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 명은 한없이 자유롭고 한 명은 체계와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다. 자신들을 각각 초콜릿 칩과 견과류라고 가정하고, 그것을 섞어 초콜릿 쿠키를 만들라는 레시피의 한 구절을 마음에 담아 스튜디오 이름으로까지 삼은 엉뚱한 그녀들. 최진영, 유소연이라는 전혀 다른 재료가 섞여 만드는 작업은 어떤 모습일까? 어느 봄 앞, 디자인 스튜디오 sncc(홈페이지)를 만났다.
sncc라는 이름의 뜻
진영 “Stir in nuts and chocolate chips.(초콜릿 칩과 견과류를 섞어주세요.)”의 약자예요. 초콜릿 쿠키의 레시피에서 따온 말이지요. 저희가 아직 사무실이 없다 보니 카페에서 만나서 작업하는데요, 팀 명을 정하자고 얘기를 했을 때 그냥 서로 좋아하는 것을 막 던졌어요. 단어든 뭐든 정말 느슨한 상태에서 기준도 없이…. 아무래도 장소가 카페이다 보니 주요 관심사가 먹는 것이었어요.(웃음)
소연 저는 초콜릿에 대한 무한 사랑이 있고, 언니는 견과류를 사랑해요. 둘의 조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 레시피를 알게 된 거죠. 서로 좋아하는 것을 섞으니 초콜릿 쿠키라는 결과물이 되는 거예요. 이건 우리만의 문장이니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sncc가 소개하는 sncc는
진영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sncc라는 이름 안에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성숙해가는 그런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틀. 그렇게 생각해요.
최진영이 정의하는 유소연, 유소연이 정의하는 최진영
소연 최진영은 발상 자체가 자유로운 사람. 저는 틀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접근하는 스타일인데, 저랑은 완전히 반대이죠. 제가 갖지 못한 것들을 채워주는 느낌이랄까.
진영 유소연은 무채색의 그러데이션(gradation). 원래 무채색을 즐겨 사용하기도 하고요. 저는 이리저리 뿌려놓고 마무리가 잘 안 되는 성격인데, 소연이는 질문을 던져 주고 단계가 있고,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죠. 축 같은 역할을 해요.
sncc가 만들어진 계기
진영 학교 동기인데 이상하게 서로 마주칠 시간이 없는 거예요. 소연이는 정시에 와서 수업을 듣고 바로 집으로 가는 타입이었고, 저는 수업 끝날 때쯤 가서 출석만 하고 학교 주변에 머무는 타입이었거든요. 오히려 졸업하고 나서 서로 하고 싶은 것에 관해 얘기하다가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죠. 그러다가 팀 이름을 갖고 뭔가 책임감 있게 해볼까 하고 일주일 내내 만나게 됐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 장소는 서로의 집에서 딱 중간인 압구정의 카페. 10시 30분부터 5~6시까지. 일종의 의식처럼 됐어요.
sncc에서 각자의 역할
소연 언니가 자유롭게 하면서 무한하게 확장시키면 저는 좁히는 작업을 해요.
진영 결과물로 보면 저는 일러스트 기반의 작업을 하고, 소연이는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하죠.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
소연 저희가 아직 시작한 지 몇 개월 안 됐어요. 처음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잡았었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의미에서 각자의 성향부터 좋아하는 것을 리스트로 만들었죠. 그것을 기반으로 클라이언트를 콘텍트하고 작업 방향을 설정했어요. 지금 영기획이라는 음반 기획사의 공연 포스터를 작업하고 있는데, 저희가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저희를 알려서 일하게 된 케이스이지요. 그 외 들어오는 BI 작업과 아트워크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짧은 기간 동안 수상도 하고 전시도 했다고 들었는데….
소연 BI 작업을 재정리해서 2012년 레드닷 주니어 어워드에 지원을 했었어요. T라는 차(음료) 브랜드에 대한 폰트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브랜딩 작업이었는데요, 그것으로 best of best를 받았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고 좋은 분들에게 도움도 받아서 감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시는 작년 10월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어요. 마침 제가 작업한 타이포그래피와 주제가 맞아서 보내게 됐는데, 채택돼서 전시를 하게 됐네요. 직접 뉴욕에 가지는 못했고, 사진만 전해 받았어요.(웃음)
sncc를 몰입하게 하는 타이포그래피의 매력
소연 딱 명료하게 떨어지고 정확히 읽어낼 수 있잖아요. 스토리든 뭐든. 그 스토리 조차도 직관적으로 보이니까….
sncc의 작업 프로세스, 작업 스타일
진영 각자의 생각 전개가 너무 달라서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거기서 찾은 실마리로 이미지를 찾아요. 대강의 윤곽이 잡히고 어느 정도 작업물이 나왔을 때 서로 터치를 해주면 완성도가 확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그런 것이 가능한 시점이 있더라고요.
소연 혼자보다 둘이 할 때 별거 아닌 크리틱 몇 마디가 완성도를 확 올린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죠. 작업할 땐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어요.
sncc의 아이디어 도출법
소연 아이디어도 물어오는 것이 달라요. 관심사, 영향받은 아티스트, 수집하는 이미지부터 아예 다른 거예요. 각자 물어와서 핑퐁처럼 ‘이거 어때?’ 주고받다 보면 확장이 돼요. 같은 이미지를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해요. 내가 볼 수 없었던 것을 상대방이 봐서 얘기해주면 또 다른 작업물이 파생되죠. 정말 재미있어요.
존경하는 아티스트 또는 멘토
진영 주로 드로잉하는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받아요. 만화로 얘기하고 싶은데, 특히 <아이엠 어 히어로>와 <이나중 탁구부>를 그린 두 만화가를 좋아해요. 전 사실적인 그림이 좋은데요, 이 두 만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루저에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제일 지질하고 소심한 사람이 나서야 하는 거죠. 그러면서 성장해 가는 것. 그런 이야기를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 좋아요.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이런 작가들이 멘토가 돼요.
소연 저는 좋아하는 것에 유행이 있어요. 스튜디오 위주로 좋아하는데, 쟁쟁한 기존 스튜디오들보다는 신생 스튜디오 작업을 자주 보는 편이죠. 딱 꼬집어 말할 수가 없네요.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진영 뭐든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요. 고민이든 뭐든 머릿속에 잡혀있는 생각이 없게요. 그 상태에서 낙서를 계속하거든요. 계속 버릇처럼 끄적끄적하다 보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 주는 명상 같은 역할을 하죠. 그런 식으로 릴렉스하고 작업을 시작해요.
소연 저는 반대로 육하원칙을 세워서 체크를 하고 진행을 하는 게 편해요. 주제와 틀, 형식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죠.
작업할 때 사용하는 도구, 작업 버릇
진영 맥북 에어, A4, 샤프. 저희가 사무실이 없어서 최소한의 것만 사용해요. 맘에 드는 스케치는 휴대전화로 찍어서 올리는 등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을 함께하는 거예요. 거기다가 플러스 간식. 제가 조용히 사라지면 과자를 사러 간 것이에요.(웃음)
최종 목표가 있다면
소연 지금 우리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상태로 공존하고 있는데, 이렇게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요. sncc의 의미가 ‘두 개의 재료를 섞어줘라’라는 주문 같은 거잖아요. 이런 의미에서 더 크게 본다면 독립적인 다른 좋은 작업을 가진 사람과 그렇게 공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러 가능성을 열어서 될 수 있는 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싶어요.
sncc를 글자로 표현한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