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의 모든 가구는 TV를 중심으로 놓여있다. 의자 생활을 하든 바닥 생활을 하든 가족과 살든 혼자 살든 집에서 가장 큰 장소에 모여 자리를 잡을 때 우리는 부모나 형제가 아닌 TV를 중심으로 앉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천둥이 치나 성별과 나이의 차이 없이 매일매일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는 가족의 애물단지 ‘TV’. 검은색 사각형 테두리에 빠져든 사람들은 가족과의 대화를 위하여 TV를 끄는 것이 아니라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자 가족과의 대화를 끊어버린다.
그런데 현재 젊은 현대인들로부터 TV보다 더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모르는 것을 잔소리 없이 가르쳐 주는 선생. 요구하는 것도 없고 비웃음도 없고 명령도 없고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아주 좋은 친구, 삶의 동반자 ‘인터넷’. 사람에 시달리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든 사회생활에서 그나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유일한 것이기에 모든 이들로부터 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급한 성격이 한국 인터넷 발전에 큰 도움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빨리 먹고 빨리 마시고 빨리해야 하는 삶의 속도에 발맞추지 않으면 소비자의 마음도 빨리 변하기 때문에, ‘빨리’가 밥 먹여 주는 사회에서 느긋하게 먹고살려면 빠른 서비스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경쟁자도 잠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은 세계에서 인정해 주는 수준이다. 한국을 떠나 다시 독일로 돌아와서 생활을 시작할 때 인터넷을 신청했더니 2주일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그것도 누가 와서 설치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한국의 서비스가 그리울 때가 많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디자인에 관한 일반인의 시각은 넓어지고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글씨체와 일러스트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지금. 개인 홈페이지는 물론 가족명함까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시대이다. 창의력과 융통성이 뛰어난 이들은 시장에서 판매하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며 초대장은 물론이고 청첩장까지 직접 디자인하면서 인터넷이 주는 장점을 디자이너 못지 않게 잘 응용하고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디자인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글씨체의 선택이다. 하지만 좋은 글씨체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읽기 편하고 글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씨체는 읽는 리듬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즐기는 이들을 위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모던한 서체들을 소개한다. 베바스 노이에(Bebas Neue), 룩업(Look Up), 아담(Adam)이 그것이다.
특히 현재 도쿄에서 활동하는 료이치 츠네카와(Ryoichi Tsunekawa)는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면서 산뜻하고 현대적 감각이 실린 서체 베바스 노이에(Bebas Neue)를 디자인했다.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글씨체 중 인기도와 사용도가 아주 높기에 웹의 헬베티카로 불리고 있는 베바스 노이에는 유럽 디자이너들로부터 오랫동안 사용될 것 같다.
어딜 가나 좋은 것은 인정을 받는다. 더군다나 디자인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국경을 넘어 주목을 받는 것. 이처럼 좋은 디자인은 지속적이며 꾸밈이 없으며 순수하다. 좋은 디자인은 보는 이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좋은 사람들처럼….
배춘희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사람을 사랑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