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아침에 일어나 주먹밥을 해 먹고 TV의 영화 안내 프로그램 보다 책을 펴고 책상에 앉았는데 갑자기 감자깡이 먹고 싶다. 자꾸만 손이 간다. 다시 TV 앞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크림까지 곁들여 먹은 뒤 이번엔 정말 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려던 찰나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기사에 낚여 한참을 보냈다.
죄책감에 다시 책을 잡긴 했는데… 어라? ‘나가수’ 할 시간이네? 장혜진이 부른 ‘술이야’에 폭풍 감동을 받아 눈물을 글썽(사실은 싫어하던 노래였는데!)이다 보니 벌써 밤이 깊었다. 혼자 밥을 지어 먹자니 처량한 기분이 들어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는 뭔가 아쉬워 계란 풀고 우유 넣어 핫케익을 만들어 먹은 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는데… 또 집중이 안 되네.
나는 하루 종일 왜 이리 불편한 하루를 보냈을까?
그것은… 오늘 꼭 해야 할 공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디자인연구소의 폰트디자인부는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 매주 한 번씩 팀 회의가 있는데 좀 더 명석한 우리가 되자는 취지에서 스터디를 제안했다. 우리 모두 ‘활자 디자이너’라는 참 특이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고도로 전문화된 일에 비해 활자의 변천과정이나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 스터디의 주제는 스터디를 제안한 나의 의견에 따라 [휴머니스트(Humanist)] 서체로 정해졌다. 그래. 스터디를 하기로 한 건 좋다 이거야! 의지만 갖지 말고 행동을 해야지 않겠니? 응응? 얍- 다시 책을 폅니다!
이럴 줄 알았어. 너무 재밌잖아! 밤이 깊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