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밈’을 창업하겠다 마음 먹었을 때 생각한 예산은 작업실의 보증금과 책상, 의자를 위한 금액뿐이었다. 그정도 금액이면 뭐, 크게 문제 없이 준비되리라 믿었다. 미리 말해 두지만, 이렇게 철없이 창업을 준비하면 정.말.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좌절한다. 그중에서 내 뒤통수를 멋지게 날린 건 바로 멀티콘센트. 스튜디오 ‘밈’의 디자이너는 총 3명. 게다가 모두 만만치 않은 수의 디지털 장비를 갖고 있어 한 명당 적어도 5~8개의 콘센트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혹은 순진한 마음으로) 멀티콘센트를 사러 갔다가 7구 멀티콘센트의 가격을 보고 좌절했다. 7구 멀티콘센트의 가격은 약 2~3만원. 길이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전기장치다 보니 싼 것에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망설이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좀 비싼 가격의 콘센트를 선택했다. 그렇게 구입한 7구 멀티콘센트 3개의 가격은 9만원!!! 게다가 자리에 따라 길이를 늘리기 위한 연장선이 필요하다. 그렇게 구입한 3구 5미터 멀티콘센트. 이것도 2만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작업실로 돌아왔지만. 작업실의 전기 콘센트는 2구용 두 곳뿐이다. 그래서 3구 확장콘센트(정확한 명칭을 모름) 2개를 다시 구입했다. 또 다시 2만원의 추가 비용 발생.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어디에나 복병은 있기 마련이다.
몇 시간 뒤 인터넷을 설치하는데 인터넷 모뎀에 1구, 공유기에 1구, 그리고 인터넷전화기 모뎀에 1구의 멀티콘센트가 필요하다. 결국은 3구 5미터 멀티콘센트를 또 구입했고, 이렇게 멀티콘센트 구입에 들어간 비용이 총 14만원···.
스튜디오 창업을 준비하면서 정말 단.한.순.간.도 예상한 적 없는 지출이다. 스튜디오 창업은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다 그렇듯 아무리 넉넉하게 예산을 짜도, 얄밉게 꼭 예상금액의 10~15%가 더 들어간다. 멀티콘센트를 구입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작은 해프닝이지만 앞으로 예산을 짜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좋은 경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무튼,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하면 멀티콘센트 구입에 14만원이 든다.
스튜디오 ‘밈(Studio mim)’이라는 이름에 관하여
스튜디오 밈의 ‘밈(mim)’은 ‘밈(meme)’의 발음기호입니다. ‘밈(meme)’을 발음기호 [mi:m]으로 사용한 이유는’meme’로 쓸 경우 ‘미미’ 혹은 ‘메메’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mim으로 결정했습니다.
*밈(meme)
유전자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문화요소 또는 문화의 전달단위로 영국의 생물학자 도킨스의 저서《이기적인 유전자 The Selfish Gene》에서 소개된 용어이다. 문화의 전달에도 유전자처럼 복제역할을 하는 중간 매개물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정보의 단위·양식·유형·요소가 밈이다. 모든 문화현상들이 밈의 범위 안에 들어가며 한 사람의 선행 혹은 악행이 여러 명에게 전달되어 영향을 미치는 것도 밈의 한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