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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희생각 #7 넬슨 만델라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나라, 남아프리카

    남아프리카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나, 무엇을 봐야 하나


    글. 배춘희

    발행일. 2014년 04월 08일

    춘희생각 #7 넬슨 만델라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나라, 남아프리카

    남아프리카는 한 마디로 아주 큰 나라다. 면적이 크기에 가는 곳마다 경치도 날씨도 다르다. 산도 많고 나무 종류도 많고 돌도 많고 먼지도 많다. 피서객들을 따뜻한 바닷물로 맞이하는 동해안과 물은 차지만 산 좋고 경치 좋은 서해안에는 남극에서만 볼 수 있다는 펭귄이 뜨거운 햇살 아래 짝을 지어 졸고 있다. 남아프리카 남해와 서해의 모서리에 자리 잡은 케이프타운(Cape Town)은 세계에서 범죄율이 제일 높은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와 동해에서 제일 큰 도시 더반(Durban)과 같이 세계적인 도시를 자랑하며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을 친절한 서비스로 맞이한다. 남아프리카에서 관광객 수가 제일 많다는 V&A 워터프론트(V&A Waterfront)는 유명한 메이커 상점과 세계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 그리고 호화스러운 호텔로 가득하다.

    V&A 워터프론트의 부둣가에는 로벤 섬으로 향하는 배가 준비되어 있다. 8km 육지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은 로벤이 많다는 이유로 로벤 섬으로 불리고 넬슨 만델라(Nelson Madela)가 감옥 생활을 18년 동안 보낸 섬이다. 3~5시간 동안 관광객들의 질문에 상세히 답해주고 설명해 주는 가이드의 정성으로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으며 넬슨 만델라 게이트웨이 건물 안에는 예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과 에이즈를 주제로 한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어 남아프리카의 디자인과 사회 문제를 볼 수 있다.

    아주 변덕스럽다는 케이프타운 날씨에 아랑곳없이 길에서 연주하는 예술가들은 오고 가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흥겹고 가볍게 해 주고 식당과 술집에 앉아 음료수를 즐기는 이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남아프리카의 음악 문화를 신 나게 전달한다. 은근히 술에 취해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음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흑인 여인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얼굴에도 작은 미소가 맴돈다.

    케이프타운 거리에는 간판이 많지 않다. 유럽 디자인과 비슷한 색과 구조를 지닌 간판들은 남아프리카가 영국과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있을 때 받은 문화와 예술의 영향을 보여 주고 있으며 건물에 걸린 간판의 규모와 디자인이 아주 겸손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유명한 장소나 건축물은 유럽식 이름이고, 오래되었지만 잘 보존된 건축물은 여느 큰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건축물 못지않게 오래된 역사와 전통의 뜻을 지니고 있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백인들은 9%밖에 되지 않지만, 그들이 누리는 삶은 흑인들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다르다. 살기 좋고 놀기 좋고 전망 좋은 곳에는 백인들이 살고 있다. 백인들이 사는 곳이 안전하다. 흑인 경비들이 백인들이 사는 지역을 밤낮으로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웨이터도 거의 흑인들이다. 하지만 흑인들의 눈빛에는 시기나 질투가 담겨 있지 않으며 그들의 언행 또한 아부적이지 않다. 몸 움직임도 크고 웃음소리도 큰 그들은 남을 도우려는 마음도 큰 모양인지 길을 물으면 누구 하나 못 들은 척하거나 대답 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주인 있는 땅에 와서 주인 행세를 하던 영국인과 네덜란드인들의 비도덕적인 행위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인간적이고 비양심적인 언행을 일삼아온 이들에게 흑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친절할 수 있느냐고 선물센터에서 일하는 흑인 여인에게 물었다. 27살이라는 그녀는 웃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미소 띤 입술로 조용히 말해 준다.

    모든 옛일은 용서를 하고 잊어야 하며 잊었다는 그 자체마저도 잊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 들어 몸이 아프게 된단다. 그리고 적에 대한 미움과 증오는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기 때문에 그 감정을 2세에게까지 유산으로 물려주어서는 안 된단다.

    인간이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건축이나 문명을 접하려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고 아직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을 보고 체험하고 싶으면 남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없는 것이 없는 나라. ‘볼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은 나라 남아프리카. 다만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하는 점은 몇 가지 있다. 남아프리카의 사회 범죄는 심각할 정도로 크기에 혼자 자유여행을 다니기보다는 단체로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고 밤이든 낮이든 인적이 드문 거리는 삼가는 것이 좋으며 언제나 차와 사람이 많은 큰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카메라를 탐내는 이들이 많기에 비싼 카메라는 손에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좋으며 카페나 식당에서도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 두는 것이 좋다. 어둠이 내려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 아무리 시내 한복판이라도 절대 혼자 다녀선 안 되며 택시도 호텔에서 불려주는 것만 이용할 것과 기차를 타고 다닐 때는 일등석만 이용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내에는 이 나라의 빈부 차이가 크게 눈에 뜨이지 않는다. 의식주가 모든 국민을 위하여 잘 해결되어 있고 양과 음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관광객이 가지 않고 가지 못하는 변두리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매일같이 수십 리를 걸어서 직장에 다녀야 하는 것은 물론 담배 한 갑 살 돈이 없어서 담배를 한 대씩 사서 피우는 것을 보았다.

    케이프타운 관광객과 백인 남아프리카인이 많기에 남아프리카에 온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도시이다. 아름다운 공원과 식당이 유럽 못지않게 잘 되어 있기에 부유한 유럽 노인들은 추운 겨울을 따뜻한 남아프리카에서 보내고 훈훈한 봄이 시작하면 유럽으로 돌아와서 여름과 가을을 즐기다가 겨울이 다가오면 철새처럼 남쪽으로 또 날아간다. 글로 전할 수 없는 남아프리카의 햇살과 분위기를 직접 가서 느끼는 한국 여대생들을 보았다. 둘이서 짝을 지어 다니는 그녀들의 용기와 다른 것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에 감탄하며 더 많은 학생이 여행할 기회를 기다리는 것보다 스스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춘희 
    독일여권을 가진 한국여자.
    한국에서 4년 반의 교수생활을 끝내고 작년 3월 독일로 다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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