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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노태호

    “건축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우연히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수업을 듣고 시각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3년 04월 19일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노태호

    한 장으로 모든 걸 보여주는 디자인일 경우 그것 자체로 임팩트가 강렬하다. 그런데 그 한 장 다음이 궁금할 때가 있다. 그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프레임을 잇고 이어 움직이게 한다면? 꽃에 앉아 정지된 듯 머무르던 나비가 날갯짓을 시작한다면? 모션 그래픽 스튜디오 메인컨셉(홈페이지 바로가기)의 아트 디렉터 노태호 디자이너를 만났다.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 얼굴, 순간순간 터지는 미소는 회색 구름 사이 한 줄기 봄 햇살처럼 해맑다.

    최근 하고 있는 작업은 어떤 건가요?

    4월 말에 상하이에서 모터쇼가 있어요. 기아자동차 콘셉트 영상을 하나 하고 있는데, 지금 수정 단계에 있어요. 어떤 작업이든 정해진 시간 안에 하는 거라 늘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웃음).

    다양한 작업을 하셨을 텐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독립하기 전 VKR 팀장으로 근무할 때 했던 프로젝트는 대부분 기억에 남아요. 그중 뉴트리라이트 TV CF는 5편이나 작업한 기억이 있어서 더 그렇고요. VKR에 있을 때 좋은 친구들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작업을 많이 했어요. CF 같은 경우는 재미있는 게 피드백 자체가 빠르거든요. 일할 때는 힘들어도 완성된 걸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모션 그래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전공은 건축디자인을 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브랜드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상표 태그 같은 거 모으는 걸 좋아했어요. 네이밍이나 껍데기가 멋있으면 괜히 쿨해 보이고 이유 없이 추종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그게 저의 일하고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다양한 브랜드를 표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대학 때 우연히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수업을 듣기 시작한 이후로 다양한 시각예술 쪽 디자이너들을 좋아했었어요. 계기라면 그때부터인 것 같아요.

    작업 스타일은 어떤 쪽이세요?

    영감이라는 걸 받아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운데 전 영감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도 없고요(웃음). 오히려 주변이나 주변인에게서 소재를 많이 얻으려 해요. 주로 일상 속에서요. 얼마 전 70일 정도 유럽 여행을 갔던 적이 있어요. 유럽의 골목길이 주는 느낌이나 빈티지숍, 하이엔드 편집숍, 카페 등에서 받았던 인상이 이미지화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보는 풍경도 좋아하고요.

    ▶ Nutrilite TVCF (영상 보러가기)
    ▶ TAKE HD
    그는 개인 스튜디오인 메인컨셉을 운영하는 동시에 동료들과 함께 공동으로 작업하는 프로젝트 그룹 리퍼블릭크의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신만의 고집을 부리기보다 시각을 자유롭게 열어두고 수용하는 그의 유연함은 작품에서도 장점으로 발휘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험하되 예전의 것들에서도 배울 줄 안다. 단단한 벽돌로 지어졌지만, 창문이 활짝 열려 있는 집처럼, 그가 있는 곳에서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 

    우리가 볼 때는 몇십 초 영상이라 하더라도 실제 작업량은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네(웃음). 아무래도 작업량은 많은 편이에요. 정지된 이미지는 한 장이지만 영상은 1초를 위해 30장의 프레임이 필요하거든요. 물론 30장을 모두 따로따로 디자인하는 건 아니지만, 그 중간 과정을 고려해야 하니 아무래도 시간은 좀 걸리죠. 스케줄이 짧게 잡히는 일이 가장 힘들어요. 작업기간은 스케일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제작기간이 짧게는 일주일에서, 보통 2~3주 정도 작업해요.

    작업하신 영상을 보면 파편화된 이미지가 나오더라도 일관된 스토리가 느껴질 때가 있어요. 어떻게 구상하세요?

    항상 작업의 시작점은 스토리보드 디자인에 있어요. ‘style frame’이라고도 하는데, 콘셉트를 유지한 6컷 이상의 프레임을 만드는 건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보드 디자인은 콘티로서의 개념보다는 하나의 그래픽 디자인으로서 존재해야 해요. 콘셉트 아트가 되어야 하고요. 사실 영상에선 사운드를 포함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많이 봐요. 시각적으로 현혹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야 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줄 때도 있어야 하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무 생각 없이 봤을 때 느낌이 좋아야 하고, 다시 찬찬히 뜯어봤을 때 완성도가 느껴지는 영상물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업하다 보면 느낌이 좋을 때가 있는데 사실 이것저것 해보는 중에 얻어걸리는 게 많아요(웃음).

