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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석훈의 백 투 더 90 #시작하며

    윤디자인그룹 편석훈 회장의 90년대 ‘윤폰트’ 리뷰


    글. 편석훈

    발행일. 2021년 11월 11일

    편석훈의 백 투 더 90 #시작하며

    Z세대들에게 90년대 한글 폰트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소위 90년대생으로 지칭되는 Z세대들에게 ‘힙(hip)하다’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것’으로 통용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90년대에 발표된 한글 폰트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편석훈의 백 투 더 90’은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다수 90년대 디자인 분야에 활동했던 이들에게, 90년대는 전자출판 시장의 부흥기로 기억될 것이다. 이는 아름답게 포장된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90년대 시대 상황에 맞물려 태동된 당시 디자인계의 혁신적인 변화였다.

    199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90년대 초 매킨토시가 국내 출판계에 본격 도입되면서 인쇄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아날로그 방식인 사진식자(寫眞植字)에서 전자 출판 시스템, 즉 DTP(Desk Top Publishing)로 진일보한 것이다. 디지털화 된 서체라는 뜻의 ‘폰트’ 개념이 정착한 시점도 이때다.
    
    이후 우리나라의 여러 출판사, 잡지사, 언론사 등은 DTP를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존 편집·조판 시스템의 대대적인 판 갈이가 이루어진 셈인데, 요컨대 출판 환경이 완전히 디지털로 전환된 것이다. 인쇄매체 시장에서는 새로운 니즈가 발생했다. 디지털 환경과 호환되는 다양한 한글 폰트의 개발이다. 이 같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 (윤디자인그룹의 전신인) 윤디자인연구소를 비롯한 폰트 회사들이 태동했다.
    
    당시 윤디자인연구소는 본문용 폰트뿐 아니라 제목용 폰트 개발에도 주력했다. 본문용 한글 폰트 개발이 시대적 요구에 발맞춘 행보였다면, 제목용 한글 폰트 개발은 당시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세운 전략적 행보였다. 오늘날 시점에서 90년대는 인쇄 시장의 번성기로 구분되곤 하는데, 나 역시 동감하는 바다. 다종다양한 총서와 잡지가 등장했고,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마디로 ‘많이 읽고 읽히던 시대’였다. 그중에서도 꽃은 잡지였다고 생각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 눈 뜨고 일어나면 새 잡지가 창간하던 때였다. 잡지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인쇄 광고물도 쏟아졌다.
    
    졸저 『한글 디자인 품과 격』 96~97쪽 「변신하는 폰트, 진화하는 폰트 시장」 중 일부 발췌

    돌이켜 생각해보면, 90년대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제작한 폰트들은 상당히 ‘열정적’이었다. 폰트 한 벌을 제작하기 위해 한 명의 폰트 디자이너가 오롯이 1년~3년을 투자할 수 있었던 때였다. 그때만 해도 국내엔 지금처럼 폰트 가짓수가 많지 않았고, 대다수 인쇄물에 똑같은 폰트가 쓰이기 일쑤였다. 때문에 90년대 윤디자인연구소의 폰트 디자이너들이 ‘영혼을 갈아 만들었다’고 할만큼 온 정성을 다한 폰트가 발표되면, 그 반향은 엄청났다. 소위 대박을 친 폰트들 대부분이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쏟아져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윤디자인연구소가 설립된 해는 1989년이고, 90년대 초반 매킨토시 분야에서 활동하던 필자가 윤디자인연구소에 합류한 시점은 1996년이었다. 이 말인즉슨, 90년대 초반 윤디자인연구소에서 발표한 폰트들은 필자가 직접 디렉팅했던 폰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90년대 폰트들을 재조명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해 『한글 디자인 품과 격』을 저술하면서부터 생각한 것이었다. 『한글 디자인 품과 격』은 필자가 윤디자인그룹 대표로 취임한 2005년 이후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다루었기에, 이전의 자료들도 다시 기록할 필요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글 디자인 품과 격』을 ‘기록’하며 고민했던, “어떻게 하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에 대한 같은 고민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Z세대들이 떠올랐고, ‘이들에게 90년대 폰트들이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해졌다. 또 같은 맥락으로 90년대 폰트들을 다시 바라보게 될 이들에게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앞으로 [편석훈의 백 투 더 90]을 통해, 누군가는 당시의 초심을, 또 누군가는 새로운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디자인그룹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리 문자 한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꾸준한 본문체 프로젝트,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의 전용글꼴 개발을 이끌어 오고 있다.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브랜딩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윤디자인그룹의 정체성을 기존의 글꼴 디자인 회사에서 타이포브랜딩(typo-branding) 기업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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