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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하게’ 실패하는 방법: YCT 주니어 PM의 성장기 (1)

    '정확하게' 실패하는 방법: YCT 주니어 PM의 성장기 (1)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그 프로세스가 운영되는 과정에 더 많은 초점을 맞췄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니 차라리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발행일. 2023년 12월 01일

    ‘정확하게’ 실패하는 방법: YCT 주니어 PM의 성장기 (1)

    신형철 문학 평론가는 2014년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씨네 21에서 써왔던 영화 비평을 묶은 책인데, 책의 서문에서는 왜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제목을 쓰게 되었는지 설명되는 부분이 있다. 장승리의 두 번째 시집 <무표정>(2012)에 수록된 시 <말>에서 등장하는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라는 한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음이 언급된다. 이리하여 책 가장 서두에 책의 제목을 설명하는 문장이 적히게 된다.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한 진실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2014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사진 출처: 교보문고

    윤디자인그룹이라는 기업 내에서 신규 서비스를 기획한다는 건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기업 전용 서체, 구독형 폰트 등 디자인 전반에 굵직한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에서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기에, 결과물을 만드는 데에 있어 시각적으로 잘 나와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고민도 있었다. 그러나 신형철 평론가의 책 제목과 같은 생각을 하며 이번 기획에 어떻게 임해야 할지 고민의 방향을 바꿨다.

    새로 기획될 서비스는 앞서 신형철 평론가가 지은 제목 중에 등장하는 ‘실험’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 완성된 MVP 빠르게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유저가 보여주는 행동과 반응을 토대로 의사결정 하고, 개선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유저의 반응을 토대로 고민하는 것이 서비스에 대한 ‘정확하게 사랑의 실험’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아가 이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그 프로세스가 운영되는 과정에 더 많은 힘을 쓰기로 했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니 차라리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모든 프로젝트는 한 달 동안 배포, 개선, 성과 분석을 목표로 이루어졌다. 프로젝트 기간을 한 달로 잡자 우리의 행동 기준은 효율성에 강한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해내고자 했다.

    비즈니스적 임팩트보다 ‘재밌는’ 서비스에 방점을 찍어주세요.

    한 달에 걸친 기획과 제작 기간을 통해 최종적으로 만든 신규 서비스는 ‘MBTI’와 ‘방명록’을 합친 ‘MBTI 방명록’이다. 옛날 싸이월드 시절에 친구의 계정에 들어가 방명록을 썼던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단박에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오르비

    친구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실 없는 한 줄을 남기던 것 문화를 2023년에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옛날 싸이월드의 포지션을 수 많은 서비스들이 치열하게 대체하려 노력해왔고 최종 승자는 인스타그램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에 방명록 기능 추가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에 걸어두면 누구나 와서 방명록을 쓸 수 있게 했다. 특히 방명록을 쓸 땐 작성자의 이름 대신에 MBTI를 적게 해서 ‘누가 쓴 것인지 알 수 없는’ 반 익명성을 주어 재미 요소를 가미했다.

    어쩌다가 이런 기획을 하게 됐을까? 윤디자인 그룹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 가장 강력한 무기는 폰트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폰트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없다. 지금 읽고 있는 글부터, 보고서, 제안서, PPT, 신문, 뉴스, 등등 모든 매체에는 폰트가 적용되어 있기 마련이다. 최고 의사결정을 가지신 분께서는 이러한 부분을 설명해주시면서 윤디자인 서체를 활용해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주셨다.

    임직원 미팅 후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UGC (User Generated Content) 형식을 띠어야 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즉 사용자들이 생산한 콘텐츠가 공개적으로 게시, 공유, 소비되는 서비스여야 했다. 그리고 폰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종류는 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약 사항으로 두었다. 여러 미팅과 리서치를 진행해보고 다양한 사례를 참고해 우리는 ‘방명록’이라는 기능을 생각하게 되었다. 글의 무게가 무겁지 않고, 친구 관계를 레버리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까지 나온 아이디어에 유저들이 실제로 반응할지는 의문이었다. ‘차라리 DM을 보내는 게 더 나은 거 아니야?’라던가 ‘본인 프로필에 다른 웹사이트 링크를 얹고 싶어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러 의문을 가설로 발전시켰다. 고민과 우려 사항만 늘어놓다가 끝내기보단 빠르게 실행하고 실험하고 나서 성패를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유저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MVP를 만드는 쪽에 힘을 실었다.

    향후 feature 별로 유저들이 직접 커스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염두했다. 이에 회원과 비회원에 대한 정책을 세우며 작업했다.

    이렇게까지 나온 ‘방명록’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로는 매력도가 부족했다. 특히 기능으로 봤을 때 폰트를 바꿀 수 있다는 그 자체로서 별 매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추가적인 킥(혹은 와우포인트)를 넣어야 했다.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유튜브를 찾아보고 웹사이트를 사방팔방 찾아보면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16가지의 MBTI 유형과 관련해서 레터링 시안이 쌓여있는 폴더를 발견했고 우리는 이 컨셉을 그대로 섞어 서비스로 구현하기로 결정했다.

    방명록을 쓰기 위해 들어온 친구가 자연스럽게 ‘나도 만들어야지’ 하면서 공유하는 것, 다시 말해 바이럴이 일어나는 것을 서비스의 OMTM (One Metric That Matters)으로 잡았다. 이때부터 기능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기 시작했다. 화면은 캡처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고, 기능과 feature는 어떻게 나와야 할지 일이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히 MBTI 컨셉은 서체, 그래픽 작업에 능숙한 디자이너가 이미 잘 만들어뒀기에 우리가 재료로 잘 쓰기만 하면 됐다. 방명록에서는 윤디자인의 폰트가 콘텐츠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고, 친구간에 공유될 수 있다면 성공이었다. 길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업 기획, 마케팅, UX 리서치, 데이터 분석(잘알을 꿈꾸는) 에 관심이 많은 박현준(본인)과 프론트엔드, UI 디자인, UX 기획에 관심이 많은 조성훈님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둘은 본격적인 제작에 나섰다.

    • 해당 시리즈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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