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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주목한 디자인 신간

    국내 도서 중 디자인 분야는 문학, 역사, 자기계발, 경영 같은 타 분야에 비해 새 책 출간의 잦기가 적은 편이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여하간 디자인 신간은 한 권 한 권 눈에 잘 띈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0년 11월 23일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주목한 디자인 신간

    국내 도서 중 디자인 분야는 문학, 역사, 자기계발, 경영 같은 타 분야에 비해 새 책 출간의 잦기가 적은 편이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여하간 디자인 신간은 한 권 한 권 눈에 잘 띈다. 저자와 출판사 입장에선 퍽 모험적 환경이다. 한 권 한 권 탁 튀므로 타 신간과의 비교 구도 또한 확연하다. 영화로 치면 기대작 두세 편이 같은 날 동시 개봉을 한 것처럼. 비약일 수 있겠는데, 디자인 분야의 저자와 출판사는 얼마간 모험을 감행한 자세로 독자들과 만나는 셈이다. 책 자체에 관한 품평은 나중 문제다. 우선은 반기고 볼 일이다. 널리 알릴 만한 일이다. 그래서, 최근 두 달(10·11월) 사이 등장한 반가운 디자인 신간들을 소개한다.

    제목이 눈을 붙든다. ‘북한 디자인’이라니. ‘북한 산업미술’이라니. 저자 최희선은 MBC 미술센터 디자이너이자 공간디자인 박사로, 10년 가까이 북한의 산업미술사를 연구해 왔다. 상하권 총 2부작으로 구성된 『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는 저자의 10년 연구를 집약한 결과물이다.

    사족을 보태본다. 요사이 좀 뜸해졌는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엔 몇몇 시사 프로그램들이 ‘북한 제대로 알기’ 류의 기획물을 선보였었다. 만약 그 시기에 이 책이 출간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디자인계뿐 아니라 시사 영역에서도 꽤 화제가 되지 않았으려나.

    About Book

    · 제목  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 북한산업미술 70년(① 1945-1999 / ② 2000-2018)
    · 지음  최희선
    · 규격  ①② 188×257㎜
    · 분량  ① 512쪽 / ② 496쪽
    · 출판사  담디
    · 출간일  2020. 11. 2.


    타입페이스(typeface)를 직접 짓거나 그래픽에 적극 활용하는 디자이너들이라면 자연스레 ‘문자학’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한글을 위시한 동아시아의 문자들, 그리고 알파벳 너머의 세계 여러 문자들과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크든 작든 이런 지적 욕망을 품은 이들에게 『크메르 문자 기행』은 필독서일 수도 있겠다. 크메르 문자는 캄보디아의 국어인 크메르어를 표기하는 문자다. 태국의 문자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책 제목에 쓰인 ‘기행’이라는 키워드대로, 이 책은 디자인 분야와 여행에세이 분야 양쪽을 아우른 채 인터넷서점에 등록돼 있다. 즉, 이론서가 아닌 산문집의 틀을 갖춘 것이다. 크메르 문자를 테마로 한 캄보디아 여행기, 라고 하면 어떨까.

    About Book

    · 제목  크메르 문자 기행
    · 지음  노성일
    · 규격  125×180㎜
    · 분량  412쪽
    · 출판사  소장각
    · 출간일  2020. 10. 29.


    『타이포그래피 서울』의 디자이너 인터뷰 애독자라면 〈100 필름 100 포스터〉라는 전시명이 낯익을 것이다. 많은 인터뷰이들이 이 전시에 참여했고, 인터뷰 기사를 통해 각자의 출품작을 소개한 바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특설 행사인 〈100 필름 100 포스터〉는, 국내 디자이너들이 재해석한 영화제 초청작들의 포스터를 선보이는 자리다. 얼터너티브 무비 포스터(Alternative Movie Poster) 기획전인 셈이다. 매거진 『GRAPHIC』이 전시 주관과 큐레이팅을 맡고 있다.

    2020년 작품들의 도록과 엽서집이 지난달에 나왔다. 『GRAPHIC』의 출판사 프로파간다가 엮고 만들었다. 코로나 시국 탓에 전시장(전주 팔복예술공장)을 못 갔던 분들이라면, 아쉬우나마 지면으로라도 작품을 감상해보시길.

    About Book

    · 제목  100 Films, 100 Posters 도록 2020 / 100 Films, 100 Posters 엽서집 2020
    · 엮음  프로파간다 편집부
    · 규격  230×297㎜ / 113×162㎜
    · 분량  160쪽 / 186쪽
    · 출판사  프로파간다
    · 출간일  2020. 10. 20.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만드는 『글짜씨』는 한국 디자인계에서 귀한 책이다. 학술지로서 10년째 간행을 이어 오고 있다는 것, 이 점 하나만으로도 『글짜씨』는 유의미하다. 2010년 2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2020년 10월 18호가 나왔다. 2018년 17호 이후 약 2년 만이다. 그간의 『글짜씨』가 각 호 사이 시간차를 보통 한 달 혹은 수 개월로 유지해왔음을 생각하면, 이번 최신호는 꽤 오래간만에 등장한 셈이다.

    『글짜씨 18』은 2년 만에 발간된 최신호이면서,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창립 10주년 기념호이기도 하다. 출간 이후 출판사 안그라픽스는 “인사동 한식집 바닥에 둘러앉아 뜻을 모았던 학술지가 18번째 발행을 이어갑니다.”라는 감회를 덧붙이기도 했다.

