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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의 호리틱 #13 한국경제신문 제호

    기존의 한글 디자인을 호리틱[이호+critic]하게 바라보기 ― 한국경제신문 제호


    글. 이호

    발행일. 2021년 05월 21일

    이호의 호리틱 #13 한국경제신문 제호

    열세 번째 호리틱은 국내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한국경제신문의 제호를 소개하겠습니다. 1964년 창간되어 올해로 57년째가 되는 한국경제신문은 ‘민주시장경제 창달’이라는 사시(社是)에 맞춰 신문을 제작해 오고 있고, 미디어 통합 시대에 맞춰 한국경제TV, 한경닷컴,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P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는 자회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경제신문 제호를 살펴볼게요.

    한국경제신문의 제호는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돋보이는 형태로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이 느껴지는데요. 특히 빗침과 내리점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제’의 ‘ㅈ’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많은 신문사 제호들 중에서도 성격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경제신문의 제호에서 살펴볼 부분은 크게 여섯 가지예요.

    첫 번째는 자소 굵기.
    한글의 경우 글자를 이루는 자소의 획은 가로획, 세로획, 사선으로 이어져 있는데요. 제호를 보면 가로획은 얇고 세로획이 굵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경우 직선과 함께 곡선이 많은 글자들은 직선과 유사해 보이도록 굵기를 조절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두 번째는 곁줄기 위치.
    가로모임꼴 ‘경, 제’의 가로 곁줄기의 위치와 길이는 초성 자소의 형태에 따라 조정해주는 것이 좋아 보여요.

    세 번째는 ‘ㅎ’ 자소의 짧아 보이는 꼭지점.
    보통 로고나 브랜드명을 보면 생각보다 짧게 표현한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에는 작게 사용할 때도 잘 보이도록 길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네 번째는 글자의 자폭.
    제호 글자 중 ‘제’자는 다른 글자들에 비해 좌·우로 조금 넓어 보이는 느낌인데요. 중성 ‘ㅔ’가 쓰여 넓어 보이는 것이 좋지만 다른 글자들과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다섯 번째는 속공간 크기.
    제호 글자 중 세로모임꼴인 ‘국’자의 경우 초·중·종성 간의 공간을 보면 중성 ‘ㅜ’와 종성 ‘ㄱ’간의 사이가 조금 좁아 보인다는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가로로 가지런히 보이는 글줄.
    세로모임꼴인 ‘국’자가 다른 글자들에 비해 조금 높다는 느낌이에요.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할게요.


    자소의 굵기

    호리틱에서 매번 언급하는 부분인데요. 직선의 경우 시각적으로 세로획들을 유사하게 보이게 하고 가로획들도 유사하게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은 곡선도 마찬가지인데요. 세로획은 곡선의 좌·우측과 가로획은 곡선의 위·아래 부분과 유사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정원도 마찬가지예요. 제호에서 ‘한’ 자를 보면 중성 ‘ㅏ’의 세로 기둥 굵기에 비해 초성 ‘ㅎ’의 원 좌·우가 얇아 보이는 느낌이어서 필자는 ‘ㅇ’의 좌우 굵기를 조금 굵게 하였답니다. ‘경’에서는 종성 ‘ㅇ’의 경우 중성 ‘ㅕ’의 세로 기둥과 이어져 ‘ㅇ’의 오른쪽 부분이 더 굵어 보여 굵기를 조정해 주었습니다.

    곁줄기의 위치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중성 ‘ㅕ, ㅔ’의 가로 곁줄기의 위치와 길이는 초성 형태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는데요. ‘경’의 ‘ㅕ’를 보면 곁줄기 사이의 공간이 조금 좁아 보이고, 초성 ‘ㄱ’의 맺음이 왼쪽으로 흘러가는 형태여서 아래 곁줄기는 조금 짧아 보이는 느낌이에요.

