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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the TS 2022 #10 디지털 시대의 한글날, ‘한글 붓글씨체’ 호출하기

    윤디자인그룹 TDC(Type Design Center) 제작 ‘한글 붓글씨체’ 포스터 10종


    디자인. 윤디자인그룹 TDC / 정리. TS 편집팀

    발행일. 2022년 10월 04일

    월간 the TS 2022 #10 디지털 시대의 한글날, ‘한글 붓글씨체’ 호출하기

    윤디자인그룹이 만든 서체를 매달 하나씩,
    월간 《the TS》라는 ‘타입플레이(Type Play) 룩북’으로 소개한다.
    누구나 월간 《the TS》 PDF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다운로드 시 하단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확인)

    월간 《the TS》 10월호는 576돌 한글날을 맞아 윤디자인그룹의 ‘한글 붓글씨체’ 10종 포스터로 꾸몄다. 포스터 디자인 또한 윤디자인그룹 TDC(Type Design Center) 소속 디자이너들이 직접 진행했다.

    붓글씨체란 말 그대로 붓글씨를 원도로 삼아 제작한 서체다. 윤디자인그룹은 1990년대 초부터 다종다양한 붓글씨체를 선보였고, 강병인·이상현 같은 유명 서예가들의 글씨를 폰트화하기도 했다. 월간 《the TS》 10월호에 실린 한글 붓글씨체 10종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출시된 것들이다. 지금도 붓글씨체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붓이 일상적 필기 도구가 아닌 시대임에도, 붓으로 쓴 글씨가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새삼 궁금하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 전시가 있었다. 2016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렸던 〈한글 書(서) × 라틴 타이포그래피 — 동서 문자문명의 대화〉다.

    제목 그대로인 전시였다. 붓글씨로 표현된 한글 문자, 타이포그래피로 양식화된 서양 문자 라틴 알파벳을 한 공간 안에 전시하여 동서 문자의 미(美)와 격(格)을 함께 세운 행사였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예술의전당 서예부장)은 도록에 흥미로운 글을 남겼다. ‘붓글씨가 지금도 대중성을 갖는 까닭’에 대한 답이 될 만한 내용이다. 몇몇 유의미한 문장들을 인용해본다.

    〈한글 書 × 라틴 타이포그래피 — 동서 문자문명의 대화〉 도록 표지

      인류문명 대전환의 실마리는 알고 보면 바로 문자(文字)와 직결되어 있다. 일상의 문자가 붓글씨·손글씨 ‘쓰기’에서 키보드 ‘치기’로 바뀐 것이다. 
       이질적인 동서 문자문명이 만나 하나 된 새로운 버전의 문자 창출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다.
       (이 전시는) 키보드 ‘치기’ 시대, 붓글씨 ‘쓰기’ 문명의 호출을 통해 동서양 작가들이 서로 다르고도 같은 문자문명을 비교하면서 이 문제 해결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첫 자리다.
       이번 전시는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만 다른 한 손에는 다시 붓을 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를 문명사적 맥락에서 관객과 작가/작품들이 같이 묻고 답하는 자리다.
       두 문자문명이 書와 타이포그래피 입장에서 처음 만났다. (…) 서로 다르다고만 생각했던 두 문자문명이 만나 지금까지 서예 전시판에서 벌어진 어떤 전시보다 문자언어의 다양성(多樣性)을 목도하였다.
       이런 다양성에서 다시금 지금까지 동서가 취해온 문자문명의 편견과 편식의 탈피가 더욱 절실함을 확인한다. 그래야만  디지털에 절어 있는 일상의 문자생활에 다시 필묵언어를 호출 하여 인간과 기계의 화해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촌이라는 말이 진부할 정도다. 일상에서 더이상 문자문명의 동서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그러면 그럴수록 역설적이게도 두 문명권 간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가 지금 한 손에 스마트폰, 또 한 손에 붓을 다시 들어야 하는 이유 가 여기에 있다.

    〈한글 書 × 라틴 타이포그래피 — 동서 문자문명의 대화〉 도록 중 이동국의 글에서 발췌 | 강조 표시는 『타이포그래피 서울』

    전시 의도에 관하여 쓴 글이다. 동서양 문자문명의 상견례와 회합을 주창하는 필자의 논지나 표현(이를테면 “인간과 기계의 화해의 실마리”라는 표현)이 다소 문학적으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옛 쓰기 문화인 ‘붓글씨’가 현대에도 이해되고 있는 현상을 “디지털에 절어 있는 일상의 문자생활에 다시 필묵언어를 호출”하는 행위로 규정한 점이 근사하다. “한 손에 스마트폰, 또 한 손에 붓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인상적이다.

    여전히 붓글씨를 배우려 하고, 비록 쓰기 수단은 아닐지라도 시각적 표현 수단으로나마 붓글씨를 곁에 두려 하는 우리의 마음이 위 글의 몇몇 문장들과 상당히 통하지 않나 싶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계속 “필묵언어를 호출”하려는 욕구,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만 “다른 한 손에는 (…) 붓을” 들고자 하는 바람. 어쩌면 이것은 우리글 우리 문자 한글의 쓰기 문화 기원이 붓글씨여서인지도 모르겠다. 매해 한글날마다 한글 붓글씨가 소환되고 호출되는(예를 들면 한글날 기념 서예대회 행사들처럼) 까닭도 다르지 않을 듯싶다.

     한글 붓글씨체 10종 이름과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바이라인 
     ❶ 너울(2001) · · ·  디자이너 정소휘
     ❷ 덕온공주체(2021) · · ·  디자이너 손재이
     ❸  만월(2001) · · ·  디자이너 정소휘
     ❹ 영묵체(2015) · · ·  디자이너 방성재
     ❺ 완도희망체(2020) · · ·  디자이너 윤승찬
     ❻ 윤신궁체 가로 및 윤신궁체 세로(2021) · · ·  디자이너 고하현·이수현
     ❼ 정선아리랑혼체(2019) · · ·  디자이너 윤승찬·이수현
     ❽ 청빈(2001) · · ·  디자이너 방성재
     ❾ 춘풍(2001) · · ·  디자이너 손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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