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 ‘캘리(Calli)’와 화풍, 서풍, 서법 등의 의미를 지닌 ‘그래피(Graphy)’의 합성어인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말 그대로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합니다.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이 단어는, 문자가 가진 본뜻, 즉 의미를 전달한다는 본래의 뜻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조형적인 관점에서 문자를 바라보고 있죠. 쉽게 말해 캘리그래피는 손으로 쓴 문자를 아름답게 묘사하는 기술 또는 아름답게 묘사된 글자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예나 손글씨 역시 캘리그래피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종종 캘리그래피를 서예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피(Graphy)’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캘리그래피는 명확한 디자인 컨셉과 의도에 맞는 글자 또는 이미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전통 서예와 구분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손글씨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사람들이 캘리그래피를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캘리그래피가 디자인의 한 분야임을 감안한다면 캘리그래피 역시 디자인의 컨셉과 의도에 맞춰 객관적으로 작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최근 종영한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타이틀에 사용된 캘리그래피 속 ‘약속’이란 글자처럼 말입니다. (‘천일의 약속’ 타이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컬럼에서 다루기로 합니다.)
문자의 특성, 그리고 캘리그래피 작업에 담긴 주관성과 객관성,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문제점들이 바로 ‘캘리 & 그래피’에서 전할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재미있게 때론 진지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일명 ‘캘리그래피 야화’, 목요일에 찾아뵐게요.
* 박선영의 ‘캘리 & 그래피’는 1월 5일 첫 번째 야화를 시작합니다.
박선영 그래픽디자이너이자 996크리에이티브랩 소장.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창립회원으로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동양적인 문화요소와 조형을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으로 융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활동 및 문화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래픽디자인 관련 과목을 강의 중이다. 논문 〈캘리그래피(손멋글씨)의 조형적 표현과 활용에 관한 연구〉발표했고, 이탈리아 Utilila Manifesta/Fight Poverty design contest 2010에서 작품이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