    필자는 곁줄기 사이를 조금 넓혀주고 아래 곁줄기는 조금 연장하여 공간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해 보았어요. ‘제’의 ‘ㅔ’ 곁줄기는 조금 올라가 보여서 약간 내려주어 위·아래 공간이 유사하게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작업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 제호 ‘호리틱’ 버전

    꼭지점 길이

    디자인 관련 온·오프라인 잡지 등에서 발표되는 로고나 브랜드 등을 보면 ‘ㅊ, ㅎ’의 꼭지점을 생각보다 짧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필자는 조금 길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해당 글자들을 용도와 상관없이 작게 또는 크게 볼 경우가 있는데요.

    특히 작게 볼 경우에는 꼭지점의 길이를 길게 표현하는 것이 가독성 및 판독성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제호에서는 ‘한’의 ‘ㅎ’을 보면 꼭지점의 길이가 약간 짧아 보이는 느낌이어서 약간 길게 표현했습니다.

    글자의 자폭

    네 글자로 되어 있는 제호에서 ‘한, 국, 경’은 세로 직사각형 형태라고 한다면, 마지막 ‘제’는 좌·우로 넓은 사각형 형태로 보입니다. 물론 중성이 ‘ㅔ’이기 때문에 앞 글자들보다 조금 넓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약간 좁히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보일 것 같아요. 필자는 약간 폭을 줄여 보았습니다. ‘제’의 ‘ㅈ’의 폭을 조정해 주었고, ‘ㅈ’과 ‘ㅓ’ 사이의 공간도 조정해 주었답니다.

    속공간 크기

    역시 이 부분도 작업자에 따라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요. ‘국’은 크게 세 부분으로 공간이 나뉜다고 할 수 있어요. 초성 ‘ㄱ’, 중성 ‘ㅜ’, 종성 ‘ㄱ’ 각각의 사이에는 공간이 있는데요. ‘ㄱ’은 왼쪽 하단이 열려 있는 자소라서 조금 공간이 커 보이고, 상대적으로 ‘ㅜ’와 ‘ㄱ’ 사이의 공간은 좁아 보이는 느낌이에요.

    필자는 초성, 중성 ‘ㄱ’의 공간을 약간 줄이고 ‘ㅜ’와 ‘ㄱ’ 사이의 공간을 조금 넓혀 나름 안정적으로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경’의 ‘ㅕ’는 앞 곁줄기 항목에서 언급했지만 곁줄기 사이의 공간을 넓혀 주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제’의 경우도 ‘ㅈ’과 ‘ㅓ’, ‘ㅣ’ 사이의 공간을 세밀하게 조정하여 보았습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글줄

    끝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글줄입니다. 제호를 보면 가로모임꼴의 중성 ‘ㅏ, ㅕ, ㅔ’의 상단 부분과 세로모임꼴인 ‘국’의 ‘ㄱ’ 상단의 위치가 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경우 가로로 면적이 넓은 ‘ㄱ’이 중성보다 조금 위로 올라와 보일 수 있습니다. 필자는 ‘국’의 ‘ㄱ’ 높이를 옆 글자 ‘경’의 ‘ㄱ’과 ‘ㅕ’의 상단 부분 사이에 위치하도록 하였습니다.

    한국경제 제호 원본(위)과 ‘호리틱’ 버전(아래) 비교

    지금까지 곡선으로 표현한 자소가 많아 부드러운 인상인 한국경제신문의 제호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리틱에서는 큰 부분보다는 세밀한 조정으로 수정 전·후를 살펴보았는데요. 작업자의 주관적인 견해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 호리틱에서는 다른 분야의 BI로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제호 이미지 출처: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

    윤디자인그룹, 산돌 등 다수의 폰트 회사를 거쳐 현재는 닥터폰트(DOCTORFONT) 대표로 있는 28년차 폰트 디자이너다. 폰트 제작, 한글 교육, 브랜드 개발 등 한글을 기본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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