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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의 호리틱 #17 오비맥주 BI

    기존의 한글 디자인을 호리틱[이호+critic]하게 바라보기 ― 오비맥주 BI


    글. 이호

    발행일. 2021년 07월 16일

    이호의 호리틱 #17 오비맥주 BI

    열일곱 번째 호리틱은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요청이 온 BI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신청자 분께서는 친구 분과 오비맥주 한글 BI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크리틱을 요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비맥주 로고를 찾아보니 2020년에 심볼마크가 새롭게 바뀌었고, 특히 한글 BI는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AI 원본 파일은 없지만, 금번 호리틱을 통해 신청자 분께 의견을 전하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 필자가 JPG 이미지로 원도를 다시 그려 호리틱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원본 파일과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양해 바라며, ‘오비맥주’ 한글 BI를 살펴볼게요.

    ‘오비맥주’ 한글 BI는 사각형 틀에 꽉 차게 설계되었고, 직선·곡선의 조화, 가로·세로 굵기의 변화가 형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초성의 크기를 매우 크게 표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I에서 살펴볼 부분은 크게 여섯 가지이고, 이번 회차에서는 ‘착시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자소 크기.
    한글을 보면 초성이 매우 커 보이는데요. 네 글자의 각 초성 ‘ㅇ, ㅂ, ㅁ, ㅈ’의 크기가 크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중성과 종성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콘셉트에 따라 초성을 더 크게 표현할 수 있지만 필자는 각 자소별로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자소 높이.
    이 부분은 자소의 크기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초성을 크게 표현하면 중성과 종성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질 수 있어서 시각적으로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맥’의 종성 ‘ㄱ’과 ‘주’의 중성 ‘ㅜ’의 높이가 이에 해당됩니다.

    세 번째는 속공간 크기.
    크게 표현한 초성의 속공간은 기본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고, 초성과 중성 간의 공간이 커 보이거나 종성과의 공간이 좁아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오, 맥, 주’에서는 초성과 중성 사이가 좁아 보이고, ‘맥’에서는 ‘매’와 종성 ‘ㄱ’ 사이의 공간은 넓어 보이는 느낌이에요. 필자는 특히 속공간의 크기는 시각적으로 일정해 보이는 것이 더 좋다고 보는데 작업자의 주관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네 번째는 착시 현상.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폰트 디자이너와 그래픽 디자이너가 한글을 그릴 때 일정한 그리드에 맞춰 표현하는 것은 유사하다고 보는데요. 특히, 필자의 경우에는 시각적으로 왜곡되어 보이는 착시 현상 부분을 정리해 준답니다. 일정한 그리드에 모든 자소를 똑같이 맞출 경우 크기, 길이, 속공간, 굵기 등이 다르게 보이는 왜곡 현상이 생기거든요. 이 부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다섯 번째는 자소 굵기.
    이 부분도 착시 현상과 관련이 있어요. ‘맥’의 세로획을 보면 초성 ‘ㅁ’, 중성 ‘ㅐ’, 종성 ‘ㄱ’ 합쳐서 5개의 세로획이 있는데요. 이런 경우 필자는 짧으면서도 1개밖에 없는 종성 ‘ㄱ’의 세로획을 약간 굵게 하는 것이 더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해요. ‘착시현상’을 정리해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폰트디자이너에게는 직업병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자소 형태.
    ‘비’의 초성 ‘ㅂ’의 하단을 보면 모서리를 곡선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맥’의 초성 ‘ㅁ’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자소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모서리의 곡선이 아닌 굴림을 표현되어 있어서 자소 형태가 다르게 보이는 느낌이에요. 그럼, 하나씩 살펴볼게요.


    자소 크기

    위에서 언급했듯이 ‘오비맥주’ 네 글자의 초성이 생각보다 크게 표현되어 있는데요. 각 글자를 살펴보면 네 글자 모두 사각틀에 꽉 차 있지만 위·아래로 길어 보이는 느낌이에요. 해서 초성 ‘ㅇ, ㅂ, ㅈ’의 높이를 약간 조정해서 길어 보이는 부분을 줄여 주었어요.

    자소 높이

    위의 자소의 크기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사각틀에 맞춰서 초성을 크게 표현할 경우 자연스럽게 중성과 종성의 높이가 작아질 수밖에 없어요. 원도를 보면 ‘맥’의 종성 ‘ㄱ’의 높이와 ‘주’의 중성 ‘ㅜ’의 높이가 거의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중성과 종성의 역할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서 ‘주’의 초성 ‘ㅈ’의 높이는 줄여주고, ‘ㅜ’의 높이는 늘려서 글자의 크기감을 조정해 주었어요.

