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호리틱은 국내 대표적인 언론사 중 한 곳인 한국일보의 제호를 소개하겠습니다. 1954년 창간되어 올해로 61년째가 되는 한국일보는 2015년 재창간을 계기로 지금의 모던한 헤드라인 류의 제호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한국일보는 세 가지 공약으로 회사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사회의 바른 균형자, 특종에 강한 신문, 디지털 혁신에 앞장서는 한국일보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럼, 모던하게 바뀐 한국일보 제호를 살펴볼게요.
한국일보의 제호는 직사각형 틀에 꽉 찬 헤드라인 류로 모던함이 느껴집니다. 굵은 자소들에서는 강인함과 굳건함이 느껴지고요. 한국일보 제호에서 살펴볼 부분은 크게 다섯 가지예요.
첫 번째는 가로획과 세로획의 굵기 차이.
한글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로획보다 세로획을 약간 굵게 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안정되어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는 ‘ㅇ’ 자소도 유사하답니다. 특히 종성 ‘ㄹ’의 경우 가로획이 굵을 경우, 가로획이 세 개여서 상대적으로 뭉쳐 보일 수도 있답니다.
두 번째는 세로모임 글자 ‘국, 보’의 높이.
중성 ‘ㅏ, ㅣ’와 같은 높이일 경우 좀더 올라가 보일 수도 있어서, 일반적인 경우 중성의 높이보다는 약간 내려주는 경우가 많답니다.
세 번째는 세로모임 글자 ‘국, 보’의 중성 ‘ㅜ, ㅗ’ 가로폭.
제호를 보면 네 글자가 직사각형의 틀에 맞춰져 그려져 있는데요. 세로모임 글자인 ‘국, 보’의 중성 ‘ㅜ, ㅗ’의 가로폭이 좌·우로 길어져 다른 두 글자에 비해 좀더 넓어 보인답니다.
네 번째는 자소 ‘ㅎ’ 형태.
가로획과 ‘ㅇ’의 윗부분이 겹치는 부분에서 ‘ㅇ’의 형태가 상대적으로 자연스럽지 않아 보여요. 약간 아래로 눌려 보이는 느낌이어서 원의 형태를 좀더 자연스럽게 하면 좋아 보일 것 같아요.
마지막 다섯 번째는 자소끼리의 속공간.
우선 이 부분은 작업자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려요. ‘국’은 초성 ‘ㄱ’과 중성 ‘ㅜ’가 조금 떨어져 보이고, ‘보’도 중성 ‘ㅗ’와 약간 떨어져 보여요. 그리고 초성 ‘ㅂ’은 중간의 가로획이 내려와 위 공간이 커 보이는 느낌이에요. 그럼 하나씩 살펴볼게요.
자소 굵기
필자는 한글을 포함해 영문, 한자 등도 가로획보다 세로획을 약간 굵게 표현해 주는 것이 시각적으로 안정되어 보인다고 생각해요. 한국일보 제호의 한글 자소들을 살펴보면 가로획보다는 세로획이 조금 얇아 보인다는 느낌이어서, 필자는 이번 호리틱에서 가로획을 두고 세로획의 굵기를 조금씩 조절해 보았어요. 특히 단순한 자소인 ‘ㄱ, ㄴ’이나 ‘ㄹ’을 보면 차이가 느껴질 것 거에요.
세로모임 글자의 높이
이 부분은 꽤 세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추가 설명을 하면, 넓은 면적의 도형과 좁은 면적의 도형이 같은 높이에 위치한 경우, 넓은 면적의 도형이 좀더 올라가 보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현상은 한글의 경우 상·하·좌·우 어디에서나 나올 수 있는 부분인데요.
