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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래의 스튜디오 창업기 #7 스튜디오 확장

    “디자이너의 공간은 디자이너 개인보다도 방문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중요한 심리적 작용을 하는 듯하다.”


    글. 김의래

    발행일. 2012년 07월 10일

    김의래의 스튜디오 창업기 #7 스튜디오 확장

    스튜디오를 창업하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공간에 대한 생각과 범위가 넓어진다. 처음에는 공간 자체에 의미를 두다가도 클라이언트가 조금씩 늘어나고 손님이 찾아오면서 작업공간에 대한 욕심이 커지다 보면, 스튜디오 이전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금전적인 문제와 유지하는데 있어 문제가 될 만한 것, 각종 잡기들의 구입 여부 등 스튜디오 이전에는 이런저런 상황들이 다 고려가 된다. 하지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공간의 문제는 곧 일의 확장에 대한 모험, 투자와 연관된다.

    스튜디오 공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일차적 의미는 ‘작업을 하는 공간’이다. 작업을 하는 공간은 영감을 자극하고, 편안해야 하며, 디자이너들이 서로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동선이 형성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언제나 클라이언트의 방문에 준비가 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스튜디오 방문은 중요하다. 클라이언트에게 책임감과 신뢰를 심어주어야 하는데, 스튜디오 공간이 시각적으로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편안히 커피 한 잔 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조건을 앞세우다 보면 월세와 같은 유지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스튜디오를 이전하기도 전에 절망감을 느끼거나 차라리 스튜디오를 접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스튜디오 이전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클라이언트의 방문이었다. 클라이언트와 회의하는 공간, 그리고 편안히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디자이너들의 개인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었다. 작업 공간이 너무 좁으면 서로 신경이 쓰이고 오히려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그런 측면에서는 개인 공간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3명의 디자이너가 개인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고,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면 어느 정도 공간이 적당할 것인가? 적어도 12평에서 15평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었다.

    목표를 정하고 사무실을 알아보니 부딪히는 문제들이 있었다. 12~15평은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9~12평보다 비율상으로 봤을 때 더 높은 가격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12~15평을 얻을 바에는 20평을 얻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이 비쌌다. 저렴한 곳을 얻자니 매물이 없고, 가격이 맞는 곳은 몇 달을 기다려야 하니, 미리미리 알아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됐다. 역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개인사업자들을 한숨 짓게 만든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어쨌거나 다행히도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난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렴한 공간을 얻게 되었다. 그게 지금 스튜디오 ‘밈’의 사무실이다. 15평 정도의 공간에 디자이너 3명의 개인공간이 주어지고, 회의용 테이블까지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튜디오의 확장 이전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일단 고정 유지비가 올라가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고정 유지비는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무게에 짓눌려 사무실을 접어야 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업은 외부적인 일보다 자기 무게에 짓눌려 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대로 기회도 될 수 있다. 클라이언트의 방문 후 어느 정도의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공간은 디자이너 개인보다도 방문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중요한 심리적 작용을 하는 듯하다. 스튜디오 위치와 인테리어에서 신뢰를 줌으로써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10명 중 7명의 클라이언트들은 포트폴리오를 본 뒤 한결같이 ‘다음 번에는 사무실에 한번 방문해도 될까요?’라며 말을 건넨다. 그 목적이 방문해서 차를 마시기 위해서인지 회의를 하기 위해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거래하는 디자이너의 공간이 궁금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얻는 신뢰는 포트폴리오에 이어 상대 디자이너의 신뢰도를 최종 확인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대기업과 일을 하게 된다면 삐까뻔쩍한 스튜디오는 필수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그들의 최종 검증 방법은 공간이다.

    스튜디오 ‘밈’을 확장 이전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났다. 어떤 면에서는 유지비가 부담이 되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클라이언트를 스튜디오에 초대할 수 있다는 것과 이 공간에서 회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특히 디자이너들의 개인 작업공간 확보는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매월 월세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도 드문드문 사무실을 이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과 다이렉트로 일하지 않는 이상, 지금 공간에서 2~3년 정도 더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튜디오 확장 이전은 위험성이 크고, 금전적인 문제로 원치 않는 일들을 더 많이 해야만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그만큼 만족과 보람, 기회도 더 많이 찾아 온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 적당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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