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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스튜디오 ‘d note’ 이중구·유희정

    YG 엔터테인먼트 코스메틱 브랜드 문샷(Moonshot)의 디자인 작업 담당한 스튜디오 ‘d note’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6년 01월 08일

    디자인 스튜디오 ‘d note’ 이중구·유희정

    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10년 넘게 큰 어려움 없이 해마다 작업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면 어떨까? 해오던 분야의 일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훌륭한 성과를 낸다면? 존경스러운 디자이너와 오래 일하는 행운까지 가진다면? 현실에 없는 이상적인 스튜디오에 대한 상상이 아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d note의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d note의 양 날개, 이중구 대표와 유희정 실장을 만났다.

    d note에 대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두 분이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는지요?

    2004년에 설립했고요, 대학 및 대학원 선후배 사이예요. 조 작업을 함께 많이 했던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웃음). 대학원 졸업할 무렵 존경했던 선생님께서 회사를 만드시고 와서 일하라고 해서 몇 년 다니다가 독립하게 됐는데 벌써 12년이 지났네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회사 차리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일이 있었어요. 클라이언트와 한번 파트너십을 가지면 오래가는 편이고 서로 만족하는 일이 많았어요.

    d note의 개성 혹은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상황판단이 빠른 편이에요. 대화도 많이 나누는 편이고요. 일을 할 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비합리적인 건 개선을 요구하기도 해요. 예전엔 저희 별명이 쌈닭이었어요(웃음). 하지만 꼼꼼하게 일하고,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디자인 외의 다른 부분에서 오류를 찾아낼 때도 많아요. 예들 들면 오탈자를 찾는 정도가 아니라 내용이 이상한 부분까지 파악하고 확인을 요청해요. 자료를 보면 팩트와 더불어 팩트의 이면도 함께 보기 때문에 때로는 클라이언트보다 더 많은 걸 파악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봐주니까 좋다고 하세요.

    특유의 재기발랄함 또한 플러스 요인일 것 같은데요.

    다른 곳과 일할 때 느꼈던 답답함이 저희랑 일하면서는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클라이언트로 일을 의뢰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필요한 게 어떤 건지 모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저희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굉장히 집중해요. 디자인을 제안할 때도 우리의 포트폴리오로 쓰기 좋은 것보단 클라이언트의 현시점에서 중요하고 정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요. 무조건 신뢰한다는 클라이언트도 계셔서, 그런 점은 정말 감사드려요.

    이름을 d note라고 지은 이유가 있으신지요?

    굉장히 즉흥적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회사를 차리기로 결정하고 사무실 오픈까지 20일 정도 걸렸죠. 의도가 있긴 했어요. 노트(note)가 음악에서 음을 말하는 거잖아요. c는 도고 d는 레고…. ‘디’라고 하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딱히 그렇게 정해 두진 않았고요, 디자인 회사지만 문학적이거나 음악적인 느낌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 느낌이 잘 살지는 않는 것 같아요. 디자인 공책이라고 하신 분도 있고 데스노트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웃음).

     서울미술관 아이덴티티 디자인, 2012, 클라이언트: 서울미술관
    국립무용단 ‘향연’ 홍보물 디자인, 2015, 클라이언트: 국립극장
    이중구 대표는 통찰력과 직관력이 강하다. 큰 흐름을 보고 맥락을 정확하게 짚는다. 사고력과 언어가 강점이다. 유희정 실장은 공간 지각력이 발달했다. 큰일 앞에서도 대범하고 좀처럼 마인드가 흔들리는 법이 없다. 감성적인 사람과 이성적인 사람,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 가장 좋은 형태의 파트너십을 만들어낸 좋은 사례일 듯싶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건가요?

    YG 엔터테인먼트의 코스메틱 브랜드인 문샷(moonshot) 작업을 한 거예요.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였지만 오랜만에 아트워크를 한 기분도 들었고요. 결과물이 발표되었을 때 반응도 굉장히 좋았고, 무엇보다 일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저희 디자인을 전적으로 수용해주셨고, 나중에는 브랜드 전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까지 의뢰해주셨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좀 더 폭넓은 일을 하고 싶어요. 단지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관련 상품기획, 공간, 커뮤니케이션 등 브랜딩 전체를 포괄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책상에서 디자인, 디자인 고민하는 것보다 나가서 활동하는 걸 좋아해요. 디자이너는 관심과 취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보니 클라이언트도 자연스럽게 초기와 달리 패션, 호텔, 쇼핑, 화장품 등으로 이동해온 것 같아요. 사실 뭐를 해도 잘할 것 같아요(웃음).

