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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은의 디자이너’s 다이어리 #14 디자인숍 ‘빈손’ ②

    입구는 쇼윈도우, 1층은 거대 디자인 잡화점, 2층은 가구 및 조명 쇼룸과 작은 전시장, 야외로 나가는 테라스가 있다. 전체적인 느낌이 우리나라로 치자면 까사미아, 상상마당, 텐바이텐을 섞어놓은 것 같다.


    글. 이정은

    발행일. 2012년 05월 10일

    이정은의 디자이너’s 다이어리 #14 디자인숍 ‘빈손’ ②

    바르셀로나의 디자인숍 빈손 (Vincon) 2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는 빈손 2층이다. 입구는 쇼윈도우, 1층은 거대 디자인 잡화점, 2층은 가구 및 조명 쇼룸과 작은 전시장, 야외로 나가는 테라스가 있다. 전체적인 느낌이 우리나라로 치자면 까사미아, 상상마당, 텐바이텐을 섞어놓은 것 같다.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 1층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2층의 모습
    ▲ 2층 벽면에 전시된 빈손의 쇼핑백들

    2층 벽면에 아주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다. 30년간의 빈손의 쇼핑백을 하나의 전시품처럼 액자에 넣어 모두 전시해둔 것이다. 한낱 상점의 쇼핑백을 뭘 전시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유혜영 씨가 쓴 ‘스페인 디자인 여행’에 따르면 빈손의 쇼핑백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빈손의 그래픽 작업은 1972년 아메리카 산체스(América Sánchez)가 빈손의 로고를 디자인하면서 변화를 갖기 시작했고 현재의 독창적인 성격을 확립했다. 또한 빈손의 쇼핑백 디자인은 상품의 이미지는 물론 바르셀로나의 문화 아이콘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이 작업에는 아메리카 산체스, 파티 누녜스, 하비에르 마리스칼 그리고 바르바라 쿠르겔과 같은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합류했다. 스페인 그래픽 역사의 핵심 작가들을 모두 만나게 되는 셈이니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파티 누녜스와 마리스칼이 디자인한 쇼핑백은 그들만의 참신하고 기발한 이미지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스페인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고유한 감각과 그들만의 톡톡 튀는 유머를 살려 디자인한 30년 전통의 빈손 쇼핑백은 마니아들까지 낳게 했다.” – 유혜영의 ‘스페인 디자인 여행’ 중에서

    우선은 그동안 만든 쇼핑백의 수가 어마어마하고, 그래픽 또한 재기발랄함이 넘친다.

    조나단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란 책의 표지를 떠올리게 했던, 아메리카 산체스의 초록색 6손가락 쇼핑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단지 ‘물건을 담는다’라는 기능적인 면에서 더 나아가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무장해, 빈손에 오는 사람으로 하여금 쇼핑백을 ‘소유’하고 싶어서라도 무언가 사게 하는 발상이 멋지지 않은가. 쇼

    핑백이 일렬로 전시되어 있는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가면 가구와 조명을 전시해놓은 쇼룸이 계속 이어진다. 가구는 대체적으로 스페인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내가 느끼기엔) 노르딕에 더 가까워 보였다. 우리나라가 그렇듯 스페인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단순하고 실용적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유행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2층에 전시된 가구와 조명

    사실 가구와 조명은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들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벽지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페이즐리 패턴 등으로 느껴졌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와우 –^^

    ▲ 빈손의 쇼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벽지들

    피카소 그림 속 여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벽지와 마리스칼이 디자인했을 법한 글자 그래픽 벽지, 의자를 그린 단순한 드로잉을 패턴화시킨 벽지까지… 꽃무늬 패턴 일색인 우리나라의 가구 쇼룸들과 이곳이 차별화된 표정을 가졌다면 그 이유는 바로 벽지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 야외 테라스. 쇼룸 한켠의 문을 열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 빈손에서 본  까사 밀라의 은밀한 뒷모습 ^^

    2층 한켠에 테라스로 통하는 문이 있어 나가 봤더니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가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다 지친 다리를 잠시 쉬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뜻밖의 호사는 보기 힘든 까사 밀라의 은밀한 뒷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궁금해하실 분을 위하여! 가우디의 작품, 까사 밀라 앞모습은 이렇습니다.^^
    ▲ 다른 계단으로 올라가는 2층에 또 다른 공간이 있었는데,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듯 하다.
    ▲ 빈손 직원들의 업무 공간. 역시 남다르다. 

    술 한잔 하면서 일하고 싶게 만드는 사무실(빨간 형광등이 무척 마음이 든다.) 빈손 시계가 나오는 센스 만점의 스크린 세이버와 잘 정돈된 카운터

    이로써 장장 2시간 반을 빈손에서 보냈고, 이날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는 손님이 되었다. 여행 중반까지 먹고 이동하는 것 외 거의 돈을 쓰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만 15만원 가량을 썼다. 운반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얼마를 더 쓰고 왔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수화물 분실률이 매우 높은 러시아 항공편으로 왔기 때문에 보내는 짐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_-a)

    그렇다면 현재 빈손의 쇼핑백은 어떤 모습일까.

    Veni, vidi, Vinçon. 왔노라, 보았노라, 빈손이노라.

    veni, vidi, vid.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동방원정을 다녀와 원로원에게 보고한 이 유명한 말을 패러디한 위트가 매우 빈손스럽다.

    “빈손에서 빈손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스페인 디자인 여행’ 속 유혜영씨 말처럼 양손에 종이백을 들고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으로 빈손을 나서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 Passeig de Gracia (빠쎄익 데 그라시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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