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가장 골치 아픈 일중 하나는 역시 ‘세금’이다. 세금에 관한 지식부터 자잘한 업무들까지, 세금과 관련된 일은 늘 신경이 쓰인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한 건의 디자인 프로젝트로 얻은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낼 수도 있다. 세금 문제가 늘 신경쓰일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다. 회계사사무소의 위력을 실감한다.
국세청이 지정한 사업장의 과세 대상은 크게 법인사업자, 일반과세자, 간이과세자로 나뉜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 일반과세자가 된다. 일반과세자가 되면 부가세와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연매출 7,500만원 미만(서비스업 기준)은 간편장부를 작성해야 한다. 그나마 간편장부는 낫다. 75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복식부기’라고 하는, 일반인이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장부를 작성해야 한다. 바로 이 장부를 기제하는 것이 정말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하는 일이다. 벌써 며칠째 국세청 홈페이지와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세금 관련 정보를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세금 관련해 또 다른 곤란한 점은 그래픽 디자인의 특성상 ‘면세사업자’와 거래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면세사업자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종목의 사업장을 말한다. 대표적인 면세사업자가 바로 출판사다. 그런데 왜 곤란할까? 면세사업자는 매출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매출과 매입으로 인한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면세사업자가 일반사업자와 거래를 할 경우 일반사업자에게 ‘매입’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물어야 하는데, 이게 면세사업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출판사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디자인 스튜디오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도록 압력 아닌 압력을 가한다. 첫 견적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부분이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면 디자인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머릿속에는 세금… 세금… 세금… 뿐이다. 이렇게 세금 문제로 골치를 썩을 때면 조금은 사회인에 가까워졌음을 느끼기도 한다. 조그만 스튜디오라고 해도 ‘대표’라는 직함은 역시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