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 출신 디자이너의 소규모 스튜디오 매뉴얼. 이름에서 느껴지는 정돈은 홈페이지에서도 그러했다. 단정하면서도 그야말로 매뉴얼다운 친절함이 느껴진다. 기능적인 디자인을 좋아해서 '매뉴얼'이라고 스튜디오 이름을 지었다는 이성균 대표는 디자인의 정도가 너무 나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적절한 선'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단다. 군더더기 없이 적절한 농도,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가는 디자인,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간단한 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매뉴얼은 디지털 미디어(웹, 애플리케이션, UI/UX)와 프린트 두 영역의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주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때때로 책이나 브로슈어, 포스터 등의 편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소규모 디자인 회사예요. 규모가 작다 보니 많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고, 대신 맡은 일은 집중해서 진행하는 편입니다. 스튜디오 이름을 매뉴얼로 정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기능적인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매뉴얼’이라는 것이 기능성을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또 하나는 ‘적절한 기준’이란 느낌이 있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디자인의 정도라는 것이 너무 나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적절한 선을 유지했으면 하는데 이런 바람을 담아 매뉴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균이라고 합니다.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방문자가 한 달에 십여 명밖에 안 되니, 이 기회에 홍보 좀 부탁 드립니다. 진지하면서 웃긴 편입니다.(블로그 바로 가기)
그동안 어떤 작업을 주로 하셨는지요.
서울시립미술관 및 북서울 미술관 웹사이트 리뉴얼(작업은 했지만, 현재 사이트는 매뉴얼의 디자인이 아닙니다.)이나 독도체험관 웹,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나모 웹트리 서비스의 UI/UX 작업 등을 했습니다. 주로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작업을 많이 하는데, 최근에는 편집물이나 아이덴티티 작업 의뢰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작업이나 디자인적 이슈가 있나요?
현재 작업하고 있는 것은 제품 관련된 쇼핑몰과 브랜드 사이트, 남산골 한옥마을 브랜드 리뉴얼과 관련하여 웹과 편집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smin’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웹 작업도 진행 중이지요. 고민이 있다면 좀 더 프린트 관련 작업을 진행해보고 싶은데, 의뢰가 주로 웹 관련 일만 들어와서 뭔가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웹이나 모바일 UX/UI 쪽으로 특히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전공이 공학이고, 웹 기획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사실은 반대로 웹이나 UI/UX에서 출발했다가 그래픽이나 프린트 영역으로 관심이 확장된 거죠.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작업이 끝난 후에 뭔가 물성이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웹이나 모바일은 아무래도 기능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해야 하는 데 반해 프린트는 좀 더 그래픽적인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특히 타이포그래피를 좋아하는데 서체의 사용이나 고정된 판형을 바탕으로 비례나 무게 등을 세밀하게 조절해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잘 디자인된 무언가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UX/UI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콘텐츠가 적절한 형태로 잘 표현되었는지 여부와 유저가 그것을 쉽게 이해 및 인지할 수 있느냐입니다. 먼저 재료(콘텐츠)를 우선 잘 분류하고 조직화해서 적절한 형태를 갖추도록 하고, 그것이 유저와 만났을 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사이를 적절히 메우고 설계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지요.
디자인적으로 특별히 관심 갖는 요소나 주제가 있나요?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많고 좋아합니다. 글자는 많은 디자인에서 아주 좋은 재료라고 생각해요. 일하다 보면 좋은 품질의 사진이나 훌륭한 일러스트 없이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럴 경우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타이포그래피가 필요하고요. 잘하고도 싶습니다. 저는 남의 작업을 볼 때 제일 먼저 글자를 어떻게 다듬었는지부터 찾아보곤 합니다.(웃음)
매뉴얼만의 작업 색깔(아이덴티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직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덴티티라고 정의할 만큼 뭔가 굳어진 게 없고 짙은 초록색은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편이긴 한데, 아이덴티티라고 할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아이덴티티라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초반에는 많이 생각해봤는데, 뭔가 의도해서 만들어 놓기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작업의 경계를 지어버리는 것 같기도 해서 생각할수록 복잡했습니다. 지금은 작업을 해 나가면서 굳어지는 것이 생기면 그때부터 다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작업 프로세스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디자인 작업을 할 때입니다. 서체를 고르거나 판형을 고민하거나 레이아웃, 색감 등을 조절해보면서 이것이 콘셉트나 콘텐츠, 기획했던 의도 등과 맞는가를 경험적으로 다잡아가는 과정을 좋아해요. 실제로는 디자인 시안을 잡아 볼 때겠네요. 좀 더 예리했으면 좋겠다거나 좀 더 안정적인 형태를 보였으면 좋겠다 등의 느낌이 들면 뭔가 진짜의 감정이 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실제로 작업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각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이 결과물에까지 잘 묻어나면 더 좋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매뉴얼의 명함이나 웹사이트 만드는 작업이 즐거웠습니다. 명함은 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실제 작업은 예전에 인턴을 하셨던 김수영 씨가 작업한 것이고요. 디테일한 부분을 계속 협의해 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결과물을 만족할 때까지 만들어봤었는데, 하나의 작업(일개 명함일지라도)을 진지하게 해 나간다는 건 기분 좋은 일 같습니다. 그리고 웹사이트는 연락을 쉽게 하도록 하는 방법이라거나 포트폴리오를 잘 보여주는 방식 등을 계속 고민했고 그 결과, 친절하진 않지만 그래픽 작업을 하는 소규모 스튜디오답게 이미지적으로는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메인 페이지의 랜덤 그래픽은 정말 내 것 중에 최고! 아, 클라이언트 작업 중에는 스튜디오 고민의 웹사이트를 만들었을 때 과정이 정말 즐거워서 좋았습니다. 고민 분들은 참 좋으신 분들 같아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능적으로도 잘 만들었고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인 형태를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지함이 들어 있으면 좋겠는데, 진지함이라는 것이 디자이너 개인의 흥미가 됐든, 고민이 됐든 진짜 감정이 들어가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디자인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많이 만들어보고 충분히 대화가 많이 오갔을 때 나오는 확률이 많은 것 같아요.
작업 중 가장 즐거울 때와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앞서 말한 대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때와 잘 협의되어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 좋고요, 힘들 때는 클라이언트가 시키는 일을 단지 손이 돼서 그대로 작업해야만 할 때입니다.
폰트 또는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어떤 생각,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요.
폰트는 각자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드시는 분 모두 대단하고 그래서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나름의 공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각각의 역사라거나 특징들 말이에요. 저는 잘하진 못하는데 마음만은 그렇게 먹고 있습니다.(웃음) 타이포그래피에 관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잘하고 싶고 궁금한 것들이 많아요. 적절한 판형은 무엇일까? 적합한 글자 크기는? 이런 것들을 매번 고민하는데요, 이 과정은 정말 즐거운 것 같아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끝으로 한말씀 해주세요.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순 없지만 좋은 디자인을 꾸준히 해 나가는 스튜디오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많은 분과 함께하게 되는데, 일을 의뢰해주시는 클라이언트 분들이나 함께 일을 나눠 하는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항상 많은 부분을 도와주는 디어스텝의 (www.deerstep.com) 최승혁 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마치 수상소감 같네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