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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희생각 #2 왜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약속을 합니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스스로 한 말을 실천으로 옮기는 책임감을 보이며 상대방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인이다.


    글. 배춘희

    발행일. 2013년 04월 08일

    춘희생각 #2 왜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약속을 합니까?

    어느 날 수업시간에 지각한 학생에게 늦은 이유를 물었더니 늦잠을 잤단다. 학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느냐고 물으니 그렇지는 않단다.

    “그럼 누가 학비를 냅니까?”
    “부모님이요.”
    부모님도 아직 주무시느냐고 물었다.
    “아뇨, 부모님은 일하러 가셨습니다.”
    “부모님은 학생 학비를 마련하려고 새벽부터 일어나 일하러 가셨는데 학교 수업에 가야 할 학생은 늦잠을 잤다고요?”

    아무 말이 없다. 그날 이후 그 학생은 지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시간 약속은 한 사람의 인품과 성격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스스로 한 말을 실천으로 옮기는 책임감을 보이며 상대방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인이다. 그런 만큼 늦게 도착해도 된다는 핑계보다 늦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이다.

    건강한 정신은 어릴 때부터 부모를 통해서, 또는 학교에서 피와 살이 되는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몸 건강에 좋다는 것은 먼 곳까지 찾아가서 먹고 마시면서 정신 건강에 좋은 인성교육과 도덕성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보고 경험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한잔의 술처럼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직위와 나이에 따라 정의와 원칙이 변하는 것은 물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며, 권력을 가진 사람의 생각과 기분에 따라 옳고 그름이 결정된다. 그리고 권위주의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악이용하기에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명언이 100% 적용되고,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참아내기 힘들고 비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매일 나누어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Visionstyler Press

    한국인들은 이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청각과 시각을 통한 스트레스를 무의식적으로 받는다. 눈이 거슬릴 정도로 화려한 색상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자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크고 많은 간판. 가게마다 소음이 되어 퍼지는 음악 소리. 차갑고 하얀빛으로 식당 안을 밝히는 형광등.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에게 방해물이 되어버린 장애물. 이렇게 산만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은 환경 속에서 피해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하여 문을 열고 기다려 주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작은 눈길과 작은 미소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실이다.

    한국엔 간판들이 아주 크다.
    아니다.
    한국이 다만 작을 뿐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환경 디자이너들이 한국의 사회 문화를 고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람들을 위하여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친절한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 들떠 있고 조급하며 경직된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진정시키는 것이 환경 디자이너의 능력이며 의무라고 생각한다. 사거리와 길가에 걸려 있는 현수막의 양을 줄이고 건물과 주위에 어울리는 색과 크기로 간판들을 디자인하는 것. 또한, 상점마다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의 볼륨을 줄이고 인도에 정렬된 장애물을 좀 더 단순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재질과 색으로 디자인하여 사람들의 시각적, 청각적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이 한국 디자이너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친절하고 좋은 환경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오감은 살아 있기에 그들은 상대방의 언행에 반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며 그들이 누리는 정서적 여유는 원만한 대인관계에 중요한 신뢰와 배려심을 벗 삼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식사 시간보다 약속 시간을 더 중요시하고 더 잘 지킨다.

    두 학생이 계단에 앉아 서로 두 손을 잡고 중얼댄다.

    “약속하고”
    “복사하고”
    “도장 찍고”
    “뭐 합니까?”

    하고 물으니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렇게 해야 한단다.

    “왜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약속을 합니까?”
    아무도 대답이 없다.

    배춘희 
    4년 반 동안의 한국생활을 뒤로하고 내가 태어난 고향 한국을 떠나 내가 자라온 고향 독일로 돌아왔다.
    어딜 가나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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