    About Book

    · 제목  글짜씨 18
    · 엮음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 필진  조영호, 이건하, 이노을, 민본, 노은유·함민주, 윤충근, 김영나. 김현미 등
    · 규격  170×240㎜
    · 분량  336쪽
    · 출판사  안그라픽스
    · 출간일  2020. 10. 19.


    iF, IDEA와 더불어 레드닷(Red Dot)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다. 국내에선 언제부터인가, 이 세 상이 기업들의 대외 홍보용 잇템(!)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시상식 혹은 수상작 자체의 면면과 의의를 밝힌 리뷰들을, ‘우리 기업이 무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라는 메시지(aka 보도자료)가 압도해버리는 모양새랄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라는 수식어의 신비감(?)이 얼마간 희석된 느낌도 든다.

    여하간, 레드닷의 최신 수상작 모음집이 출간됐다. Living, Doing, Working, Enjoying, 이렇게 총 네 권으로 묶여 나왔다. 전부 합치면 1,770쪽에 달한다. 국제 디자인 어워드가 선택한 각 부문별 수상작들과 심사평, 그 작품들을 창조한 세계 각지 디자이너들의 작업 노트 등이 실려 있다.

    About Book

    · 제목  Red Dot Design Yearbook 2020/2021: Living, Doing, Working & Enjoying
    · 엮음  Peter Zec
    · 규격  300×300㎜
    · 분량  1,770쪽
    · 출판사  Red Dot Editions; Bilingual edition
    · 출간일  2020. 10. 10.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스타트업〉에 폰트 얘기가 등장한 바 있다. 극중 벤처기업 ‘네이쳐모닝’ 대표인 원인재(배우 강한나의 배역)가 해커톤 행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이다. “폰트 하나를 제작하는 데 전문 디자이너 10여 명이 달라붙는다”, “한 땀 한 땀 디자인하려면 (제작비가) 최소 1억” 같은 대사들이 이어진다. 실제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겐 익숙한 팩트들이다. 〈스타트업〉 원인재는 경쟁 PT에 맞게 핵심 정보만을 간추렸지만, 폰트 개발 실무는 책 한 권으로 묶일 만큼 방대한 희로애락(!)을 품고 있다. 『한글 디자인 품과 격』이 그 증거다.

    올해 한글날, 윤디자인그룹 편석훈 대표는 『한글 디자인 품과 격』이라는 저서를 발표했다. 디자인 기업의 경영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가 지난 십수 년간 지휘했던 여러 굵직한 프로젝트들(서울서체, 노브랜드 전용서체, 위메이드 CI 및 전용서체 등)의 개발기와 뒷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묶었다. 초기 기획 단계의 아이데이션, 본격적인 글꼴 디자인 실무, 수차례 이어지는 수정 작업, 최종 출시 후 소비자 평가 등 폰트 한 벌의 제작 과정을 다양한 실례와 함께 기록한 것이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흥미로워 할 내용들이다.

    그런데 편 대표는 『한글 디자인 품과 격』을 통해 윤디자인그룹이 기존의 ‘폰트 회사’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1989년 설립 이래 ‘30년 폰트 회사’로 커 왔던 성장사를 바탕으로, 이제는 ‘브랜딩 기업’으로 기업 정체성을 탈바꿈한다는 선언과 근거도 담았다. 이른바 ‘타이포브랜딩(typography + branding)’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글자를 브랜딩의 중심 요소로 삼아 통합 브랜딩 전략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이 책에 소개된 노브랜드, 빙그레, 위메이드, 티머니 등 기업의 프로젝트가 그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About Book

    · 제목  한글 디자인 품과 격
    · 지음  편석훈
    · 규격  175×225㎜
    · 분량  264쪽
    · 출판사  윤디자인그룹
    · 출간일  2020. 10. 9.


    이 책은 이른바 ‘실물 비평’을 표방한다. 출판사 작업실유령(워크룸 프레스와 슬기와민의 공동 임프린트)이 실물 비평 시리즈 ‘유령작업실’의 첫 번째 책으로 선보이는 것이 이 책이다. 출판사는 실물 비평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비평은 대개 실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물 비평’은 사족에 가까운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실물이기 어렵거나, 실물에 가까운 상태로 머무는 동시대 창작 환경은 실물 비평을 필요로 한다. 작업실유령은 창작과 평론이 서로 이어지고 생성되는 회로로서 ‘유령작업실’을 펴낸다. 『재료: 언어―김뉘연과 전용완의 문학과 비문학』은 그 첫 번째 책으로, 실물에 입각해 창작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제안한다.”

    이 책이 위시하는 실물 비평을 ‘실무 비평’으로 번안해 받아들여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저자 최성민(슬기와민)은 편집과 편집디자인이라는 실무를, 편집자 김뉘연과 디자이너 전용완이라는 실무자들과의 대담을 통해, 그리고 저자 자신의 글을 통해 비평적으로 사유한다. 읽다 보면 어느 틈엔가 편집과 편집디자인이라는 실무가 ‘실물’처럼 생생히 감각되기에 이른다. 특히 시집의 편집을 논하는 대목에선 ‘문학의 문학책-화(化)에 기여하는 비문학적 요소들, 즉 편집의 고민과 방법들’에 경외심마저 들게 된다.

    About Book

    · 제목  재료: 언어 – 김뉘연과 전용완의 문학과 비문학
    · 지음  최성민
    · 규격  120×180㎜
    · 분량  240쪽
    · 출판사  작업실유령
    · 출간일  2020. 10. 1.

    이미지 출처: 알라딘
    『북한에도 디자인이 있을까?: 북한산업미술 70년』(① 1945-1999 / ② 2000-2018)
    크메르 문자 기행』 
    100 Films, 100 Posters 도록 2020』 / 『100 Films, 100 Posters 엽서집 2020
    글짜씨 18
    Red Dot Design Yearbook 2020/2021: Living, Doing, Working & Enjoying
    한글 디자인 품과 격
    재료: 언어 – 김뉘연과 전용완의 문학과 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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