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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걸의 디자인 강의 #3 COLOR, 도시의 색

    우리의 시야에 드러나는 세상은 다채롭다. 파란 하늘, 붉은 태양, 초록의 숲…. 인간의 시각에 드러나는 모든 사물과 환경이 고유의 색(色)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대상에 고유한 특성을 부여한다.


    글. 권영걸

    발행일. 2013년 09월 25일

    권영걸의 디자인 강의 #3 COLOR, 도시의 색

    우리의 시야에 드러나는 세상은 다채롭다. 파란 하늘, 붉은 태양, 초록의 숲…. 인간의 시각에 드러나는 모든 사물과 환경이 고유의 색(色)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대상에 고유한 특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색은 어떤 대상물, 공간 혹은 표면의 특징이 아니다. 색은 빛의 특정한 성질에 의해 인간의 눈으로 인식되어 뇌로 해석되는 지각의 산물이다. 따라서 빛과 색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며, 인류문화의 흐름과 그 궤적을 함께 하여 왔다.

    “색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것이다. 물과 불처럼 생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첫 번째 매질이다. 인간의 존재를 색채 분위기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식물, 동물들은 자연적으로 색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색을 입는다.”

    –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
    [좌] Mark Rothko, ‘Orange and Yellow’, 1956
       [우] Color vision test card, 색을 지각하지 못할 경우 사물 또는 공간의 상당 부분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색, 색채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체는 감각기관을 통하여 그들이 생존해 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게 된다. 특히 인간은 사물이나 공간의 인지를 대부분 시각에 의존하여 받아들이는데, 크기, 모양 등으로부터 물체의 움직임이나 변화를 감지한 후 표면, 색 등을 통하여 대상의 입체적인 특성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자가 없는 흑백사진에 음영을 부여하면 깊이가 지각되며, 색을 더할 경우 깊이와 입체감이 더욱 명확히 인식된다. 또한, 색채는 감각기 반응 이외에 주변의 맥락과 경험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는 연상 작용을 일으켜 불확실한 정보를 명료하게 지각되도록 할 뿐 아니라 감정을 일으켜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즉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색을 느낀다는 것은 지각 심리학적 작용의 결과인 동시에 감각적, 감정적 효과를 자극하는 심리적 요인이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색은 인간의 자연적, 인위적 환경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 수단이 됨과 동시에 미적 경험이나 문화적 관습을 매개하는 기능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색은 쉽고 빠르게 정보를 인식시켜야 하는 다양한 방면에 적용되기도 하고, 사물과 공간에 추상적 이미지와 정서를 부여하는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색의 특성은 색채를 활용하는 방법론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계획을 통해 색을 적용해 나가는 경우와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을 통하여 색을 적용하는 경우로 발전되어 갔다.

    색채 기호와 색채 이미지

    한 시대와 사회의 색은 시대정신과 사회사상이 반영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한 문화권에서 공유되는 색채유형은 기후 풍토 등의 자연적 요인, 그리고 사상과 관습, 시장과 산업, 재료와 기술, 제도와 법규 등 한 시대와 사회의 총체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색이 교육이나 습관, 사회적 합의 등에 의해 통용될 경우 정신적인 심리 반응을 나타내는 차원을 넘어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색채를 의미를 지닌 대상인 기호(記號)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이 의미기반은 사회, 문화, 개인의 경험 등에 따라 범용적으로 통용되기도 하고,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죽음과 애도의 상징으로 서구의 문화권이 검은색을 사용하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는 흰색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의미화 과정은 특정 색에 대한 선호도, 주변의 물리적 상황, 집단의 약속이나 목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 속에 이루어진다. 이렇게 색채기호가 형성되면 색은 특정 장소, 대상, 문화에 대한 관념을 이끌어 내는 힘을 지니게 되고 사람들은 색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색은 우리의 심리현상에 영향을 준다. 그것은 우리를 진정시키거나 동요시키는, 또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슬프게 하는 감각과 감성, 그리고 아이디어를 유발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