    지금 주력하는 일은 어떤 작업인가요?

    몇 가지가 있는데 작년부터 호텔롯데 전체 호텔 브랜드의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어요. 5성급인 롯데호텔과 4성 롯데시티호텔 작업은 끝났고요. 2016년 1월에 명동 오픈이 예정된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L7’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디자인 마무리 과정 중이에요. 내년에는 6성급 호텔 작업이 남아 있고요. 신세계에서 ‘T 커머스’ 텔레비전 홈쇼핑을 시작했는데 그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고, 서울 패션위크 2016 S/S는 끝났는데 F/W를 곧 들어갈 예정이에요.

    일하는 방식이나 삶의 방식이랄까,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일벌레처럼 일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웃음). 디자인을 정말 잘하고 싶고 평생 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지만, 좋은 디자인 결과물만을 내는 것보다 디자인을 포함한 좋은 삶을 사는 데 관심이 더 많아요. 불필요한 야근은 하지 않고 최대한 정시에 퇴근하려고 노력하고 주말엔 절대 일 안 해요. 삶의 질이 중요하다고 여기거든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노는 것도 좋아해요.

    moonshot 패키지 디자인, 2015, 클라이언트: YG PLUS_code cosme
     moonshot meets girls 캠페인 디자인, 2015, 클라이언트: YG PLUS_code cosme
    [상] L7 HOTELS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2015, 클라이언트: 호텔롯데(베이식시스템디자인 LIPPINCOTT) [하] LOTTE City Hotels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2015, 클라이언트: 호텔롯데(베이식시스템디자인 LIPPINCOTT)
    NONA9ON 아이덴티티 디자인, 2014, 클라이언트: YG x 삼성물산
    그들은 고분고분하진 않다. 발랄하지만 경우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예의 없이 구는 클라이언트에게 이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할 줄 아는 자신의 목소리를 가졌을 뿐이다. 을의 소심함이 아닌 대등한 파트너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가진다. 실력으로 일하고 상식을 지키고 부당한 요구는 수용하지 않되 허세는 없다. 수많은 디자인 회사가 명망 성쇠를 거듭하는 이때, 12년째 건재함을 과시하는 스튜디오의 힘의 원천이 아닐까. d note, 참 좋다. 

    12년 동안 꾸준히 유지하고 발전된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오랫동안 믿고 일을 의뢰해준 클라이언트 덕이 큰 것 같아요. SK텔레콤, 좋은책신사고 등은 12년 동안 함께 일했어요. 고정 클라이언트의 일이 끝나도 항상 새로운 기회가 왔던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고요. 패션 쪽 일이 많아진 건 제일모직 CI 작업을 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조금씩 새로운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작업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기준이랄까, 포인트가 있나요?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부적절한 방향을 지우는 것이 시작인 것 같아요. 매번 미팅하거나 자료를 받으면 답은 대부분 그 안에 있어요. 자료의 보이는 내용과 그 이면까지 파악하려고 생각을 하다 보면 아, 이 클라이언트가 여기서 헤매고 있구나, 라는 걸 찾기도 하죠. 일할 땐 함께 하는 동료들과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많이 해요. 보기에 멋진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현명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는 것이라고 봐요.

    스튜디오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초기 때와는 분명 변화가 있는데 제일모직 CI 전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프로모션 관련된 일들이나 기업홍보, 편집디자인 일이 많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후에는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이 많아졌어요. 전환이라면 전환인데 저희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처음 6~7년은 고정 클라이언트의 정기적인 일을 많이 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고민은 지금 더 많아졌고, 만족감도 지금이 더 높아요. 크게 돈 버는 일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잘된다고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저희가 잘할 수 있는 만큼만 해온 것 같아요.

    디자이너로 오래 일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를 포함해서 하는 얘기인데, 일단 사람이 매력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는 것도 좋고 일을 잘하는 것도 좋은데 사람이 매력적인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결과물은 좋은 편이어도 직접 만나보면 인간적으로는 별로 매력이 없는 디자이너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명해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도 노력하면 키워지거든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좋겠어요. 매번 아주 굉장한 게 나오진 않더라도 별로라고 생각되는 건 안 나올 거거든요. 클라이언트의 성향이나 취향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고 좋은 작업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 제일모직 아이덴티티 디자인, 2011, 클라이언트: 제일모직 [하] 서울패션위크 2016 S/S 아이덴티티 디자인, 2015, 클라이언트: 서울디자인재단
     SFDF 아이덴티티 디자인, 2011, 클라이언트: 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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