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의미하는 단어 '일상'. 뜻 자체는 간단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간단하지 않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우리의 일상에 걸쳐 있는 문제가 너무 많고 복잡하지 않은가. 때로 불편하기까지 한 이런 일상에 대해 어떤 이는 눈을 돌리고, 어떤 이는 마주 본다. 디자인스튜디오 '일상의실천'(홈페이지)은 후자에 가깝다. 주로 NGO, 혹은 문화예술단체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하는 그들. 불편하고 복잡한 일상을 마주 보는 스튜디오 일상의 실천을 만나보았다.
일상의실천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요?
올해 4월 처음에는 김어진, 김경철 두 명이 Handprint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대학 동기였던 권준호와 그의 지인인 한민지가 합류했는데, 이 넷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일상의 실천’입니다. 서로 추구하는 작업의 방향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모이게 되었죠. 사실 원래는 ‘Everyday Practice’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디자인 읽기'(홈페이지)라는 사이트에 누가 이런 질문을 올렸더라고요. 왜 한국 디자인 스튜디오는 스튜디오 구성원도 클라이언트도 한국인일 텐데 다들 영어이름을 쓰느냐고. 비판적이라기보다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올린 질문이었는데, 저희가 보기에도 맞는 말인 거예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일상의 실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올해 4월 영국에 있던 준호 씨가 귀국하면서 다 같이 사용할 공간을 알아봤으니까, 멤버 모두 같은 공간을 쓰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귀국하기 전부터 약 1년 반을 ‘일상의 실천’에 대해 이야기했고, 서로 작업의 방향이나 콘셉트를 공유해 나갔죠.
서로 추구하는 작업의 방향이 비슷하다는 것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원래 준호 씨는 대학에 다닐 때도 사회적인 문제에 관한 관심이 굉장히 강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인권이나 환경 문제에 대한 작업을 했는데, 작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그런 문제와 관련 있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디자이너로서 도울 일들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일을 하고 조금이나마 돈을 받다 보니 계속해서 관련 단체와 함께하게 된 거죠. Handprint로 활동했던 두 명은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시작한 거예요. 직장에서 만드는 디자인이 너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좋은 기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기업 이미지를 예쁘게 포장하고, 디자이너는 돈을 벌기 위해 그걸 묵인하거나 인정하질 않는 거죠. 그런 것이 너무 힘들어서 거짓말이 아닌 작업을 해보자 하고 NGO에 먼저 메일을 보내 제안했죠. 이런 공통분모가 있으니 일상의 실천을 만들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방향이 잡힐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NGO와 함께하는 것은 일반 기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NGO들은 디자인 인력이 굉장히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비용적인 문제로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먼저 제의를 해도 머뭇머뭇하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자리를 잡는 게 쉽지 않았어요.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나요?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오죠.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노력해요. 보통 국내 기업을 보면 되게 경직된 분위기가 있잖아요. 갑자기 몇 시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고 해도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저희는 따로 일상에서 분리하지 않고 밥 먹다가도 이야기하고, 단체 채팅방에서도 이야기해요. 그렇게 해도 어색하지 않도록 하는 거죠.
작업을 보면 왠지 한글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일부러 영문자 사용을 자제하려는 의도가 있나요?
딱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NGO들이 기본적으로 영어가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저희가 월드비전 애뉴얼 리포트 디자인도 하고 있는데, 이쪽은 오히려 반대에요.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국문판과 영문판을 같이 만들어야 하죠. 게다가 영문판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영문판을 기초로 잡고 작업합니다. 물론 별로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도 영어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죠. 쓸데없이 동어반복을 한다든가···.
일상의실천이 추구하는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처음에 Handprint를 시작할 때는 두 가지 의미를 두고 시작했어요. 유명인이 건물이나 도로에 찍는 핸드프린트처럼 기념이 될만한 작업을 하자. 그리고 손이 많이 간 것이 느껴질 수 있는, 장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작업을 하자. 디지털적인, 어떤 자동화를 통한 작업보다는 인간적인 맛이 나는 작업을 추구하는 거죠. 여기에 더해서 흐름을 벗어난 디자인을 하려는 것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유행하는 ‘세련된’ 디자인을 따라가려는 시도가 많잖아요. 마치 옷을 입듯이 유행을 따라가는 거죠. 사실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게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거든요. 그런데 그런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서 무엇이 옳다고 말하는 문법이 생긴 겁니다. 저희는 거기에서 벗어나도 멋지고 세련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픽 디자인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일상을 실천하는 디자이너들
권준호 “그래픽디자이너. 하지만 디자인의 경계 안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창작자” 전반적인 그래픽과 편집디자인, 그리고 디자인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는 실험적인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경철 “일상의 그래픽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인 작업 전반에 참여하고 있으며, 주로 웹 기반의 디자인 작업들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정도 담당하고 잇는데, 이 부분이 디자인보다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김어진 “디자인을 얄팍한 속임수로 사용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그래픽디자이너”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참여하고, 작업에서는 인쇄물 전반에 대한 그래픽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벗어나면 ‘일상의실천’의 술자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민지 “텍스타일 디자이너” 상품과 관련한 프로젝트와 패턴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잔소리와 짜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거짓을 거부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2부로 이어집니다(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