    – 괴테(Goethe)
     [좌] The skies of Israel [우] Florence, Italy

    1) 선호색과 색채 기호
    인간은 본성적으로 혹은 후천적 영향을 받아 특정한 색을 선호하게 된다. 현대인의 생활의식은 어떠한 지식이나 체계를 통해 습득한 것이라기보다 생활 속에서 체험을 통해 누적적으로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어떤 문화권 내에 속해 있으면, 자연스레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색에 익숙해지게 되고 그 색을 선호하게 된다. 따라서 선호색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계층, 지역, 나라와 같이 동일 문화권에 공유되어 집단적 특성으로 표출되며, 이러한 현상이 오랜 세월을 거쳐 지속할 경우 지역이나 도시, 나라의 독창성을 상징하는 색채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인들은 음양오행 사상의 영향을 받아 예로부터 적색을 선호하였다. 과거에는 고귀한 색의 하나로 여겨지던 적색은 현대 중국인들의 의, 식, 주 전반에 영향을 미쳐 거주공간은 물론, 도시환경 속에서도 주조색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다움을 상징하는 색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국인의 선호색이자 중국의 상징색인 적색(赤色)

    2) 색의 현상과 장소성
    세계 나라마다 각기 다른 토양과 환경을 지니고 있으며, 그 지역에 세워지는 구축물들은 그들이 배경으로 하는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토양, 식생 등 자연환경 고유의 색채가 두드러진 지역의 경우 그러한 환경을 토대로 구축되는 인공물에도 동일한 색이 나타나게 된다. 즉 지역별로 각기 다른 색채로 구성된 풍경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 풍토 등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지역 고유의 색채는 색이 곧 그 지역이자 장소임을 느끼게 하는 장소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이탈리아 나폴리에는 유난히 밝은 크림색의 건물과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색은 나폴리 노랑(Naples Yellow)이라는 고유 색명을 지니게 된 배경이다. 나폴리 노랑은 본래 고대 도시 폼페이를 덮은 화산토에서 채집된 안료로부터 만들어진 색이다. 즉 토양의 색이 곧 나폴리 지역색이 된 경우이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은 깊은 마린블루의 지중해와 하얀 건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잘 알려졌다. 지중해 연안에는 석회가 풍부하여 건축과 미술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으며, 지중해의 물과 공기의 빛깔인 파랑 또한 널리 사용됐다. 산토리니의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는 파란색과 흰색의 조합은 지중해라는 장소의 현상이자 상징이다.

    [상] Naples Yellow [하]  Naples, Italy 
     Santorini, Greece

    3) 색의 상징과 정체성
    색채학자 페이버 비렌(Faber Birren)에 따르면, 초기 문명단계에서 인간은 색채 사용에서 심미적인 요인보다는 색채의 상징성에 더 큰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색의 상징성은 많은 사람에게 공통의 연상을 불러일으켜 특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색채 상징성의 특징은 처음에는 합의나 약속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 고정된 관습으로 남게 되면 어느덧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국기색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상징색은 한 집단을 대표하여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등에는, 주황색을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다. 주황색은 예로부터 네덜란드 왕가를 상징하는 색이었으며, 현재 네덜란드의 국기에 포함된 빨강도 원래는 주황이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주황색은 ‘용기’를 상징하는 색으로 축구팀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팀의 유니폼에 적용되며, 관공서의 아이덴티티 컬러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National color, Netherlands

    도시 : 색의 공간, 색의 환경

    현대 도시생활의 바탕이 되는 도시경관의 이미지는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경관물에 의해 이루어지며, 형태와 색채가 종합되어 하나의 경관 이미지를 지니게 된다. 도시를 구성하는 경관은 크게 자연환경과 인공환경으로 나눌 수 있으며, 시민의 활동과 같은 유동적이고 무형적인 요소도 도시경관을 이루는 주요 요소가 된다. 이러한 경관은 모두 색채를 지니고 있으며, 색의 기능적 특성을 기본으로 공공생활의 안전 및 안정과 관련된 물리적, 심리적 지표가 되기도 하고, 상징성과 같이 공익적 차원의 사회성을 표출하기도 하면서 도시 시각 환경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게 된다.

    “오늘날 환경디자인에 있어서 색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식되어져야 한다. 사실 색은 인간의 무의식적 관점에서 보면 형태보다 앞서는 것이다.”

    – 페이버 비렌 (Faber birren)

    1) 자연 환경과 도시 색채 도시경관의 많은 부분은 건물이나 구조물과 같은 인공요소에 의해 이루어져 있지만, 그러한 인공요소의 배경에는 하늘과 땅, 나무와 같은 자연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경관색채는 근본적으로 그 도시의 자연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고, 지역마다 다른 도시이미지로 드러나게 된다. 산지인가, 분지인가, 바다에 면한 도시인가에 따라 풍경의 자연적 요소는 결정적으로 달라진다. 해안지역은 백색과 푸른색 계열의 색이 많고 열린 경관이 되므로 전반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반면, 분지 지역은 산과 숲이 경관을 이루는 주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안정되고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영국의 도시경관은 차분하고 억제된 컬러팔레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영국의 흐린 날씨로부터 기인한 탁한 공기색과 관계가 깊다. 반면 공공정보와 같이 정확히 인식되어야 하는 요소들은 빨강이나 파랑과 같은 원색을 적용하여 흐린 배경에 대비되어 더욱 뚜렷이 보인다.

