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오민준의 서(書) #9 캘리그래피 공부법

    서예가 오민준의 캘리그래피 시론 ― 캘리그래피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글. 오민준

    발행일. 2013년 10월 10일

    오민준의 서(書) #9 캘리그래피 공부법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디지로그’라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한 캘리그래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더더욱 발전하고 있다. 디자인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캘리그래피는 단순히 문자 디자인만이 아닌 이제는 작품으로 선보이며 순수미술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글날을 앞두고 많은 곳에서 캘리그래피 전시가 주를 이루었고, 얼마 전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의 정기 회원전도 열렸었다. 현재 진행하는 대부분의 캘리그래피 전시는 인쇄보다 원도작업이 주가 되고 있다. 컴퓨터의 도움에서 만들어진 글씨가 지금은 Fine Art 작품으로 발전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용적 캘리그래피와 예술적 캘리그래피로 구분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짧은 기간에 많은 발전이 아닐 수 없으며 이러한 결과는 대중의 많은 관심과 캘리그래피 작가들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면 앞으로 캘리그래피를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한마디로 말하면 서체에 대한 공부를 폭 넓고 깊이 있게 해야 한다. 깊이 있게 하려면 선생을 두고 한글 고전 서체 및 한문 고전 서체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실용적 캘리그래피는 교육 기관을 통해 단기간에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술적 캘리그래피는 단기간에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선생을 두고 공부를 해야 하며, Study Group을 만들어 자형과 필선(筆線), 선질(線質)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추사 김정희도 당대 실학의 대가인 연암 박지원, 금석학 최고의 권위자인 중국 청대의 옹방강과 사제의 연을 맺고 공부를 하여 학문은 물론 금석학, 서예에 있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승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고전 자료와 서체를 섭렵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장단점이 보완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필치, 자신만의 진솔된 글씨를 찾을 수 있다.

    71세의 병중에 추사 김정희가 쓴 판전(板殿), 병중의 노인이 썼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강건한 필치를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캘리그래피의 현실을 살펴보자. 먼저 교육적인 부분이다. 대부분의 캘리그래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문 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한 후, 현재 유행하는 글씨체나 유명한 작가의 글씨체를 모사 또는 그것을 변형하는 형태이며, 그 과정에서 부족함 내지는 한계를 느껴, 한 단계 위의 과정을 이수하거나 다른 교육 기관을 찾아 다시 공부하는 정도이다. 바쁜 일정 속에 꾸준히 공부하기 어렵겠지만, 오히려 체계적인 공부가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글씨에 대한 자신감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교육 기관에서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캘리그래피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자. 자형과 선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나온 캘리그래피를 보면 안타깝다. 물론 전과 비교하면 좋은 글씨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많다. 선생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서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생기는 오자, 자형의 어색함과 공간 이해의 부족으로 생기는 수준 낮은 글씨의 수가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급하게 만들어지는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조금만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더 좋은 결과가 올 것인데, 너무 급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그 캘리그래피 사례가 훗날 나에게 비수를 꽂게 되거나 ‘왜 그런 글씨를 썼을까’하는 후회를 하게 되며, 단가적인 부분도 그것이 기준이 되어 자신을 괴롭힐 것이며 자책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어떠한 결과나 성과를 보이기에 급급하지 말고, 멀리 바라보고 내적인 실력 수양에 정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캘리그래피 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수준과 질을 높여야 한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함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그 답을 동양 캘리그래피의 모태인 서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예는 원칙에 맞게 써야하는 글씨이기 때문에 어렵다. 그러나 캘리그래피는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면 되고 자유롭게 쓰면 된다.’라고 하여 서예를 쉽게 포기하며 자신만의 글씨를 쓴다. 내가 생각하는 부분은 다르다.

    예를 들면 ‘궁체’를 쓰는 이유다. 궁체는 폰트가 있어 굳이 글씨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어렵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 둔다. 궁체는 정확한 운필에서 그 표현이 가능하며 기본 글꼴을 알 수가 있다. 캘리그래피는 수 십장, 수 백장 써서 그 중에 우연히 좋은 것 하나를 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수 십장 속에는 다양한 선표현과 자형이 존재해야 한다. 궁체를 배우는 이유는 정확한 운필이다. 자유로운 표현의 캘리그래피라 할지라도 작가가 의도한 대로 표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궁체를 쓰는 것이며, 고전의 글씨와 자유로운 글씨 공부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글의 다양한 서체

    또한 지금까지의 캘리그래피는 한글 서체가 중심이다. 한자 사용이 거의 없고, 한글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자이다 보니 아무래도 한글 서체 중심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서예의 본질적인 부분, ‘선과 여백의 미’를 보면 한글 서체만으로는 다양한 선과 여백을 구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글 서체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한자 서체는 존재했고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 한글 서체이다. 좀 더 깊이 있는 다양한 선과 여백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한문 서체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다양한 선을 표현하고 문자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은 수 천년에 걸쳐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우리 선조들의 글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서예를 묵과(默過)해서는 안 된다. 서예의 고전 자료에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답들이 있다. 서예는 문자의 시작과 함께 현재까지도 발전하고 있으며, 그 시대의 상황과 문화에 따라 지금까지 다양한 서체가 만들어진 것이며, 캘리그래피도 현재 우리의 문화가 만든 하나의 결과물이다.

    추사 김정희 세한도, 세한도는 선과 여백의 미가 갖추어진 최고의 걸작이며 서화동원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예로부터 서화동원(書畵同源)이라 했다. 중국 원대의 조맹부는 “돌은 비백같이 그리고 나무는 주문(전서)처럼 그려야 한다. 대나무를 칠 때는 영자팔법이 들어있어야 한다.”라고 하여 글씨와 그림은 본래 같은 것이라 했다. 이 말은 캘리그래피를 하는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씨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글씨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감성 표현의 캘리그래피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한국 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정기회원전에 출품된 작품 중에 선과 여백의 미가 잘 표현된 작품을 선별하였다. 필자 개인적인 주관에서의 선별이며, 앞으로의 캘리그래피는 작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작가만이 생존할 것이다. 별도의 작품에 대한 설명은 삼가하며, 예술적 캘리그래피의 작품을 감상했으면 한다.

    오민준

    현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정통서예를 공부한 후 신고전주의 캘리그라피/서예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Popular Series

    인기 시리즈

    New Series

    최신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