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을 회복시키고 외로움과 초라함을 잊게 하는 디자인적 위트에 관한 이야기. 자신을 책방 주인이라고 표현하는 유어마인드 운영자 이로와 그래픽 디자이너 강구룡. 이들은 공동 저서 <위트 그리고 디자인 이야기>에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위트에 관해 이야기하고 디자인 속 숨겨진 유쾌함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기도 한다. 더불어 디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도 놓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의 메시지는 틀에 박힌 ‘응당’에 대한 반항이며 각박한 세상을 좀 더 재미있게 사는 삶의 힌트인 셈이다.
이 책은 이로가 바라본 위트와 강구룡이 바라본 위트, 두 갈래의 큰 숲으로 나뉘어 있다. 저자들은 사사로운 일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그들을 웃게 했던 위트 넘치는 디자인에 대한 소개로 나아간다. 책에서 소개하는 예시들은 실용적이고 유쾌한 국내외 디자인이 대부분이며, 기발한 책과 그림부터 사유를 담은 디자인까지 예상치 못한 배려와 섬세함을 지닌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것이 상황 속 재치이건 개인의 센스이건 혹은 유머를 말하든 간에 이 모든 것은 ‘디자인적 위트’라 칭할만하다.
로사리오 플로리오, CREPE ZINE, 한스 에이켈붐, 강문식, 안경점(psr), 딸기코(신민), 현영석, 데이비드 리스, 나카야마, 라파 고이코에체아, 프레이저 클라크, 스튜디오 PUTPUT, 김기조, 크레이그 프레지어, 니선 & 데 브리스, 사이러스 하이스미스, 이푸로니, 하르먼 림뷔르흐, 조경규, 슬기와민, 이언 라이넘 등 많은 컨트리뷰터의 작품들은 순간적으로 발견되는 형태부터 실마리를 찾고 접근해야 하는 대상까지 독자에게 다양한 위트의 순간을 제공한다. 이 즐거운 소통은 크리에이터와 사용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유머가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한 희극이라면 위트는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순간적으로 보여 주는 반짝임이다. 그래서일까, 위트는 작품 속에서 최소한의 형태로 다양한 변주를 이루어 낸다. 이미 누려온 방식을 닮아 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노선을 발견하며 또 다른 방식의 출판을 이뤄낸다. 그때 제작자에게 주어질 보상, 여유와 여백 속에서 새로운 위트와 문법이 탄생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덤’을 얹어야 하는 작업이다. 그중에서도 위트와 웃음은 디자이너가 부여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덤이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하다 보면 서로 연관 없는 단어들이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모든 문제를 원인과 결과, 논리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쓸데없는 정보를 쓸모 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것은 ‘관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는 펜과 더불어 단 하나의 도구를 더 사용할 수 있다면, 나는 위트를 선택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즉각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위트를 재치와 유머라고 생각한다. 마치 바나나 껍질을 밟기 직전의 보행자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좀 더 나아가 보면, 위트는 시각적으로 수수께끼 같은 형태를 띰으로써 우리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탐구하게 한다. 예컨대 사물을 그것이 속하지 않는 곳에 놓아두거나, 그림자와 대상을 닮지 않은 형태로 그리고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모순되는 무언가로 대치시키곤 한다.” – 크레이그 프레지어, 본문 중에서
두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위트는 지루한 일상 속 뜻밖의 선물이자 적막한 공간에서의 헛기침 소리와 닮았다. 한없이 가벼우면서 너무나 무겁기도 한 양면성을 지닌 위트. 가끔 디자인이란 개념에 머리가 아플 때, 이 책은 당신의 지친 머리를 식혀줄 신선한 공기가 될 것이다.
도서 정보
위트 그리고 디자인 이야기
저자: 이로, 강구룡
출판사: 지콜론북
출간일: 2013.10.28
가격: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