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회사가 80여 명의 개성이 공존하는 국내 최고 디지털에이전시로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는 '디자이너 DNA'에서일까? 그것은 단순히 '그릴 줄 아는 스킬'을 뜻하는 건 아닐 것이다. 디지털 시대엔 더더욱. 그렇다면 비결은 무엇일까? 자유와 존중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이전시로 성장 중인 그들만의 '특별한 DNA'가 궁금하다. '디자인 피버'를 만나보자.
2013 하반기 인재채용을 하던데, 디자인 피버의 식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채용 조건이라기보다는 제 개인적으로 ‘헝그리’한 사람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헝그리하다라 건 절실함을 뜻하는 거예요. 절실하면 뭐든지 할 수 있거든요. 자신이 일하는 이유가 분명한 거죠. 나도 어렸을 때 내 브랜드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항상 도전했어요. 굉장히 절실하게 살아왔지요. 저는 목표의식이 있는 사람만이 성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 환영회에 독특한 미션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소개해주세요.
신입사원들이 본인들의 아이덴티티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미션을 줍니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나올 때가 많아요. 미션을 주는 이유는 동기 의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죠. 사회생활을 하다가 힘들거나 딜레마에 빠졌을 때 선배보다는 동기들이 의지가 돼요. 그들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그리고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진행하고 있어요.
사옥을 새로 짓고 계시죠? 새로운 사옥의 특장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새로운 사옥은 건물 자체가 캔버스 느낌이 들도록 지을 거예요. 외관 인스톨레이션을 통해서 디지털 회사임을 표현할 수 있는 설계를 구상 중이죠. 어떻게 하면 복지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에요. 수영장도 만들고 싶은데, 건축상 문제 발생 요소가 많아서….(웃음) 사내 Bar나, Gym을 만들거나, 디지털 하는 친구들이 영상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는 공간, 즉 아지트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업무 공간보다는 휴게 공간에 중심을 두려고 합니다. 지하 1개층, 지상 1개층이 휴게 공간이 될 것이고, 지상 3개층 정도가 사무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건축물 자체에서 디자인 피버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겠죠. 제니소프트도 수영장 등으로 ‘복지’에 대한 상징을 주는 것처럼요.
바닥세미나 등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사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디자인 피버만의 자랑할만한 기업문화를 알려주세요.
바닥세미나 같은 경우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프로젝트예요. 이 우물 저 우물 파도 안 되지만 우물의 크기는 넓혀가야지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할 때 도움이 되도록 경험을 쌓아주고 있어요.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화는 입사 1주년 때 받는 아이패드 선물이에요. 사실 이건 입사 선물인데, 입사하자마자 받고 바로 나가면 안 되니까….(웃음) 직원들은 최신의 디바이스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좋아하더라고요.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서 매년 상을 받고 계시는데요, 가장 기뻤던 수상은 무엇인가요?
디자인 피버가 우리나라에서 해외 어워드 상을 가장 많이 받지 않았을까 싶은데요.(웃음) 레드닷, if 디자인 어워드만 해도 서른 개 이상 받았으니까요. 칸, fwa까지 모두 합치면 40개 정도 될 거예요. 클라이언트를 좋게 만나서 받은 것도 있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뻤던 수상은 꼽기가 어렵네요.
저는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아요. 좋은 일, 나쁜 일에 좌지우지 되지 않으려 노력하거든요. 왜냐하면 희로애락의 깊이를 결정할 수 없다는 거죠. 감정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공정하려고 노력합니다. 80명의 직원을 동등하게 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우리 친구들이 한 프로젝트가 잘 돼도 못돼도 똑같이 응원하고 싶어요. ‘잘함’의 기준이 상에 한정되어서는 안돼요.
웹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을 하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통적인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디지털 분야를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라고 오해하세요. 그래서 디자인으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가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개발, 프로그래밍, 마케팅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요. 하지만 우리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자인’이에요. 디지털 시장은 디자인 자체가 상품이에요. UX의 개념이나 기능, 서비스가 중요할지라도 심미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디자인 임팩트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디자인만을 보고 사는 것은 없지만, 디자인으로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없어요. 디자인은 사람이 최종결정을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요. 요즘은 상품의 성능이 평준화가 돼 있기 때문에, 비주얼이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 사용의 편리함이 뒤따라야죠. 직관적으로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감성적인 디자인을 잘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해야 합니다.
디자인 피버 페이스북 팬이 2천 명이 넘었어요. 소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3, 4년 전만 해도 홍보에 대해 신경을 안 썼어요.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남들이 알아줘야 할 것조차 노출이 안 되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네임밸류를 잘 얻어가는 회사들을 보니 홍보를 잘하더군요. 우리도 필요한 것 같다고 판단해 홍보팀을 신설했어요. 회사 내외부의 일이나 콘텐츠를 만들어서 블로깅을 하고 있어요. 해외담당자를 따로 둬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홍보하고 있지요.
미국인 담당자가 구글과 페이스북 영어판에 홍보를 해주고 있어서 빠른 시간 내에 해외홍보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덕분에 외국 디자이너들의 오퍼도 많이 들어오는 중이에요. 해외 홍보에도 힘쓰는 이유는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한정된 마켓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무 때문이에요.
