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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철의 저작권 일상 #11 노래방 기기에 숨겨진 음악 저작권료의 비밀

    법학박사 하동철과 함께 알아보는 우리 일상 속 저작권 ― 노래방 저작권 상식


    글. 하동철

    발행일. 2020년 03월 13일

    하동철의 저작권 일상 #11 노래방 기기에 숨겨진 음악 저작권료의 비밀

    2019년 7월의 일이다. 인기 유튜브 채널 ‘창현 거리 노래방’이 갑자기 뉴스거리로 오르내렸다. 운영자인 창현이 돌연 채널 내 영상들을 대거 삭제했기 때문이다. 그는 45초 분량의 설명 영상을 올렸는데, “30일 새벽 4시 기준으로 거리 노래방 영상 중 많은 수의 영상을 삭제하게 됐다”며 “이유는 대기업의 갑질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창현 거리 노래방은 거리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고 일반인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콘셉트의 채널이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240만 명 구독자에 한 달 광고 수입 1억 5천만 원을 벌어들일 만큼 성공을 거뒀다. 유튜브에서 나온 수익의 70프로 정도는 창현이 가져가고 나머지 30프로는 유튜브로 들어간다. 창현은 유튜브가 수익의 일부를 떼내 음악 저작권료로 납부하고 있기에 ‘저작권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운영하는 채널’이라고 항변했다.

    영상 대부분이 삭제된 ‘창현 거리 노래방’ 채널 / 출처: 2019년 7월 당시 화면 캡처

    거리 노래방 = 거리에서의 공연 + 노래방 기기 이용

    유튜브가 음악 저작권료를 내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여기에 음악 저작권료의 비밀이 있다. 노래방 기기에 나오는 음악은 원곡이 아니라 음성이 제거된 반주음이다. 노래방 회사들은 음악저작권 단체에 복제료를 지급하고 원곡에 대한 사용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반주 음악을 제작해 메모리 칩(데이터 롬, data rom)에 수록한 뒤 노래방 기기를 판매한다.

    음악 영상을 유트브에 올리려면,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제 허락을 받아야 한다. 방송사나 영화사는 음악저작권협회와 계약해 매년 저작권료를 내기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개인 유튜버라면 저작권이 소멸된 곡처럼 공공의 영역에 있는 음악을 써야 한다.

    창현 거리 노래방처럼 거리에서 시민들이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공연(公演, 공개된 장소에서 음악을 상연함)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연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음악저작권협회가 창연 거리 노래방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은 바로 공연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가정이나 소규모 인원이 모인 곳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을 촬영했다면, 이는 공연이 아닌 ‘사적인 실연’이라 공연 저작권 허락이 필요없을 것이다.)

    창현 거리 노래방은 공연 저작권뿐 아니라 다른 허락도 받아야 한다. 노래방 기기 제작사로부터의 허락이다. 거리에서 트는 ‘반주 음악’ 때문이다. 노래방 기기의 메모리 칩에 저장된 음원에 대한 복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한 업체의 노래방 기기용 메모리 칩

    창현은 A 반주기기 회사에서 온 메일 제목을 공개하며 “메일에는 ‘편하게 쓰시라. 너무 감사하다. 사용하는 데 문제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반주 음원 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는 자사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되는 과정에 쓰이는 음악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즉, 유튜브는 제작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플랫폼에서 이루어진 음악 이용(영상 재생이 곧 음악 이용이다)에 대해서만 저작권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구분이용 형태저작권자
    음악가창 장면 촬영(복제)
    거리에서 가창(공연)
    음악저작권협회(작곡가·작사가)
    반주음반주음 촬영(복제)음악저작권협회(작곡가)

    노래방에서 저작권료를 내게 된 사정

    일반인들은 노래방 업주들이 공연 저작권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노래방 기기엔 ‘미디(midi)’라는 반주음이 저장된 칩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 노래방 기기 제작 업체는 음악 저작권협회에 원곡에 대한 복제료를 지급한다.