한국일보의 제호에서는 ‘한, 국’에서 중성 ‘ㅏ’와 초성 ‘ㄱ’의 높이가 같고, ‘일, 보’에서도 중성 ‘ㅣ’와 초성 ‘ㅂ’의 높이가 같아 시각적으로 초성 ‘ㄱ, ㅂ’이 조금 높아 보인다는 느낌이에요. 이 경우 중성 ‘ㅏ, ㅣ’의 길이를 길게 하거나 초성 ‘ㄱ, ㅂ’의 높이를 내려주는 방법이 있답니다. 필자는 후자를 선택했어요.
넓어 보이는 중성 길이
한국일보의 제호는 직사각형 틀에 맞춘 형태라 할 수 있는데요. 세로모임 글자 ‘국, 보’는 중성 ‘ㅜ, ㅗ’의 좌·우 길이가 길어서 다른 두 글자에 비해 조금 넓어 보여요. 이 부분도 주관적인 느낌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요. 중성 ‘ㅡ’ 계열이 넓은 경우 문장이나 단어에서 의도치 않게 약간 넓은 자간이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필자는 ‘ㅡ’의 폭을 줄여주고 ‘한, 일’의 좌·우 폭도 약간 조정해 보았습니다.
자소 형태
자소 ‘ㅎ’의 경우 콘셉트에 따라 가로획과 ‘ㅇ’이 떨어진 경우도 있고, 붙는 경우도 있는데요. 한국일보 제호처럼 붙는 경우 가로획과 ‘ㅇ’이 겹치는 부분의 크기와 ‘ㅇ’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어요. 겹치는 부분을 완전히 붙일 수도 있고, 절반만 또는 약간만 붙이는 경우도 있어요.
제호에서는 절반 정도를 붙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ㅇ’의 윗부분이 약간 아래로 눌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이유로 필자는 ‘ㅇ’을 원으로 보이도록 하고 겹치는 부분을 절반보다 더 겹치도록 조정해 보았어요.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특히 이런 부분은 작업자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속공간 크기
이 부분 역시 작업자에 따라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요. ‘국, 일, 보’자에서 살펴볼게요. ‘국’에서는 초성 ‘ㄱ’과 ‘ㅜ’가 약간 떨어져 보이고, ‘ㅜ’와 종성 ‘ㄱ’이 조금 붙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초성 ‘ㄱ’은 아랫부분이 열려 있는 자소여서 ‘ㅜ’와 떨어질 경우 종성 ‘ㄱ’보다 더 커 보이네요.
그래서 ‘ㅜ’를 올려주어 초성 ‘ㄱ’의 공간을 조정하고 ‘ㅜ’와 종성 ‘ㄱ’과의 공간도 조정해 주었답니다. ‘일’에서는 종성 ‘ㄹ’의 세로획과 가로획의 굵기를 조정하여 속공간이 보이도록 하여 답답해 보이지 않게 해 주었고, 여기에 초성 ‘ㅇ’을 ‘ㅣ’와 조금 띄어 주었어요.
끝으로 ‘보’자도 ‘ㅂ’과 ‘ㅗ’가 약간 분리된 느낌이고, ‘ㅂ’의 경우 가로획이 내려가 보여 상대적으로 위 공간이 커 보이는 느낌이어서 필자는 ‘ㅗ’의 기둥을 조금 올려주고 ‘ㅂ’의 가로획을 올려주어 위·아래 공간이 비슷해 보이도록 조정해 보았어요.
지금까지 한국일보의 제호를 살펴보았습니다. 외형적인 특징이 없는 글자에서는 특히 크기나 굵기, 속공간의 균형 등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이 경우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다고 할 수 있어서, 여러분은 호리틱 전후를 개별적으로 보기보다는 전체적인 톤을 보면 좋은 것 같아요. 다음 호리틱에서는 다른 언론사의 제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제호 이미지 출처: 한국일보 홈페이지)
윤디자인그룹, 산돌 등 다수의 폰트 회사를 거쳐 현재는 닥터폰트(DOCTORFONT) 대표로 있는 28년차 폰트 디자이너다. 폰트 제작, 한글 교육, 브랜드 개발 등 한글을 기본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