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이정은의 디자이너’s 다이어리 #15 니클라우스 트록슬러

    니클라우스 트록슬러는 재즈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이고 생동감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보여주는, 스위스 출신의 매우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다.


    글. 이정은

    발행일. 2012년 06월 04일

    이정은의 디자이너’s 다이어리 #15 니클라우스 트록슬러

    동료들과 <페이퍼 로드, 지적 상상의 길> 전시를 보러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전시는 크게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포스터, 북디자인, 페이퍼 오브제, 4개의 섹션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섹션을 보다가 반가운 작품과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니클라우스 트록슬러(Niklaus Troxler)’의 재즈 포스터. 대학에 들어가 처음 그래픽디자인을 배울 때 여러 디자인 관련 잡지를 보다 좋아하게 된 그래픽디자이너가 니클라우스 트록슬러와 카렐 마르텐스였다. 당시 잡지에 나온 트록슬러의 포스터를 잘라 따로 스크랩도 해두었을 정도다.

    니클라우스 트록슬러는 재즈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이고 생동감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보여주는, 스위스 출신의 매우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의 포스터들을 처음 봤을 당시에는 재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포스터를 보며 왠지 결국엔 재즈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작품들이 그만큼 좋았던 것이다.

    한동안 잊고 있던 이름이었는데,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보니 참 반가웠다.

    ▲ 우연한 만남이 반가운 나머지 집에 돌아와 찾아본 그의 작품들 (이미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록슬러는 전통적인 디자인보다는 팝아트와 음악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역시나 강렬한 색상과 대비, 움직이는 듯한 타이포그래피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 1968,1969년 작업물 [트록슬러 22,23살 – 한국 기준] (이미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록슬러는 1947년 스위스 태생으로, 우리 나이로 올해 66세이다. 우연한 재회(?)가 반가워 기억 속 몇 개의 재즈 포스터를 떠올리며 그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그 어마어마한 작업 양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직까지도 왕성하게 작업하고 계신 트록슬러는 진정 멋진 할아버지!^^ 게다가 그의 20대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을 쭉 보다보면 스위스 그래픽디자인의 역사가 보이기도 한다.

    ▲ 1970’s (이미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0년대의 포스터들을 보면 기하학적인 도형을 기초로 하는 소위 ‘스위스 양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용된 서체 역시 기하학적 산스(Geometric Sans)로 분류되는, 1970년 허브루발린이 발표한 아방가르드(Avant Garde)가 자주 보인다.

    ▲ 1980’s (이미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8,90년대에는 트록슬러의 대표작들이 쏟아져 나온다. 70년대의 포스터가 다소 강하고 경직된 분위기였다면, 8,90년대 작품들은 그가 음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타입과 일러스트레이션 모두 생동감이 넘치고 유쾌하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시기에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제하고 네오 그로테스트 산스(Neo Grotesque Sans) 계열(유니버스나 헬베티카가 대표적이다)의 서체만을 사용해 매우 심플하고 모던한 포스터 작업들도 많이 선보였다는 점이다.

    ▲ 1990’s (이미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가 학생일 때 처음 보고 반한 트록슬러의 포스터는 1999년에 작업된 ‘Jazz in Willsau-Ned Rothenberg'(90년대 작업물 중 끝에서 두 번째)다. 먹물같이 고요한 밤에 역동감 넘치는 색소폰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낭만이 포스터 가득 느껴졌었다.

    ▲ 1991년엔 스위스의 대표적인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기도 했다.
    ▲ 2000’s (이미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0년대의 작업물을 보면 그야말로 컴퓨터 작업의 시기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미지 혹은 텍스트를 겹치고 재배열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느껴지고,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해온 ‘Jazz in Willsau’ 포스터는 (Willsau(빌리조)는 트록슬러가 태어난 스위스의 지역 이름이다) 90년대부터 일정의 패턴화가 이루어지는데, 2000년대에는 그 패턴이 편안하게 안착하는 기분이 든다. 그 패턴 안에서 매년 새로움이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을 보면 트록슬러가 괜히 스위스 그래픽 디자인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펜타포트, 지산락페, 레인보우페스티발, SJF 등 크고 작은 음악 축제가 빈번하게 열리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음악 축제는 가평에서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다.(대학생 때의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지!) 자라섬 재즈 페스티발의 포스터 디자인은 꽤 좋은 편이다. (특히 2005년과 2008년^^) 올해는 또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게 될지, 어떤 포스터가 등장할지 잔뜩 기대하고 있다.

    ▲ 멋쟁이 니클라우스 트록슬러

    Jazz in Willsau를 기다리는 스위스 사람들은 나보다 더 하겠지? 🙂

    * 니클라우스 트록슬러의 홈페이지 http://www.troxlerart.ch

    Popular Review

    인기 리뷰

    New Review

    최신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