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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조의 몽상측면 #9 공중부양 텐트

    차라리 이런 거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공중부양 텐트’ ― 스튜디오 ‘기조측면(Kijoside)’ 김기조 디자이너가 그린 측면의 일상 혹은 몽상


    글. 김기조

    발행일. 2013년 10월 16일

    김기조의 몽상측면 #9 공중부양 텐트

    매번 ‘몽상다반사’의 회차별 원고를 마무리 짓고 나면, 마치 최근의 내 심정을 반영하는 듯하여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항상 뭔가에 시달리는 상황의 타개책 같은 것을 고민하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전개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항상 다음번만큼은 동화적이고 낭만적인 것을 해 볼 테야 맘을 먹어보지만, 진정성 있는 공상은 결국 어딘가 일상의 그림자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번의 아이디어 역시 처음엔 낭만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으나 막상 그려놓고 보니 어딘가 우울함이 묻어있는 내용이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으니 즐기기라도 해보자.

    이것은 여행을 통한 치유를 꿈꾸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꿈꾸는 공중부양 텐트이다. 어차피 긴 여행을 떠날 만큼의 여유가 없다면, 매일 짧은 여행을 다녀오자. 필요한 것은 와이어를 묶어 놓을 수 있는 튼튼한 고리 정도이다.(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중에 장애물이 있는지 확인을 마쳤다면 준비 끝. 도시의 소음은 잠시 저 아래에 놓고 오자. 간단히 레버를 올리는 것만으로 옥상에서 떠올라 공중에 머물 수 있다.

    빠짐없이 명확하게 귀에 들어오던 소음들은 어느새 멀찌감치 웅웅대는 백색소음이 되어 바람 소리와 뒤섞인다. 밤이라면 도시의 불빛을 간접조명 삼아 책장을 넘겨보는 것도 좋겠다. 고개를 들어보면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이웃들이 보인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저 풍선에 달린 끈들은 지상에 두고 온 고단함에 단단히 이어져 있을 것만 같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거나,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면 ‘착륙’을 하도록 하자. 언제든 다시 하늘로 떠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 지상에서 이어질 일상의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질 듯하다.

    저 텐트 안에 그려 넣고 싶은 것들이 잔뜩이지만, 작업 시간이 좀 더 길었다면 분명 어디엔가 와이파이 수신기 같은 것을 그려 넣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아 정말 제대로 ‘내려놓고’ 쉬는 날은 언제쯤이 될는지.

    김기조
    붕가붕가레코드 수석디자이너. 스튜디오 기조측면 운영 중.
    전반적으로 시크하지만 칭찬 앞에서는 과감히 무너진다.
    다양한 작업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재능도 있다고 믿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뭘 보여준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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