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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희생각 #4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 “4년간 무엇을 배웠습니까”


    글. 배춘희

    발행일. 2013년 08월 20일

    춘희생각 #4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2012 여름.

    인간이 성공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한 나라의 문화와 사회 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성공이 주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바로 돈과 명예. 돈이 최고라는 사회에서 미래를 꿈꾸고 장래를 계획하는 대학교 1학년들에게 성공의 비결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노력’이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제일 많았고, 그 뒤를 잇는 단어들은 ‘열정’, ‘인맥’, ‘부모님’, ‘말주변’ 그리고 ‘아름다움’이었다. 성공의 필수인 학벌을 준비하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한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대학교에 왜 왔습니까?”

    간단한 질문에 간단한 대답이다.

    성공의 기본인 대학교 졸업장을 얻기 위하여 3년 동안의 고등학교 시절을 참아낸 대학생들에게, 학벌이 없다는 이유로 인격까지 무시당하는 부모들의 한을 간접적으로 나마 풀어 주어야 하는 의무를 작은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자식들에게, 대학교 생활이 어떠한지를 계속 물었다.

    고등학교와 달리 자유스럽고 개방된 수업 방식은 물론 장래의 목표가 비슷한 학생들과 공동 작업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인생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지만, 사회생활에 중요하다는 인맥의 힘이 선후배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상황을 알게 되니 불안하단다. 졸업하기 겁난단다. 한 여학생은 솔직히 말한다. 대학교에 무엇을 특별히 배우려 온 것이 아니라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할 때 인간관계와 인맥으로 고생할 것을 미리 대학교에서 연습하고 훈련받기 위해서 왔다고….

    “교수님, 전 지금 비싼 훈련비를 내며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졸업 후 몇 개월 동안 지속되는 어려운 사회생활을 이겨내지 못하고 “저, 시집이나 갈래요.” 하며 결혼하는 여학생도 있었다. 남편을 동반자보다 부양자로 인식된 사회인만큼 여자로서의 성공은 어쩌면 안정한 삶을 보장하는 남자를 찾아 결혼하는 데에 있을 수 있다. 아주 편한 삶을 위하여 아주 쉬운 방법을 선택한 후 돈과 명예를 지닌 남자 곁에서 보호를 받으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것이 목표인 여성들에겐 성형과 대학교 졸업장은 기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다. 한 여학생이 화사한 웃음으로 다가와 말한다.

    “교수님, 저 눈 수술했어요.”

    그런 것을 왜 하느냐고 물으니 예뻐지기 위해서란다. 수술하기 전에도 예뻤다고 하니, 아니란다.

    “전, 이제야 예뻐요.”

    많이 아팠겠다고 하니 예뻐지려면 고통을 참아야 하고 원하는 남자를 얻으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며 결혼을 사업으로 생각하는 20대의 어린 여학생이 말해 준다.

    “남자들은 쌍꺼풀이 있는 여자를 더 좋아합니다.”
    “남자들이 똑똑한 여자를 좋아한다면, 여자들은 거울 대신 책을 더 들여다보겠네요?”

    아무런 말이 없다.

    수업시간이다.

    남학생들에게 예쁜 여자가 좋은지 똑똑한 여자가 좋은지 물었다.

    “예쁜 여자요.” 하며 남학생들이 합창한다.

    예쁜 여자를 선호하는 이유를 물으니, 똑똑한 여자는 남자를 우습게 안단다. 정말로 똑똑한 여자는 그렇지 않다고 하니 그런 여자는 한국에 없단다.

    “우리 집 식구들은 모든 것을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합니다.”
    “왜요?”

    “여자 마음이 편해야 집안이 편하니까요.”
    “아버지는 무엇을 합니까?”
    “엄마에게 돈 벌어다 주죠.”

    집안 식구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려운 사회 생활을 견뎌내며 생활비를 벌어오는데 결정권 하나 없이 묵묵히 자리만 지키며 살아가는 50대 남자들의 역할을 이해하기 어렵다니 한국은 옛날 같지 않단다. 현대 여성들은 예전과 달리 집안의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남자들은 이제 돈만 벌어다 주면 된단다.

    “요새 한국 남자들은 완전 돈 벌어 오는 기계입니다.”

    그래도 나중에 결혼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다들 그렇게 사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며 독신으로 살면 문제가 많아 결혼을 못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어려운 결혼 생활 보다 더 힘들단다. 집에서는 남편 대접을, 사회에서는 인간 대접을 받기 위해서 성공하는 길 밖에 없다는 20대 남학생들에게 예쁜 여자 보다는 똑똑한 여자를, 똑똑한 여자 보다는 현명한 여자를 삶의 동반자로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니, “그래도 애교 뜨는 예쁜 여자가 좋죠.”하며 환한 웃음을 보이던 남학생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난 대학생들이 대학교에 생애를 꾸려 나가는 기술 보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하여 입학했다고 말하기를 바란다. 꿈을 실천으로 옮기는 방법, 대화하는 방법, 토론하는 방법, 배려하는 방법, 정의를 위하여 싸우는 방법, 수단과 방법을 구별하는 방법, 자유를 즐기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 그리고 그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방법보다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대학교 졸업생들에게 묻고 싶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4년 동안 무엇을 배우고 졸업을 합니까?”

    배춘희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사람을 사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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