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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준의 서(書) #15 자연 속에서 찾은 선과 여백

    서예가 오민준의 캘리그래피 시론 ― 문자 예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 ‘선’과 ‘여백’


    글. 오민준

    발행일. 2015년 02월 10일

    오민준의 서(書) #15 자연 속에서 찾은 선과 여백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눈으로 기억하기도 하고 사진이나 글로 남긴다.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좋으니까” 기억이 희미해지면 사진이나 글을 찾거나 다시 그곳을 찾아간다. 왜? 그것을 회상하고 싶거나 그 향수를 다시 맡고 싶어서이다. 캘리그래피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씨를 써야만 다시 그것을 찾게 된다. 어떻게 쓰는 글씨가 좋은 글씨일까? ‘감성표현이 잘 된 글씨’ 소재에 맞게 표현하고 그것을 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씨가 좋은 글씨라는 것을 우리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모두가 보고 감동하는 글씨를 우리는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캘리그래피 작가들은 “한 사람이라도 내 글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족한다.” 고 말한다. 모순 아닐까? 모두가 자신의 글씨를 좋아했으면 하는 욕심을 부리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려 한다.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듯, 기본적인 서체공부의 토대 위에 다양한 표현을 해야 함을 여러 번 언급했었다.

    문자예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여백이다. 각각의 자리에서 그 선들이 역할을 하고 그 선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공간은 최고의 글씨로 만들어주며,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 선과 여백은 가장 아름답고 경이롭고 위대한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좋아하고 그 매력에 빠져드는 자연속의 생물들과 풍경에게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선과 여백을 찾아 쓴 글씨는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예를 들어 산을 바라보자. 먼 곳의 산을 바라볼 수도 있고, 산의 정상에서 또 다른 산을 볼 수 있으며, 산 속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자연의 선들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들은 그 선들을 발견하고 활용해야 한다. 다른 풍경이나 생물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감성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 다를 것이다. 전체를 바라볼 것인지? 부분을 바라볼 것인지? 겉만 볼 것인지? 속을 들여다 볼 것인지? 자연은 최고의 예술작품이 된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않을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선생의 ‘그 꽃’이라는 시이다.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느끼는 감정에 따라 표현이 다르고, 같은 곳을 바라보더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고, 같은 길을 걷더라도 바라보는 것 또한 다르다. 좋은 것을 일부러 찾아서 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좋은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이것은 관심이라 생각한다. 조그만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바라본다면 또 다른 작품을 연출할 수 있다. ‘書畵同源(서화동원)’이라 했다. 글씨와 그림은 그 원류가 같고, 그림이 글씨가 되고, 글씨가 그림이 된다. 그림 같은 글씨가 최고의 표현이다. 단순한 필선의 표현을 넘어 대 자연의 거침없는, 아름다운, 경이로운 선들을 이제는 자신의 글씨에 입혀보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라보는 시점과 관점에 따라 각각 다른 사진 – 산

    사진_ 인준철

    바라보는 시점과 관점에 따라 각각 다른 사진 – 나무

    사진_ 인준철, 윤경희

    바라보는 시점과 관점에 따라 각각 다른 사진 – 자연

    사진_ 인준철, 윤경희, 김영민

    나뭇가지와 필선 – 사진과 캘리그래피의 콜라보레이션

    사진_ 인준철, 캘리그래피_ 오민준

    자연의 선과 공간을 활용한 서화동원(書畵同源)1)의 작품

    이은혁 작품

    山자를 반복하여 산을 표현하였다. 그 안에 한시를 행초서로 정갈하게 쓴 작품이다. 이은혁 선생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서예가로 작가의 심성이 잘 베여져 있으며, 자연의 위대함과 평온함이 함께 느껴진다.

    1) 서화동원(書畵同源): 글과 그림의 근원은 같다는 뜻

    [좌] 박종회 작품 [우] 히라노소겐 작품

    왼쪽 작품의 江자는 거침없는 선질과 농담까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한 폭의 그림이다. 문인화는 일반적으로 그림과 화제글씨로 구성이 되지만, 이례적으로 문자를 그림처럼 표현한 작품이다. 박종회 선생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화가이다. 오른쪽 작품의 주인공 히라노소겐 선생은 일본을 대표하는 캘리그래피 작가로 이 작품은 한자 水자를 가지고 물줄기를 표현하였다. 문자를 이미지화하여 그림처럼 느껴지며, 하나의 붓이 아닌 여러 붓으로 선의 표현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오민준

    현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정통서예를 공부한 후 신고전주의 캘리그라피/서예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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