    노래방 업주 입장에서는 노래방 기기를 구매하고, 매월 업데이트 비용만 지불하면 저작권료를 별도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작사가·작곡가의 권리를 관리하는 음악저작권협회가 노래방 업주들을 상대로 공연권 침해라며 고소를 한 적이 있다. 노래방 업주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노래방 기기 구입 시, 노래방 기기 업체로부터 저작권은 자신들이 다 처리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 업주들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과, 집에 노래방 기기를 들여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개인에게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고, 영업장에서만 저작권 위반이 되는 법 체계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첫째, 노래방 손님들의 노래 부르기를 ‘공연’으로 볼 것인지 ‘사적 이용’으로 볼 것인지 여부다. 우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장소라면 공연, 즉 공개적 실연이라 볼 수 있다고 제시한다. 불특정인 누구에게나 요금을 내는 정도 외에 다른 제한 없이 공개된 장소, 통상적인 가족 및 친지의 범위를 넘는 다수인이 모여 있는 장소. 이 기준에 따라 법원은 노래방 내 각 방(룸)이 소수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에 불과할지라도, 누구나 요금을 내고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으므로 노래방-영업장은 ‘공개된 장소’라고 판단했다. 즉, 노래방 안에서 반주음을 재생하고 그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공연’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둘째, 앞서 설명했듯 노래방 기기 제작 업자는 반주 칩 제작 시 음악저작권협회에 복제료를 내는데, 이 안에 ‘반주음의 노래방 내 재생 허락’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노래방 기기 제작 업자가 이미 지불한 복제료를 노래방 업주들이 굳이 또 내야 하는지가 문제시된다.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음악저작권협회가 노래방 기기 제작을 허락했다면 그 의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악을 복제해 노래방 기기에 기록하고 그 기기와 함께 판매·배포하는 범위로 한정한다’는 것이라고 말이다. 노래방 기기 제작 업자는 ‘판매·배포’까지에 해당하는 요금을 지불한 것이고, 그다음 범위인 ‘공연’에 대한 사용료는 노래방 업자가 별도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상의 판결에 따라 음악 저작권자들은 2001년 9월 이후부터 노래방 공연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노래방 업주들은 하루 종일 운영하든 한 시간만 운영하든 상관없이 방(룸) 1곳당 면적별 월 정액을 합산한 총액을 사용료로 지불해야 한다. 이 판결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음악 수입 2,200억 원 중 130억 원 정도를 노래방들로부터 걷고 있다.

    등급방 면적월 정액(원)비고
    1
    2
    3
    4
    6.6㎡ 미만
    6.6㎡ 이상 13.2㎡ 미만
    13.2㎡ 이상 19.8㎡ 미만
    19.8㎡ 이상
    5,000
    6,000
    7,000
    8,000
    농어촌 지역의 읍·면 단위에서는
    방당 500원씩 감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징수 규정 제7조 제5항

    노래방 모니터에서 배우가 사라진 까닭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에는 노래방 모니터에 영화 장면들이 나왔다. 노래의 분위기와 해당 영화 장면이 얼마나 잘 어울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배우들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었다. 당시 한 노래방 기기 공급사는 영화 제작사로부터 일정한 대가를 주고 얻은 영화 영상들을 기기에 넣어 판매했었다. 이에 배우들이 자신들의 허락 없이 영상이 쓰였다며 저작인접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현재 노래방 모니터에선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영화사들은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한다. 영화사들은 극장 상영이 끝나면 DVD(당시엔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었다)를 제작해 판매했고, 방송사는 인기를 끈 영화를 구매해 ‘주말의 명화’로 방송했었다. 영화사는 영상물인 영화를 유통할 때 배우들에게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았는데, 출연료에 유통을 위한 저작권료가 이미 포함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에는 ‘영상저작물 특례’라는 규정이 있다. 이때 ‘특례’란 ‘특별한 예외’라는 뜻이다. 실연자(배우)가 영화사와의 영상물 제작 협력을 약정했다면, 해당 영상저작물 이용에 필요한 실연자의 권리는 영화사에게 양도되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다. 완성된 영상물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실연자의 동의가 필요하나 일일이 허락을 받기엔 시간과 비용이 들고, 실연자들 또한 대체로 유통에 찬성해 왔던 업계 관행을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특례 조항이 있으니, 영화사(또는 유통사) 입장에선 노래방 기기에 영상을 제공할 때도 배우들의 허락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만하다. 하지만 법원은 배우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영상저작물 특례 규정상 양도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실연자의 권리를 법원은 ‘해당 영상저작물을 본래의 창작물로서 이용하는 데 필요한 권리’라고 해석했다.

    여기서 핵심 구절은 ‘본래의 창작물로서 이용’이다. 영화가 극장 상영이나 DVD 등을 위해 제작된 영상물이지, 노래방에서 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영화를 노래방 기기에 제공할 때에는 영상저작물 특례 규정이 적용될 수 없고, 배우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현재 KBS 공영미디어 연구소 연구원(법학박사)이자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강의 활동을 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공연권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음악 저작권』 등 저작권과 관련한 다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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