     London, UK

    2) 인공 환경과 도시 환경 색채 인간은 다양한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구축물을 땅 위에 짓고 세우게 되며, 이것이 모여 입체적인 공간으로 드러날 때 도시라는 형태가 이루어진다. 즉 세워지는 인공물들의 모습에 따라, 도시의 형태나 모습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중 도시경관의 특성이나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보다 양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물의 색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시형태의 기본이 되는 교량, 도로 등과 같은 구조물과 가로에서 도시민의 행태를 수용하는 버스, 택시 정거장, 벤치, 가판대와 같은 시설물, 시지각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각종 사인물 등의 색채도 함께 어우러져 도시경관을 구성한다. 검은 마천루의 도시, 인간의 의지와 힘의 도시인 뉴욕은 검은 철골구조와 투명한 유리로 인지되는 도시이다. 좁은 가로를 따라 장벽을 이루고 있는 높은 유리건물에 투영된 뉴욕의 가로경관은 어두운 회색의 이미지로 대변된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다리 전체를 빨간색으로 채색하여 차분한 도시이미지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를 떠올리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풍경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Manhattan, New York, USA

    3) 인문 환경과 도시 색채

    각 나라의 색채는 사상과 관습 그리고 사회문화적 특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회문화적 현상은 집단이 개념과 관습을 공유함으로써 형성되며, 도시문화는 기본적으로 도시민의 일상생활에 표출되는 욕구나 기대와 같은 가치체계와 정신적인 요소가 표면화된 행동양상을 모두 담고 있다. 도시라는 조직은 이러한 도시인의 경험과 의식이 표현된 물적 형식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가치체계와 생활문화로부터 표출되는 색 또한 도시환경색채를 구성하는 주요 구성요소가 된다. 관념적인 차원에서 녹색은 이슬람의 성스러움을 대표하는 색이다. 그래서 녹색은 아랍연맹의 색을 대표하며, 사원은 물론 복식, 시설물 등에도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햇빛이 희박한 유럽의 암스테르담은 여느 유럽 도시들과는 달리 다양한 건물색과 형형색색의 도시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후와 위도로 보면 청감색과 벽돌색이 주조를 이루어야 하는 도시이지만,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스러운 사고로 인하여 창틀이나 모서리 돌을 밝은색으로 칠하여, 밝고 자유스러운 도시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문환경에 의한 색채영향은 단지 거시적인 지역 문화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도시민들의 활동패턴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는데, 번잡한 상업지구와 주거지역 간에 다른 색채이미지를 갖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Amsterdam, Netherlands

    도시 색채 적용 체계

    최초의 근대적 색채계획으로는 1930년대 초 미국 듀퐁사가 건축물과 제품 색채 적용을 위한 종합계획을 시도한 사례를 들 수 있다. 1960년대 모더니즘과 함께 수많은 현대건축물이 출현하면서 도시환경에 대한 거시적 차원의 계획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하였고, 도시환경 색채를 코디네이션 하는 전문영역이 생겨났다. 특히 유럽의 도시들은 구시가지의 역사경관을 보전하는 동시에 신시가지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려고 1960년 후반 장 필립 랑끌로(Jean Philippe Lenclos) 등의 색채전문가를 통하여 지역색 조사 및 연구에 착수하였고, 이를 토대로 파리, 런던 등의 색채 계획이 확산해 갔다. 현재 세계의 수많은 도시가 건축물과 시설물에 고유의 색을 함축적이고 일관성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여 관광 자원화 하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 축적된 지역색의 활용 색채는 놓여있는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 보인다. 즉 조화로운 도시색채계획을 위해서는 ‘주위환경이 어떠한 색채를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채집된 주변 환경색을 바탕으로 실제 적용될 색채의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가장 손쉽고도 실패가 적은 방법은 주변 환경색을 토대로 유사한 색채를 적용하는 것이다. 경관 전체가 유사색으로 조성될 경우 자칫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으나, 토양, 식생 등의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장소, 전통취락 등에 고유한 색을 지니고 있는 지역에서는 장소의 고유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간 이미지는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쿄의 스미다 강가에 자리 잡은 복합 주거단지 하트 아일랜드 신덴은 일본의 색채전문가인 요시다 신고(吉田愼悟)에 의해 색채계획이 이루어졌다. 그는 주변에서 모은 돌과 모래, 흙, 나무껍질과 계획 대상지 주변의 오래된 일본 주거지 색채를 채집하여 계획에 반영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선택된 색채들은 다소 강한 색채를 큰 면적에 적용하여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지역 고유의 장소성을 형성하게 된다.

