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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2

    ‘거짓을 거부하는 디자인’ 일상의실천 권준호·김경철·김어진 인터뷰 2부


    인터뷰. 구본욱

    발행일. 2013년 06월 05일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2

    거짓을 거부하고 일상을 마주 보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인터뷰 1부(링크)에서는 이들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이 어떻게 모였는지, 무엇을 하는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들의 현재에서 미래에 이르는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 일상의 실천이 생각하고, 일상의 실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 세미나 <집합> 포스터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굉장히 디지털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바로 전에 Handprint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디지털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맛이 나는 작업을 추구한다고 한 걸 생각해보면 모순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야기하는 디지털적인 것은 지금까지 그래픽 디자인이 만졌던,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작업이 아니에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지 싶을 정도의 기술적인 것인데. 예를 들어 직접 코딩을 하는 수준의 작업을 하고 싶은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되게 극단적인 작업. Life도 절충해서 3m로 만든 거지만 처음에는 한 5m 정도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뭐랄까 ‘쟤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싶은 작업을 해보고 싶은 거예요. ‘청춘 디자이너’니까, 청춘이니까 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녹색연합이라는 환경단체의 소식지를 작업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단체가 이전에는 디자인 스튜디오에 뭘 맡긴다거나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가 하는 디자인에 대해서 처음에는 급격한 변화를 곤란해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한 번에 전반적인 디자인이 확 바꾸지 못하고 세 번에 걸쳐 소식지 디자인을 개편해 나갔습니다. 1년 반 사이에 세 번의 개편을 거쳤죠. 그래서 올해 5월에 최종개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다 보니 녹색연합에서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되었고, 덕분에 녹색연합에서 나오는 보고서나 보도자료 같은 것도 저희가 맡아서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 녹색연합의 얼굴을 알리는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서 저희로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Life: 탈북 여성의 삶>(자세한 설명)
    <런던에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맨 상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진 것이 많다.’
    둘째줄 왼쪽: ‘나는 런던에 있는 것이 외롭진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삶이 내 것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둘째줄 오른쪽: ‘사람들은 이곳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온다.’
    셋째줄 왼쪽: ‘런던에 사는 것은 너무나 빠르고 지친다.’
    셋째줄 오른쪽: ‘나만의 속도로 내 자신일 수 있는 곳.’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통장 잔고죠. 현실적으로 생계가 뒷받침된 후에야 저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체 작업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루트를 통해서 수익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면이 제일 어려워요.

    그렇다면 수익을 창출하는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겠네요

    큰 단체랑 일하려고 제안서를 넣는데, 이 단체가 업체를 선정할 때 ‘매출 몇 억, 직원 몇십 명 이상’ 이렇게 제약을 걸어놓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규모가 있는 회사면 더 잘 하지 않을까 하는 인식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영국을 보면 굉장히 유명한 스튜디오인데도 불구하고 직원 10명이 넘는 곳이 거의 없거든요. 규모가 크다고 디자인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닌데,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하청업체를 뽑는 것처럼 기준을 잡는 셈입니다. 덕분에 저희 같은 소규모 스튜디오한테는 힘들게 작용해요. 또 다른 부분이 있는데, 비영리단체에서 오히려 디자인을 재능기부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에는 어느 정도 최소한의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한 거죠. 일종의 착취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학생들이 이런 경우를 많이 당해요. 학생 때부터 이런 구조로 일을 하게 되면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되는 문제가 생기죠. 저희도 예전에 큰 구호단체에서 연락이 와서 견적서를 보낸 적이 있는데, 저희는 구호단체니까 조금 낮춰서 보냈거든요. 그런데 그쪽에서 전화가 와서 ‘왜 이렇게 비싸냐. 우리는 대부분 일을 재능기부로 하는 곳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런 잘못된 인식도 힘든 점입니다.

    <New World Alive>(photo by Roddy MacKav)

    일상의실천이 추구하는 야망이 있다면?

    이거는 야망이라기보다는 소망인데, 우리 사회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큰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뿐 아니라 대중으로부터의 자유도 함께요. 국내 상황을 보면 어떤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 편 가르기를 하는 현상이 강해요.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의 어떤 행동에 대해 비판하면 사람들이 ‘A와 B는 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 비판은 B의 행동에 대해 것이지 B 자체를 공격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이런 사람들의 강한 고정관념이 유연해졌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하려는 것 중에 굉장히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작업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저희가 하려는 게 무슨 분쟁을 촉발시키려는 작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집단이나 관계에 대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라고 봐요. 그런데 막상 하려고 보면 이상하게 몸을 사리게 되거든요. 밥벌이 끊길까 무서워서 작업하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가 없었으면 해요.

    KT&G 상상마당아카데미의 전방위 글쓰기 매거진 『현대인』
    서체와 색상, 그리고 종이의 질감으로 ‘현대인’이라는 주제의 도회적/도식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일상을 실천하는 디자이너들 – 2

    각자에게 일상의실천은 어떤 의미인가요?

    권준호 디자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든 그것이 알맹이가 없는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일들에 대한 실천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의실천’이라는 이름 자체가 제가 앞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삶의 방향에 대한 마음가짐을 반영하고 있어요.

    김경철 디자인은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고 발전시켜가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죠. 일상의실천에서는 이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김어진 일상의실천이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는 디자인이 아닌, 내 곁에 있는 크고 작은 것들의 목소리를 가치 있는 결과물로 담아낼 수 있는 디자인스튜디오가 되길 바랍니다.

    한민지 좋은 동료와 함께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구상하고 진행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디자인을 통해 다방면의, 많은 주제의 이야기를 실현해보고자 합니다.

    각자가 바라보는 멤버들의 장점

    권준호 작업에의 열정 /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시도 / 엄청난 추진력

    김경철 놀라운 지구력 / 만능 재주꾼 / 기술적인 의미의 해결사

    김어진 섬세함 / 강력한 디테일 / 요리도 디자인처럼 꼼꼼한 아마추어 요리사

    한민지 색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지닌 컬러매니저 / 멤버 간 균형을 맞추는 조율사 / 심신 안정을 돕는 차분한 목소리

    <거짓을 거부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1부 다시 보기.(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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