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27세라는 나이를 꼽지 않더라도, 디자이너 장순규의 이력은 각종 수상경력으로 매우 화려하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디자인에 손을 들어주게 만든 것일까? 비밀은 그가 자신을 소개하는 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자신을 소박한 사람이라고 말하 그에게는 소소한 이야기를 모아 공감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데, 이야말로 그의 디자인에 힘을 실어주는 재주가 아닐까? 일상에 스며든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는 디자이너 장순규를 만나보았다.
이름
장순규 / Soonkyu Jang / 張淳揆
지금까지의 활동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 LG 지니어스 디자인 3기 GD 활동 삼성 디자인 멤버십 19기 VD 활동 국제 3대 디자인 어워드 수상 (Red dot, IF, IDEA) Red dot Communication design 2011 Best of Best 수상 ADC(Art Directors Club) 2011 Gold Prize ADAA(Adobe Design Achievement Awards) 2010 Winner Cut & Paste 2010 2d 한국 우승 등 국내외 디자인 어워드 38회 수상 및 크리에이티브 아트웍3 공동집필 대표저자 활동
내가 소개하는 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하고 소소한 사람.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는 빛이 나는 멀티플레이어!
지금 가장 필요한 세 가지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 연말 행사에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자금 1년만 더 어려지는 것
지금 가장 버리고 싶은 세 가지
책상 위에 어지럽혀진 잡동사니 머릿속에 항상 피어나는 잡생각 연말이라고 늘어만 가는 몸무게
디자인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물론이고 기회 역시 너무 적습니다.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졸업생은 늘어가는데 아르바이트나 인턴같이 경력을 쌓을 기회를 잡는 것이 힘들어졌죠. 게다가 몇 안 되는 기회도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하다 보니 발전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나의 첫 번째 작업
2008년에 했던 서울디자인올림픽 공모전입니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참여했는데, 그때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만 배워서 작업하던 때였어요. 그런데 우연히 기회가 돼 친한 친구, 형, 누나와 팀을 이뤄서 다양한 것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나왔습니다. 인기상으로 상금도 받았고, 처음으로 스토리텔링의 방법으로 디자인에 접근해본 작업이기도 합니다.
현재 어떤 작업 중인가요?
지금은 졸업전시 <아리가람 한강소리(보러 가기)>를 마치고 마지막 학창 시절을 즐기는 중입니다. 작업도 재미있게 했고 관람객들도 반응이 좋아서 외국에 제출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리가람 한강소리>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문득 강 건너의 실루엣과 물에 반사된 형태가 음파처럼 보인 것에서 시작한 작업입니다. 김포에서 출발해 잠실까지 사진으로 5미터 가량의 파노라마 이미지를 만들고, 이미지 형태 그대로 음악으로 만들어 본 실험적인 작품이죠. 외국에 나갔을 때 서울이 과연 아파트만 가득한 회색 도시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에 대해 제가 찾은 해답은 회색 도시 안에서도 희로애락과 함께 즐기고 있다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리가람 한강소리>에서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2006년 월드컵 때 거리응원을 즐기다가 사람들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을 하자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 8개월에 걸쳐서 월드컵에 진출한 국가의 모든 선수를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32개국에서 온 23명의 선수와 감독을 만들어야 했죠. 그런데 피파 홈페이지에서 4~5경기 이상을 뛴 선수를 모두 캐릭터로 만들다 보니 1,000명이 넘는 수를 디자인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선수는 이미지를 찾아도 북한 사이트라서 차단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에게 이미지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등 에피소드가 많은 작업이었습니다.
월드컵이 시작되고 캐릭터를 4미터 가량의 배너에 출력해서 사람들과 즐길 수 있게 설치하고,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운 좋게도 이 작품은 ADC(Art Directors Club)와 ADAA(Adobe Design Achievement Awards) 그리고 Red dot Communication design에서 대상을 받고 그 외 다른 공모전에서 수상했습니다. 그저 재미있고 즐거워서 한 작업인데 큰 경험이 되어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어렸을 때 우연한 기회로 접했던 만화책이 디자인의 길을 걷게 하는데 큰 계기가 되었는데, 바로 ‘슬램덩크’ 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좋아합니다. 일본어 원서로 된 잡지나 한국에서 정식 발매된 책들은 전부 구매할 정도로 팬인데, 기회가 된다면 이 ‘슬램덩크”의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와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물론 작업도 같이 해보고 싶고요.
디자이너로서 본인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노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별한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소소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편이다 보니,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서 공감대를 찾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자주 노트를 하며 일상의 깊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 본인만의 장점/단점이 있다면?
장점이라면 일상의 여러 이야기에서 공감대를 찾아내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 것이 아닐까 해요. 이 방법을 통해 저만의 디자인을 할 수 있었고,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함축시키는 것에 능숙해진 것 같습니다. 덕분에 프리랜서로서도, 외국 공모전에서도 제 디자인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단점은 ‘팍!’하고 튀는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이죠. 1학년 때부터 광고 공모전에 나가봤는데, 짧은 문구로 한방에 반전을 주기가 어렵더라고요. 대답이 길어지는 것도 짧은 문구에 약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웃음)
영감을 주는 나만의 특별한 장소가 있나요?
제 방이 가장 특별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11살 때부터 계속 같은 방에서 지냈습니다. 공사를 한 번 했는데, 그 때 초등학교 시절부터 모은 만화책과 다양한 서적, 디자인 책 등을 볼 수 있게 만화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동식 서재를 설치했습니다.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도, 집중해야 할 때도 제 작업실 겸 방에서 가장 잘 풀리는 것 같습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친구를 초대해서 작업할 때면 다들 만화책 때문에 작업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작업할 때 사용하는 툴, 작업 버릇
2009년과 2010년에 구매했던 아이맥과 맥 프로를 들고 다니며 작업을 합니다. 손이 조금 빠른 편인데다가 다양한 단축키를 외워 작업하는데, 덕분에 교수님이 작업은 안 하고 게임을 하는 줄 착각한 적도 있었죠. 덕분에 2010년 Cut&Paste 2D 부문에서 우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존경하는 디자이너 또는 롤모델
하라 켄야, 존 마에다, 그리고 주위의 분들! 요즘 가장 눈에 띄었던 디자인 RAWROW 가방 디자인, 존 바바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