 보여주는 기회가 생겼지요. 그는 제 작품들을 좋아해 주셨고, 또한 많은 영감을 주셨어요. 다음날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저의 첫 작품인 ‘Pilot Parallel Pen’을 구매해 주시기도 했어요. 그 후로 정말 많은 용기를 얻었고 캘리그래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또, 저의 캘리그래피 작업을 모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고요. (링크) 덕분에 지금은 전 세계에 제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분이 생겼죠. 그 후로는 캘리그래피, 타이포그래피, 레터링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접었어요.
독일에 살면서 아랍어로 캘리그래피 작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제 뿌리는 아랍계이기에 아무래도 아랍어를 이용한 작품이 많아요. 사실, 저는 아랍어를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많은 사람이 아랍어를 읽지 못해도 아랍어로 된 캘리그래피나 폰트를 보면 마음을 빼앗길 정도로 말이에요. 저는 작품에 주로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다른 언어도 함께 사용해요. 개인적으로 라틴어 캘리그래피와 레터링도 좋아하지요. 각기 다른 나라의 언어를 함께 사용하다 보면 문화를 섞는듯한 느낌을 받고, 때로는 더욱 좋은 작품이 나오기도 해요. 작업 방법도 매번 달라요.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할 때도 있고, 종종 디지털 작업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캘리그래피 작업 외에도 많은 일을 하시잖아요. 다른 작업도 소개해 주세요.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디자인과 디자인 관리 일도 함께하고 있어요. 또한, 앞서 소개했듯이 IT 컨설턴트, 웹 개발, 온라인 마케팅, 제품 관리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요즘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제 캘리그래피 작업을 모아 둔 홈페이지 오픈 준비예요. 곧 완성될 예정입니다. (링크) 그리고 2014년에 펜실(FENCIL)이라는 디자인 에이전시를 열었어요. 웹 디자인, 웹 개발, 그래픽 디자인,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펜실에서 했던 작업물을 판매하는 펜실 샵(FENCIL SHOP)도 운영 중이고요, 그 안에서 저의 캘리그래피 작업물도 함께 판매하고 있지요. 올해는 ‘Design thinking coaching’이라는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어요. 여기서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가장 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 주는 거죠.
요즘 열중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알려주세요.
절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도장 벽에 캘리그래피 작업을 시작했어요. 절권도의 창시자인 이소룡의 느낌을 형상화시켜 아랍어/라틴어 캘리그래피를 쓸 예정이에요. 또, 전 세계로 출간되고 있는 <알라신의 99가지 이름>이라는 책의 북 디자인 작업도 하고 있어요. 알라신의 이름을 새로운 느낌으로 적는 작업이지요. 10월 말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Moca Fest’라는 축제에도 참가할 예정인데요, 이 축제는 전 세계 모든 뮤지션, 디자이너, 캘리그래퍼들을 위해 열리는 세계적 규모의 축제입니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영감을 얻어요. 우선,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사람은 저의 남편인데요, 언제나 제가 하는 일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거든요. 덕분에 정말 힘이 나요.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을 보고 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편이에요. 인터넷도 좋은 도구죠. 전 세계의 많은 아름다운 것을 볼 수가 있고, 또 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면 자극이 돼요. 개인적으로 모던 페르시아 디자인도 좋아해요.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저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이야기에요. 따로 담은 의미나 내용은 없고, 제가 느끼는 것과 저 자신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모든 작업은 단지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니까요.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디자인이라.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고, 미학적이며, 활용성이 높고, 작은 것까지 신경 쓴 친환경적인 디자인, 혹은 정말 단순한 디자인이요. 많은 좋은 디자인들은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아무런 규칙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든 디자인이 최고일 때가 있어요. 내가 하는 디자인에 자신감을 가지고 마음속에 떠돌아다니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하다 보면 정말 특별한 것이 나온다고 믿어요.
일과 삶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직업적으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잘되고, 착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는 게 꿈이에요.
디자인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열정과 즐거움, 그리고 자유를 절대 잃어버리지 마세요.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찾아서 간직하셔야 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마구 뿜어져 나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