디자인 작업할 때 타이포를 직접 만들어 쓰시기도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디자인 피버의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다’와 ‘코코마요’에서 사용되는 폰트들을 만들었어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필요해 만들게 됐지요. 윤디자인연구소처럼 프로들이 만드는 서체보다 심미성은 떨어지겠죠. 서체 제작은 조합적이고 시스템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서체도 하나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헬베티카’나 ‘타임뉴로만체’처럼 보편적이지 않더라도 우리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것을 만들지요. 서체 사용은 우리 회사에 통보만 하면 쓰게 해드리고 있어요. 현재 제작된 서체는 4종이고, 영문만 있어요. 한글은 조합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더라고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코코마요’, 갤러리 ‘크리에이티브 다’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코코마요’는 우리가 디지털 업계에 있으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R&D 개념으로 투자하고 있지요. 노하우를 얻고 순환되면서 수주업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요. ‘크리에이티브 DA’는 어찌 보면 생뚱맞은 사업이긴 한데, ‘디자이너’의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하는 중입니다. 우리가 이사 가거나 사무실 오픈할 때, 벽을 꾸밀 장식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잖아요. 지하상가에서 파는 고흐, 피카소 그림 정도밖에 없으니 안타깝지요.
그 그림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복제되어서 개성이 없는 게 아쉬웠죠. 그럼 우리가 직접 유니크한 그림을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어요. 요즘 ‘크리에이티브 DA’와 유사한 브랜드가 생기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껴요. 작품은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과 컨텍하여 판매하고 있고, 리미티드 버전이에요. 모두 공수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좋아요.
3명의 청년이 시작한 디자인 피버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항상 달려오다 보니 감흥을 느끼는 것 자체가 사치인 생활이 되어버렸어요. 저는 최근이 가장 기쁘고 슬픕니다. 1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며 상징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상태가 되어서 기뻐요. 물질적으로는 사옥을 짓거나, 사업 확장, 또는 우리 친구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시도들. 예를 들면 분사를 해서 기존 스텝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일 등이 있겠죠. 앞으로의 주인공을 체인지하는 시도를 할 거예요.
내가 만든 회사지만,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진 것을 나누는 시기라 굉장히 기쁩니다. 현재 대표 3명 중 1명은 안식년으로 1년 동안 쉬고 있는데, 그런 시스템을 만든 것도 좋고요. 반면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슬픈 점은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거예요. 물질적인 게 아니라 일을 놓아야 하는 것이 슬프죠. 일이라는 에너지를 얻는 베이스가 사라지니까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겠죠.
디자인 피버의 메타포 중에 ‘임팩트를 넘어서, 설득을 위한 디자인’이 가장 인상적이던데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비주얼 임팩트’라는 단어만 놓고 보자면 ‘멋진 그림’을 뜻해요. 하지만 이제는 멋진 그림으로 소구되는 시대가 아니에요. 설득 요소로 사용자들을 이해시켜야 해요. 개인적으로 ‘메타포’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디자인의 지론처럼 생각해요. 디자이너라면 사물을 간략하게 또는 다른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메타포를 잘 만들어야 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죠. 타이포그래피도 마찬가지로 메타포 아닌가요? 추상물이고,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골드러시, 인사이트 전 등 프로모션에 디자인 피버만의 새로운 시각이 녹아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런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차적으로는 고객들의 마인드가 오픈 되어 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프로젝트들은 제일기획과 함께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쪽의 기획력도 많이 포함돼있죠. 마케팅 플로우를 만드는 건 그쪽이 더 프로니까요.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비주얼 임팩트에 관한 것입니다.
비주얼은 이 시대 마케팅의 큰 축이고 우리의 DNA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이에요. 요즘은 주로 온라인에서 마케팅이 이루어지는데, 인포메이션 오버로드 세상에서 개인이 볼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죠. 그래서 설명적이면 안 돼요. 딱 보고 ‘오~!’ 하는 걸 만들어야 합니다.(웃음) 우리의 렉서스 비주얼 이퀄라이저처럼 조형적 메타포들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디자인 피버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지향하는 대화의 기술은 어떤 것이 있나요?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해요. 비단 디자인 피버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 사람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화는 이미지네이션이 되게 해야 해요. 예를 들어 ‘하늘’이라는 단어를 텍스트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하늘이 상상되어야 하죠. 노을진 하늘, 파란 하늘, 흰 구름, 먹구름 등이 그려져야 해요.
실례로 타사에서 만든 삼성전자 세탁기 바이럴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눈 내리는 산에 세탁기가 있어요. 갑자기 흑곰이 나타나서 세탁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줄행랑을 칩니다. 그런데 그 흑곰은 옷을 벗더니 세탁을 마친 후 백곰이 돼요. 텍스트만으론 유치한 유머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것을 보면 굉장히 리얼합니다.
텍스트로 해석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비주얼로 보았을 때 좋아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그렇기에 서로 잘 이야기하고, 잘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이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말해야 하지요. 그렇게 말하려면 본 그림이 많아야 해요. 영화나 책을 많이 봐야 하는 이유지요.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화면 중에 하나를 생각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