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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의 호리틱 #6 사랑의열매 BI

    기존의 한글 디자인을 호리틱[이호+critic]하게 바라보기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BI


    글. 이호

    발행일. 2021년 01월 25일

    이호의 호리틱 #6 사랑의열매 BI

    여섯 번째 「호리틱」이 준비한 한글 디자인은 ‘사랑의열매’ BI입니다. 사랑의열매는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법정 모금·배급 기관이죠. 대표 상징물은 빨간 열매 세 개입니다.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어요. 세 열매는 각각 나, 가족, 이웃을 상징합니다. 빨간색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진 줄기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뜻이라고 하네요.

    사랑의열매는 코로나19 시대에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결식 아동 돕기,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여성 및 고용 관련 모금, 가정 재기 지원 등 다양한 기부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필자도 이번에 사랑의열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사랑의열매 BI는 무게중심선이 상단에 위치한 탈네모틀류입니다. 세로획이 굵고 가로획이 얇게 표현된 것이 특징이고요. BI에 쓰이기에는 한글이 얇아 보이지만 빨간 열매와는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라틴 알파벳 BI는 ‘Christiana Mediu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휴머니스트(Humanist) 계열 서체라 그런지 글자에서 인간미가 느껴지는군요. 한글 BI에서 아쉬운 부분을 찾자면, 곡선 자소의 굵기와 형태, 불규칙적인 자소 크기, 고르지 않은 속공간 크기, 자소의 통일성 등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사랑의열매 BI 분석

    곡선 자소 굵기와 형태

    먼저 ㅅ, ㅈ 자소를 살펴보겠습니다. 곡선 부분이 다른 획에 비해 얇아 보이네요. 이런 경우 필자는 곡선이 겹쳐지는 부분의 세로기둥을 길게 표현해본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세로기둥을 길게 표현하면 곡선 부분의 굵기가 고르게 보여 전체적으로 고른 회색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회’의 초성 ‘ㅎ’을 보죠. 세로 꼭지점이 다소 짧습니다. 글자를 작게 쓸 경우 세로 꼭지점이 잘 안 보일 수도 있겠죠? 최근 폰트 디자인 쪽에선 ‘ㅎ’의 세로 꼭지점 길이를 길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렇게 하면 작은 글자에서도 세로 꼭지점이 비교적 잘 보이지요.

    사랑의열매 BI ‘호리틱’ 버전

    자소 및 속공간 크기

    다시 ‘회’를 들여다보겠습니다. ‘ㅎ’에 있는 ‘ㅇ’이 좀 크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빨간 열매의 정원 형태를 한글 자소에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ㅎ’의 ‘ㅇ’을 크게 표현할 경우 자소 크기 차이가 도드라져 시각적 안정감이 아쉬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필자는 크기 조정을 살짝 해보았습니다. ‘공’과 ‘동’의 종성 ‘ㅇ’ 크기 또한 동일한 이유로 조정을 했고요. ‘랑’과 ‘열’의 ‘ㅇ’ ‘ㄹ’ 크기도 균형을 맞췄습니다.

    속공간 얘기를 좀더 이어갈까요? ‘금’을 보면, ‘그’와 종성 ‘ㅁ’사이가 좁아 보입니다. 균형감을 위해 약간 띄워주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도 ‘매’의 초성 ‘ㅁ’을 작게 하고, 중성 ‘ㅐ’의 폭을 조절해 전체적인 균형을 고르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복’에서는 초성 ‘ㅂ’의 가로획 높이를 조정했습니다. 필자가 글자를 조정하는 기준은 사실 단순해요. 해당 글자 앞뒤 글자들과의 균형이 잘 맞는가, 라는 것이죠.

    사랑의열매 BI 원본(위)과 ‘호리틱’ 버전(아래) 비교

    자소 통일성

    자소 통일성은 BI에서 절대적인 요소는 아닙니다만, 지켜준다고 나쁠 건 없지요. 자소의 통일성이란, 말 그대로 ‘여러 자소들마다 균일한 특징이 적용되었는가’를 의미합니다. 사랑의열매 BI를 살펴보면, ‘ㄹ’ ‘ㅁ’ ‘ㅂ’에서 좌측 하단 꺾임 부분에 라운드가 들어가 있는데요. 그런데 ‘매’ ‘모’의 초성 ‘ㅁ’에서는 우측 상단 꺾임 부분에 라운드가 들어가 있네요.

    필자는 라운드가 적용된 위치를 동일하게 조정했습니다. 아, 참고로 반드시 같은 위치에 특징이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의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네요.(BI 이미지 출처: 사랑의열매 공식 홈페이지)

    닥터폰트 대표. 1993년 ㈜큐닉스컴퓨터 서체개발실을 시작으로 서울시스템, ㈜모리스디자인, ㈜산돌커뮤니케이션, ㈜윤디자인그룹 등 여러 기업에서 활동했다. 삼성 전용서체(2002), 현대카드 전용서체(2003), 중앙일보 신문 전용서체(2006), 경향신문 제목용 서체(2012) 등 다종다양한 글자를 짓고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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