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다이어리에 썼던 것처럼, 지난해 내가 속한 팀은 열 번의 영문서체 스터디를 진행했다. 스터디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나는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난 뒤에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서체들이 만약 한글 버전을 갖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올드스타일 Oldstyle의 가라몬드 Garamond, 타임즈 뉴 로만 Times New Roman 등은 어떻게든 윤명조, SM명조, 산돌명조 등과 매치를 한다고 해도, 클라렌든 Clarendon의 한글 버전은? 푸투라 Futura의 한글 버전은? 블랙레터 Black Letter의 한글 버전은? 쿠퍼 블랙 Cooper Black의 한글 버전은? 상상만 해도 금세 흥미로워진다.
사실, 이런 호기심은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는 국내 학생들 대부분이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획 수도 많고, 자 수도 많은 한글을 영문 버전에 맞추어 디자인한다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지난달 폰트클럽에 올라온 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대학생들의 2011년도 폰트 관련 졸업전시 작품을 모은 기사였는데, 거기에 단국대 고영석이라는 졸업생이 만든 재미있는 포스터가 있었다. 제목은 ‘시각 번역’.
영문 서체 구조를 한글 서체 구조로 옮겨와 직역·의역 두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하려던 것이 이 작업의 의도라고 한다. 역시 영문 서체와 제대로 매치되는 한글 디자인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고영석 졸업생의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OCR-A의 한글 버전이 귀엽다. ^^)
아, 그리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미처 하지 못 했던 새해 인사를 대신해 그림 한 장을 그려봤다.
그림을 보고 주변에서 ‘올해는 토끼해가 아니잖아~’라며 타박을 주기도 했지만, 결코 용 그리는 게 귀찮아서 토끼를 그린 것이 아님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건 그저 앞니 때문에 토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일 뿐…. -_-a
음력 설이 지났으니 이제 진짜 임진년 새해다. 음…. 술을 줄여보겠다는 말도 안 되는 다짐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아무튼, Designer’s diary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