    창작자가 좋다고 느끼면 다른 사람들도 역시 비슷하게 느끼는 지점이 있나 봐요.

    많이 만들면서 체득하는 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많은 영상물을 보고 연구하면서 흉내도 내고 새로운 시도도 해보면서 늘 공부하게 되죠. 이쪽 분야에도 트렌드가 있어요. 영상에 국한하지 않고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디자인 작업물을 지켜보고 있죠. 학생들의 작업이나 영상물 이외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고요.

    테크니컬한 부분이 어려울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저도 컴맹에 가까워요(웃음). 컴퓨터로 일하고 있긴 하지만 인터넷 끊어지면 혼자서 해결 못해요(웃음). 테크니컬적인 공부는 부수적이죠. 프로그래밍하는 게 아닌 있는 프로그램을 응용하는 거니까요. 단지 내 몸에 맞게 습득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상업 디자인에 새로운 방식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느낄 때 영상 디자인은 재창조의 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렸을 때 만들던 ‘과학 상자’ 같은 개념이라고 할까요. 이미 주어진 재료들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적합하게 또 세련되게 조합할 것인가의 문제인 거죠.

    ▶ GalaxyTAB launching show
    ▶ HTC (영상 보러가기)
    ▶ Jadore Dior 
    ▶ SIA (영상 보러가기)
    그는 영상을 만들 때 무겁고 진지한 철학을 갖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한번 딱 봤을 뿐인데 아! 좋다! 라고 느끼는 순간적인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고 흘러가는 감각에만 치우치는 것도 아니다. 찬찬히 영상을 뜯어봤을 때 스토리가 있고 기승전결의 연출력이 느껴질 만큼 완성도에도 공을 들인다. 3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리라. 일상에서의 20초는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순간이지만 시선을 계속해서 잡아둬야 하는 영상에서 20초는 영원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긴 시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순간적으로 좋다, 별로다가 결정된다는 게 신기해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순간 느껴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모션 그래픽도 하나의 산업물인데 잘 만들어진 10초짜리 영상도 사람에 따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거죠. 영화 산업처럼 광고 영상은 사람들이 일부러 집중하지도 않고 러닝타임에 관대하지도 않아요. 영상은 1초, 2초 흘러가지만, 저희는 1초 안에서 30프레임을 생각하니까 몇 프레임도 민감하게 느껴지죠. 꼭 전문가라서 느껴지는 건 아니에요(웃음). 일반 분들도 영상을 볼 때는 같은 것 같아요. 정확하게는 모른다 해도 이상하게 부자연스럽다든가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기본적으로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지만 움직이는 영상이니까 생명력이 느껴지도록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연출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기술적인 스킬보다 디자인의 기본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한가요?

    어떤 게 더 중요하다기보다 스킬이나 테크닉은 부족한 대로 배우고 익히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디자인도 그렇지만요. 실무를 맡은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일단 접해보고 모르는 걸 공부한다는 건 어차피 똑같아요(웃음). 다만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타이포그래피나 색채, 레이아웃 같은 디자인 감각이요. 타이포그래피 같은 경우는 기본이기 때문에 가장 어렵게 느껴지고 상대적으로 디자이너의 허점이 드러나기 쉬운 부분인 것 같아요.

    모션 그래픽에 도전해보고 싶어도 일을 해보기 전에는 두려운 게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웃음). 하지만 정해진 답이 없으니까 오히려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내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거든요(웃음). 다작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많이 보고 많이 만들고, 그러면서 하나 둘 자연스럽게 익히면 되니까. 실천주의자가 되라는 말을 좋아하거든요. 일단 해보면 자기 경험에서 노하우가 생겨요. 자신의 기술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걸 인정하면서 그 한계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게 좋은 거죠.

    타고난 감각보다 일하면서 훈련되는 부분이 더 많은가요?

    연출력이나 구성의 감각적인 부분은 뮤직 비디오나 영화의 시퀀스를 유심히 보면 도움이 많이 돼요. 일하면서 계속 잡고 있을 수도 없으니 어느 선에서 작업을 멈춰야 하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웃음). 다양한 클립을 많이 만드는데 최종 단계에서 조율할 때 전체적인 분위기가 틀어져서 당황 하기도 하죠. 그런 차원에서 편집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말 그대로 훈련이 필요하고, 끝은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돼요?

    우선은 개인 스튜디오(MAINCONCEPT)를 잘 운영해 나가는 것이고요, 얼마 전 VKR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동료들과 ‘리퍼블릭크(Republique)’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상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디자인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피자헛 소셜무비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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