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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김기조, 노은유, 강구룡의 글자, 더티&강쇼 2014 여름 심포지엄

    우리의 일상은 늘 글자와 함께한다. 스마트폰 속 오고 가는 메신저부터, 길거리 버스정류장의 노선도, 화려한 영상이나 매체 속에서 언제나 글자를 발견할 수 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4년 07월 08일

    [후기] 김기조, 노은유, 강구룡의 글자, 더티&강쇼 2014 여름 심포지엄

    우리의 일상은 늘 글자와 함께한다. 스마트폰 속 오고 가는 메신저부터, 길거리 버스정류장의 노선도, 화려한 영상이나 매체 속에서 언제나 글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에 글자를 자연스레 녹이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이름은 바로 디자이너!! 이번 〈더티&강쇼 2014 여름 심포지엄〉은 글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 명의 디자이너 김기조, 노은유, 강구룡을 통해 디자이너가 말하는 글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7월 3일(목) 오후 4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열린 〈더티&강쇼 2014 여름심포지엄: 디자이너의 글자〉의 뜨거운 현장으로 함께 가보자.

    ‘레터링’ 협소하고 자유로운 울타리, 타이포그래퍼 김기조

    김기조는 발표 주제를 ‘레터링, 협소하고 자유로운 울타리’로 정했는데, ‘협소하다’와 ‘자유롭다’는 서로 모순된 상황이지만 레터링의 성격과 유사하여서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대게 ‘레터링’이라고 하면 감수성이나 정서를 전달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김기조는 이것이 제1의 목표는 아님을 강조했다. 레터링은 하나의 도구로서 중립적인 하나의 작업 방식이기 때문에 범위를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한글을 표현하는 방법이자 도구로서 레터링이라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

    김기조는 특히 한글 레터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영문보다 한글이 형태감, 심미감, 효용성 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한글의 사용적 우수성과는 달리 영어와 한글이 구조적으로 다르므로 차이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방향으로 흐름이 이어지는 영어와 달리 한글은 받침에 따라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나의 서체는 보편적인 조형규칙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 범위를 축소화시켜 최소한의 영역에서 통하는 원칙을 가지고 울타리를 쳐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글 레터링을 도구로 사용한다고 한다.

    디자이너로서 연구하기, 타입 디자이너 노은유

    ‘디자이너, 작가, 선생님, 연구가, 글꼴 디자이너’ 이렇듯 노은유를 이르는 단어는 참 다양하다. 따라서 그녀가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오랜 시간 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체 개발의 원로인 최정호 선생의 옛 자료를 살펴보면서 ‘서체 연구가’라는 타이틀을 발견했다. 흰 종이에 연필만 주어지는 것보다 많은 자료 속에서 작업하는 것이 잘 맞는다는 그녀. 여기서부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노은유만의 연구를 통한 작업을 시작한다.

    첫 번째 연구는 ‘소리체’에 관한 연구. 대학교 1학년 때 ‘한글 디자인’이라는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계기로 한글을 만드는 작업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훈민정음과 같은 옛 문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한글이 우리말을 적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다른 언어를 발음하고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디자이너로서 형태만 공부하는 것에는 한계를 느껴 서울대 언어학과에서 교수님의 양해를 얻어 한 학기 동안 음성학을 청강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한글에는 소리가 같을 때 형태가 관련이 있는 음성학적 우수성을 알게 되었다고. 이를 토대로 옛글자를 되살리거나, 가획의 원리를 적용하거나, 일음일자 등의 새로운 한글 낱자를 만드는 규칙을 세워갔다고 한다.

    노은유의 두 번째 연구는 앞서 말 한대로 최정호 선생에 대한 연구였다. 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명조체에 대한 논문을 쓴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다양한 명조체를 비교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명조체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모든 뿌리가 최정호 선생의 원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의 원도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일본까지 수소문하여 건너간 끝에 원도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최정호 선생의 원도와 현재의 글꼴을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글꼴 디자인 분야에서는 매우 미세한 차이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차이에 대한 글꼴의 계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글자의 주변 이야기, 그래픽 디자이너 강구룡

    마지막으로 그래픽 디자이너 강구룡의 발표가 이어졌다. 앞의 두 강연자와는 달리 글자를 중심으로 어떻게 실제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지, 그래픽 디자이너가 글을 어떻게 만드는지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는 글자의 주변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글자는 끝까지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는 것.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미묘하지만 하나의 아이덴티티 콘셉트가 정해질 경우 세밀한 부분까지 통일성을 유지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이미지를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구룡은 설명한다.

    강구룡은 우리가 글자를 보면서 아무 생명력이 없는 기호로 보지 않는 것처럼 글자는 분명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어떤 이유에서건 보는 이에게 반응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것이 글자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라고 보았다. 글자는 어떤 조건에서 새롭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다른 글자와 만나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에서 글자가 가장 흥미로운 요소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 명의 디자이너의 개인 발표가 끝난 후 공통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쇄나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근본적인 관심이 일어나고 있는 경향에 대한 생각부터 글자를 다룸에서의 실제적인 팁까지 서로 다른 듯 비슷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사전에 받았던 질문과 함께 현장에 참여했던 참가자가 직접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사뭇 진지했던 질문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강연자도 성심껏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제6회 세미나 〈더티&강쇼〉는 오는 7월 18일(금) 오후 7시부터 윤디자인연구소 1층 카페에서 북디자이너 김다희 작가와 함께 ‘책의 뒤편(backstage)’라는 주제로 열린다. 김다희는 이번 세미나에서 그동안 해왔던 여러 가지 책 작업 중 10종 정도를 추려내어 자연스럽게 책의 뒤편(backstage), 책의 주변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점에서 독자들이 마주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하나의 표지 뿐이지만, 디자이너가 처음 편집 계획서를 받은 후 어떤 대화들이 오가며 무슨 생각을 떠올리고 어떻게 책의 콘셉트를 잡아가는지, 판형과 제책 형식, 표지 디자인은 왜 그렇게 결정이 되고 제작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책이 나온 후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지.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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