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디자인그룹이 만든 서체를 매달 하나씩,
월간 《the T》라는 ‘타입플레이(Type Play) 룩북’으로 소개한다.
누구나 월간 《the T》 PDF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다운로드 시 하단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확인)
2013년 윤디자인그룹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한글 서체 개발을 시작한다. 대한체, 민국체, 독립체, 만세체. 이 4종을 향후 7년간 순차적으로 완성 및 배포하고, 2019년 광복절에 4종을 동시 배포한다, 라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역사적인 국가 행사 때 으레 기념주화가 제작되듯, 윤디자인그룹도 대한민국의 특별한 100주년을 기리는 ‘기념서체’를 만들어보겠다는 일종의 애국적 포부였다.”
윤디자인그룹 편석훈 대표 저 『한글 디자인 품과 격』 중 「한글 디자인의 ‘역사적’ 기획: 대한민국독립만세 프로젝트」 챕터에서
대한/민국/독립/만세 서체는 그 이름순대로 발표되었다. 각자 서로 다른 디자인 콘셉트를 취하고 있지만, 이 4종은 특정한 맥락에 의해 ‘대한민국독립만세’라는 하나의 큰 메시지를 이룬다. 이에 대하여는 위의 책에 기술되어 있는 편석훈 대표의 글을 옮김으로써 설명을 대신한다.
“대한민국독립만세 프로젝트 1호 서체의 메시지를 나와 직원들은 ‘화합’으로 정했다. (…) 그래서 기본 골격을 바탕체로 삼되, 돋움체의 시각 요소를 융합한 형태로 디자인 방향성을 잡은 것이다.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명조’인 셈이다. (…) 세리프를 단 획들은 바탕체의 외형을 보여주는데, 획 맺음부는 돋움체처럼 직선으로 처리되어 있다. 세리프 또한 최대한 직선/직각 구조로 설계돼 획 맺음부의 돋움체적 특성과 조응을 이룬다. ‘바탕·돋움 하이브리드 획’들이 낱자를 이루고 문장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기존 바탕체와는 색다른 시각성이 형성된다.”
“대한체의 메시지가 ‘화합’이었다면, 민국체는 ‘소통’을 강조했다. 광복을 통해 한국민이자 한 국민으로서 화합하였으니, 이제 그 공동체 안에서 서로 소통해보자는 맥락이다. 디자인 콘셉트 역시 소통이라는 주제를 따랐다. 먼저, 각 자소의 크기와 속공간이 큼작하게 설계되었다. (…) 생활 환경에 따라 생각도 말씨도 천차만별이겠지만, 타인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내면의 속공간’을 크게 열어두자는 시각 메시지인 것이다.”
“독립신문의 제호는 종서(縱書)인데, 이 원형을 고스란히 담아 독립체 역시 세로쓰기용 제목체로 설계되었다. 또한, 오늘날의 사용성을 고려해 가로쓰기 호환도 더했다. 두 가지 쓰기 구조를 모두 포용한 셈인데, 여기에는 나름의 의도가 있다. 대한체가 화합을, 민국체가 화합을 기반으로 한 소통을 부각했다면, 독립체는 화합과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한 서체다. 가로쓰기는 오늘날의 후손들을, 세로쓰기는 우리의 선조들을 상징한다. 독립투사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 그분들의 의열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후손들이 화합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독립체가 독립신문을 만든 독립투사들의 글씨라면, 만세체는 독립신문의 독자들, 즉 굳센 민초들의 글씨다. 만세체의 디자인 콘셉트는 다름 아닌 3.1 운동이다. 거리에서 만세를 외치던 민초들의 절절함을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담았다. (···) 만세체는 제목용 캘리그래피 서체다. 우리말·우리글 사용이 제한된 일제 강점기 치하에서, 나라를 지켜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거리에 모였을 민초들. 글을 몰랐던 계층부터 식자층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불문 처절히 한 목소리를 냈던 그날의 민중. 이 모두가 만세체의 자소 하나하나마다 살아 숨쉰다. 그래서 한 글자, 한 글자가 서로 다른 구조를 지니며 여러 필법이 혼재한다.”
이렇듯 8월의 월간 《the T》는 대한·민국·독립·만세를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소개한다. 광복절을 기념하는 작은 상징물로서, 대한체·민국체·독립체·만세체라는 한글 서체를 생각해주신다면 좋겠다. 대한·민국·독립·만세 폰트 라이선스 확인 및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