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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준의 서(書) #11 캘리그래피는 왜 모필(毛筆)로 쓰는가?

    서예가 오민준의 캘리그래피 시론 ― 캘리그래피 디자인의 모태는 ‘서예’다


    글. 오민준

    발행일. 2014년 02월 13일

    오민준의 서(書) #11 캘리그래피는 왜 모필(毛筆)로 쓰는가?

    칼럼을 쓰기 전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쓸까 고민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마감에 닥쳐 주제가 결정된다. 원고를 넘기고 나면 다음에는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언급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만 생각한 주제로 썼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번에도 여러 가지 생각한 것들과 다르게 칼럼의 주제를 삼게 되었다.

    얼마 전 ‘캘리그래피는 왜 서예 붓으로 쓰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캘리그래피 디자인과 관련해 수년간 교육을 하고 특강, 세미나를 했는데도 이 질문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간혹 펜 종류로 쓰는 것은 봤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서예 붓으로 쓰니까 나도 썼거나, 모필로 쓰는 캘리그래피 디자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너무도 당연히 알아야 할 부분인데도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서 질문하는 것이 창피했기 때문에 그동안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해 답변을 할 때 공부하는 사람들이 집중해서 들었고 그와 관련한 다른 질문이 이어졌었다. 언뜻 창피한?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이에 대해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당연히 모필로 교육을 받았고 캘리그래피 디자인에 활용하는 글씨 대부분이 붓글씨였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 주제를 ‘캘리그래피는 왜 모필로 쓰는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캘리그래피 문화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형성층이 두텁고 주로 디자인에 많이 사용하지만 다른 장르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형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도 많은 사람이 캘리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캘리그래피 교육을 받고 있고, 많은 사람이 실전에서 캘리그래피를 하고, 많은 곳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왜 캘리그래피는 서예 붓으로 쓰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캘리그래피 디자인 문화가 형성 것은 1990년대 말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캘리그래피 디자인은 존재했었고 사용되었다. ‘필묵’이라는 캘리그래피 디자인회사가 창립하면서부터로 보는데 서예를 전공한 김종건, 이상현 선생이 우리의 전통문화의 하나인 서예를 디자인에 활용하여 좀 더 폭넓게 붓글씨와 묵향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하나, 둘 디자인에 서예 글씨가 선보이게 되었고, 디자이너들이 붓글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필묵을 비롯한 캘리그래피 작가들의 노력 대가에서 현재에 이르렀지만, 당시 디자이너들이 붓글씨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중에 일본의 캘리그래피 영향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서양 디자인의 영향을 받은 일본은 자국의 정서에 맞는 디자인이 형성되었고,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일본의 캘리그래피는 디자인 서도, 상업 서도로 전통, 현대서예와는 다르게 각각 다른 영역에서 발전했으며 서예를 활용한 일본의 캘리그래피는 다양한 디자인에 적용되었다. 서예를 모태로 만들어진 일본의 캘리그래피 사례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 디자이너와 캘리그래피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국민 정서이다. 문화는 선후시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데 디지털 시대에 예전의 아날로그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가고 물질 만능이 팽배한 현시점에서 복고풍이 다시 대두하는 시점에서 유년시절 서예 시간의 추억과 향수가 캘리그래피 디자인을 통해 느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적 감성 표현이다. 한글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한글문화가 곧 대한민국을 알리는 문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 서예가 출연하게 된 것이다. 한글 고전 자료와 한글 필적(筆跡)은 여러 디자인에 활용되고 한글서예는 여러 나라에서 전시되는 등 우리 전통문화의 하나인 서예는 하나하나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캘리그래피에서의 모필 사용은 어쩌면 당연하다. 흔히 캘리그래피는 ‘감성 표현’이라고 한다. 그 감성 표현에는 여러 가지 느낌과 더불어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 여러 필기도구가 있지만, 감성 표현 최적의 도구는 모필이다. 전통 서화(書畵)에서 우리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다양한 필선(筆線)의 표현에서 보이는 것이다. 붓을 누르는 힘의 차이, 붓의 속도 등 붓의 운필에 따라 다양한 선의 표현과 먹물의 양에서 농담표현은 다른 필기도구에서 느낄 수 없는, 표현할 수 없는 모필만의 장점이다.

    왜 캘리그래피에서 모필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제 어느 정도 해소(解消)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전통 서화도구인 지필묵연(紙筆墨硯)은 가장 한국적 감성 표현이 가능하며 기운생동(氣韻生動)의 표현이 가장 적절한 도구이기 때문에 캘리그래피 디자인에 모필 사용이 주를 이루는 것이며 캘리그래피 디자인의 모태인 서예를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캘리그래피와 의류 디자인, 도자기, 사진,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
    캘리그래피 디자인회사 ‘필묵’ 이전의 캘리그라피와 ‘필묵’ 초창기 캘리그래피 디자인 사례(‘춘면’, ‘챔피언’은 필묵의 사례이며, ‘춘면’은 필묵의 첫 캘리그래피 디자인 사례이다.)
    서예를 모태로 쓰인 일본 캘리그래피 디자인 사례

    오민준

    현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정통서예를 공부한 후

    신고전주의 캘리그라피/서예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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