    하트 아일랜드, 아다치구(足立區), 동경

    2) 지역색 조정과 색채 정체성 형성 도시색채계획 시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기 위해서는 색차가 적은 범위 안에서 유사한 색끼리 배색하여야 한다. 그러나 각종 표지나 사인, 조형물 등과 같이 잘 식별되어야 하는 요소들의 경우 대비를 통하여 잘 구별되도록 계획하여야 한다. 환경색채계획 시 대비되는 색상을 적용할 경우 자칫 무질서해 보일 수 있으나 명도와 채도의 조절을 통하여 톤 간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면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경관을 형성할 수 있다.

    장 필립 랑끌로는 프랑스 각지의 색채조사결과를 토대로 지역에는 각각 고유의 색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그 지역에 적합한 색을 선별하여 적용하였다. 그는 환경에 대한 테마칼라를 설정해 일관성 있게 적용함으로써 색채를 통한 경관의 통합을 유도하였다. 이와 같이 특정 색상을 테마로 설정하여 반복적으로 적용할 경우 가로경관에 통일감과 연속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통합화할 수 있다.

     Paris, France

    3) 도시 색채 컨트롤 제도의 활용

    도시환경색채계획에는 색과 형태, 소재, 환경 등 다양한 관계를 배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경관이 형성되어가는 과정과 변화상을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개별단위의 색채계획에 있어 이러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실제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는 경관에 대한 기본계획까지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현재에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색채를 포함한 건물과 시설물의 외관 형성은 ‘미나토미라이21 마을 만들기 기본협정’을 통해 지구 내의 주민조직과의 협력을 통하여 이루어지며, 구체적인 지침은 ‘미나토미라이21 중앙지구 도시경관 형성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변 및 내륙, 순회도로를 별도의 지구로 구분하여 지구별로 적용 가능한 색채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각 건물 간 색채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한, 건물 외관 및 시설물을 구성하는 재료의 특성도 함께 고려하여 실제로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되도록 하고 있다.

    미나토미라이21지구, 요코하마, 일본

    도시의 색을 정립하여 체계적으로 적용한다

    인류의 색채사용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며 지내왔다. 그러나 도시가 확장되어감에 따라 인공환경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었고, 색채에 대한 적응이나 조율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우리의 도시들은 아파트먼트 단지의 불쾌적한 환경색채, 무질서한 간판문화, 대형쇼핑센터의 현란한 네온 조명에 이르기까지,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고채도 다색조의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리고 서구의 건축수법과 재료를 여과 없이 들여옴으로써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함은 물론 도시경관의 개성도 상실해 가고 있다.

    “빛은 단지 인간에게 밝음을 줄 뿐 아니라, 강력한 육체의 힘을 발휘하게 한다. 인간신체의 여러 혼합물, 세포의 생명과 번식, 삶의 리듬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 토마스 시슨 (Thomas R. C. Sisson)
    각종 시설물 색채에 의해  형성되는 경관 아이덴티티

    오늘날 국가 및 도시의 이미지는 그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의 수준을 넘어 외교, 무역, 관광과 같은 대외경제활동과 해당 국민 개개인에 대한 신뢰와 존경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시의 색이 지닌 지역의 장소성, 문화 아이덴티티의 기호로서의 역할은 도시 환경과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심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시가 고유의 색채를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도시의 이미지를 분명히 설정하는 일 중의 하나이며, 도시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을 지속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색채계획이 도시환경의 조성이라는 공공성에 입각하여 지역의 맥락과 문화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하나의 도시는 그 도시의 색채계획의 방향에 따라 전체적 흐름 속에서 다양한 변화가 유도되어야 한다. 전문가와 지역공동체의 지각 있는 인사들의 노력, 시민들의 평균적 미의식 향상,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시민정신의 제고와 함께 우리의 색채 환경은 지속해서 개선되어야 하며,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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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걸
    현재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서울대 미술관 관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장, 한국공공디자인학회장, 서울시 부시장 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지냈다. 『공간디자인 16강』, 『공공디자인행정론』, 『색채와 디자인비즈니스』 등 34권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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