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찍은 사진을 손에 들고 흔들면서 조급해하던 사람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작은 종이를 입김으로 불거나 겨드랑이 밑에 넣어 비비던 사람들. 보일 듯 말 듯한 무엇인가가 종이 위에 서서히 나타나면 “보인다! 보인다!” 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호들갑을 떨던 사람들. 폼 잡은 몸매와 예쁘게 나온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만족해하던 사람들. 이 모든 행동은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고 찍혔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장면이다.
독일 폴라다리움(POLADARIUM) 2016 공모전(홈페이지 바로 가기)
POLAloid + KalenDARIUM(달력)
내년 독일에서는 폴라다리움 2016 공모전이 열린다. 아주 오래전 집집이 벽에 걸려있던 365일 달력 형식으로 디자인된 이 폴라다리움은 2010년 10월 독일에서 처음으로 발행되어 단 몇 주 안에 매진되면서 작가와 디자이너들을 떠나 사진 찍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독일의 도시 뤼덴샤이트(Luedenscheid)에 자리 잡고 있는 셀트만 죄네(Seltmann+Soehne) 출판사는 1870년부터 지금까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인쇄 작업을 후손들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그들의 목표는 좋은 글을 시각적으로 풍요롭고 질 좋은 종이에 인쇄하여 책 한 권 한 권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남기는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 보존과 한 집안의 전통을 중요시하기에 생긴 그들의 아이디어가 바로 365일 폴라로이드 작품을 380페이지에 담은 폴라다리움이다.
폴라로이드의 특징 중 하나인 하얀 테두리는 이 세상에 오직 한 장만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하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포토스튜디오에서는 올바른 조명과 구성을 즉석에서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을 선사하고 있으며, 파티에서는 오직 한 사람만이 한순간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을 간직할 수 있는 영광을 얻는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더 친밀감을 느낀다는 작가들의 폴라로이드가 실린 ‘POLADARIUM 2015’는 지난 9월 20일부터 판매하고있다.
폴라로이드, 작은 궁금증이 낳은 큰 탄생
1943년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3살 먹은 어린 딸이 사진을 찍고 난 후 사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아빠, 왜 사진을 찍고 난 후 금방 볼 수 없어?”하며 과학자이자 사업가였던 에드윈 H 랜드(Edwin H. Land, 1909~1991)에게 물어 온다. 흘려 들을 수 있었던 아주 사소한 질문이었지만 사랑하는 딸이 발을 동동 굴리며 사진이 현상될 때까지 애태우는 모습이 에드윈 H 랜드 는 딸의 질문을 계기로 진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일에 집중하면 일상생활, 즉 식사나 세수하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것으로 소문난 그는 마침내 1948년 폴라로이드를 크리스마스 시장에 소개할 수 있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사진 공모전
특별한 주제가 없기에 모든 것이 가능한 폴라다리움 공모전. 경치도 좋고 인물도 좋고 누드도 좋다. 다만 ‘Polaroid SX-70’이나 ‘600 Kamera’로 찍은 108 x 88mm 크기의 사진만이 심사에 참가할 자격이 있으며 폴라다리움 2016 신청 마감일은 2015년 1월 15일이다.
사소하고 작은 일을 잘하는 사람만이 큰일도 잘해낼 수 있듯이 작은 공모전에 참가하여 연습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큰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예술인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복이다. 점점 가까워지는 전 세계.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 무엇이 이루어 질지 모르는 이 인생. 남이 만들어 주는 기회를 기다리면서 낭비하는 돈과 시간을 자신의 발전에 투자해 보는 것이 어떨까?
운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하지만 행운은 운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배춘희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사람을 사랑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