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는 물론 민족성까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그 나라의 광고와 디자인을 관찰하는 것이다. 화사한 색을 좋아하며 감수성이 매우 뛰어난 한국인은 마음으로 선택하고 마음으로 결정하는 눈물 많은 감성인이고, 침착한 흙색을 선호하고 모든 일과 사물을 이성으로 보고 관찰하는 유럽인은 머리로 이해하고 머리로 판단하는 말 많은 이성인이다. 그러기에 광고 디자인에 쓰이는 색과 글의 표현은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한 민족의 정서적 분위기를 넘어 프린트 디자인의 필요성을 점점 의문스럽게 만드는 온라인 디자인을 관찰하면 홈페이지 디자인은 한 나라의 식사 문화를 엿보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한국식 홈페이지는 국과 밥 그리고 수많은 반찬으로 컵 놓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가득 찬 밥상과 같다. 그에 비해 유럽식 홈페이지는 다양한 접시에 순서별로 담겨 나오는 음식에 비해 컵 종류가 더 많이 놓인 서양식 식탁과 같다. 눈앞에 펼쳐진 많은 정보 중에서 원하는 것만 고르는 한국인의 취향과는 달리 양파 까듯 한 겹 두 겹 서서히 정보를 찾아가는 독일인의 성격은 홈페이지의 구성을 통하여 느낄 수 있다.
홈페이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현재, 홈페이지는 한 회사의 성격과 작품 수준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첫인상이며, 회사의 명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독일의 디자인 정보와 전문 지식으로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W&V(www.wuv.de)에 의하면 광고 디자인과 TV 광고로 유럽을 휩쓰는 유명 광고대행사들도 막상 본 광고 회사 홈페이지를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남 못지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말이다.
Website Award 2013 심사위원들이 독일에서 유명한 20개 광고회사의 홈페이지를 심사한 후 발표한 명단을 보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광고회사는 뮌헨에 자리 잡은 Heye(2.0점 www.heye.de)이고 그 뒤는 Philipp und Keuntje(2.1점 www.philippundkeuntje.de ), Kolle Rebbe(2.4점www.kolle-rebbe.de), und Thjnk(2.4 점 www.thjnk.de ) 순이다. 국제적인 공모전에서 많은 상을 받고 디자이너들로부터 크나큰 관심과 존경을 받고 있는 광고회사 Jung von Matt(www.jvm.com)과 Scholz and Friends(www.s-f.com)는 10등 안에 들지 못하였다.
모범적인 홈페이지 디자인을 순위별로 발표하는 동시, 실용성 있는 홈페이지를 디자인하는 방법의 하나는 회사 소개 페이지에 회사 자랑을 너무 과하게 말 것을 조언한다. ‘제일 잘하고’, ‘제일 좋은 아이디어’라는 표현은 듣는 이로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제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꺼리는 독일인은 한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광고회사가 어떻게 자신을 스스로 제일이라고 지칭할 수 있냐며 그리고 제일의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경우 제일기획은 제이기획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온다.
백 개의 문장보다 한 장의 뛰어난 이미지로 새 클라이언트의 시선을 사로잡도록 하고 홈페이지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공모전에서 우수한 최신 작품이어야 하며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객이 광고회사의 비전과 범위 그리고 회사만이 지닌 남다른 특징을 60초 이내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간결한 글로 보충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자랑을 겸손하게 하는 방법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것 또한 배워야 한단다.
외국 근로자를 ‘일하는 손님’이라고 부르는 독일인들은 10년 전만 해도 항상 웃고 친절하며 말없이 일만 하던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오직 겸손하고 부지런하며 모방만 잘하는 한국인에게 위협을 느낄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2012년 국제시장에서 애플과 맞대어 경쟁하며 세상을 소란스럽게 만든 삼성을 지켜본 후 한국에 관한 이미지는 크게 변하고 있다. 남이 쉴 때 쉬지 않고 남이 잘 때 자지 않으며 끝없이 도전하는 한국인들은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높은 교육률뿐만 아니라 격한 경쟁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끈기와 승부욕이 강한 한국인들을 독일인들은 미래의 경쟁자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대학교수들은 대학생들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고 경고하고 있다.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말은 한국인들과 경쟁할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말이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독일 광고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기에 자기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상대방에게 직접 발표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 행운은 알맞은 시간과 장소에 이루어지는 운이다. 어느 누구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기에 우리는 항상 준비된 상황에 있어야 한다. 행운은 오직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진다.
재능을 키우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기회를 알아보는 능력을 키우자. 칸트가 말했다. 자기의 재능을 키워야 하는 의무는 인간으로 태어난 순간 누구에게나 주어진 의무라고….
배춘희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사람을 사랑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