    속공간 크기

    ‘오비맥주’ 네 글자는 모두 초성을 크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초성 ‘ㅇ, ㅂ, ㅁ, ㅈ’의 속공간을 보면, ‘ㅇ’은 원 안에 공간이 채워져 있고, ‘ㅂ’은 공간이 가로획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나뉘어 있어요. ‘ㅁ’은 채워져 있고, ‘ㅈ’은 공간이 좌·우·아래로 표현되어 있어요. 속공간은 형태와 크기가 다르지만 시각적으로 균일해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ㅇ, ㅂ, ㅈ’은 크기를 줄여주어 자연스럽게 속공간을 조정해 주었고, ‘맥’에서는 초성 ‘ㅁ’의 공간을 줄이고 초·중성 사이 공간을 조정해 주었어요.

    착시 현상

    ‘오비맥주’ 네 글자를 보면 일정한 그리드에 최대한 맞춰서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 비, 맥, 주’의 상단을 일직선으로 표현하는 경우 ‘ㅈ’의 상단 가로획의 면적이 많아서 길어 보이면서도 위로 올라가 보여요. 해서 중성 ‘ㅣ, ㅐ’를 가장 높게 하고 순서대로 ‘ㅇ, ㅈ, ㅂ, ㅁ’ 순으로 높이를 정리해 주었어요. ‘비’의 경우 하단 부분의 높이는 더 차이가 나게 조정해 주었답니다.

    BI 원본(위)에서 나타난 착시현상을 보정한 ‘호리틱’ 버전(아래)

    ‘맥’에서는 초성 ‘ㅁ’과 종성 ‘ㄱ‘의 왼쪽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경우 종성 ‘ㄱ’이 왼쪽으로 길어 보이는 느낌이어서 크기를 줄여주었어요. ‘주’에서는 ‘ㅈ’의 가로획과 사선, 중성 ‘ㅜ’의 좌·우 가로획을 맞춘 것으로 보여요. 이 경우 ‘ㅈ’의 상단 가로획이 길어 보이고 상대적으로 중성 ‘ㅜ’의 가로획이 짧아 보이는 느낌이어서 ‘ㅈ’의 가로획은 더 짧게 중성 ‘ㅜ’의 가로획을 더 길게 표현해 주었어요. 호리틱 전후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답니다.

    자소 굵기

    오비맥주 네 글자 중 굵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글자는 ‘비’와 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비’는 세로획이 3개이고, ‘맥’은 종성 ‘ㄱ’을 포함해서 세로획이 5개라고 할 수 있어요. 세로획을 길이와 속공간의 크기와 관계없이 같은 굵기로 표현하는 경우 시각적으로 굵기가 왜곡되어 보일 수 있는데요.

    필자는 초성, 중성, 종성 중에서 형태가 단순한 중성의 굵기를 약간 더 굵게 표현하고, 완성 글자의 상·하·좌·우에 있는 자소를 굵게 하고 글자의 가장 안쪽으로 갈수록 얇게 표현합니다. 이 경우 굵기의 비율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답니다.

    ‘비’에서는 중성 ‘ㅣ’를 굵게, 그 다음 초성 ‘ㅂ’의 왼쪽, 그 다음으로 오른쪽 순으로 조정해 주었어요. ‘맥에서는 길이가 짧은 종성 ‘ㄱ’의 세로획을 굵게, 다음 중성 ‘ㅐ’의 오른쪽, ‘ㅁ’의 왼쪽, 다시 ‘ㅐ’의 왼쪽, 끝으로 ‘ㅁ’의 오른쪽 순으로 굵기를 조정해 주었어요. 설명이 길었지만 이미지를 보면 이해가 되리라고 생각해요.

    ‘비맥’ 자소의 굵기 순서

    자소 형태

    ‘오비맥주’ 네 글자 중 ‘비’의 초성 ‘ㅂ’은 하단의 모서리를 큰 곡선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요. ‘맥’의 초성 ‘ㅁ’도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다만 ‘ㅂ’과 ‘ㅁ’의 크기가 달라서 크기가 같은 곡선인 경우 크기가 작은 ‘맥’의 ‘ㅁ’의 경우 굴림으로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 필자는 ‘ㅁ’의 굴림의 크기를 줄여 주었어요. 자소의 크기가 다른 경우, 특징적인 부분의 크기도 조정해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오비맥주’ 한글 BI을 살펴보았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이번 호리틱은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요청이 온 사례를 소개하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이런 요청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BI 이미지 출처: 오비맥주 홈페이지)

    윤디자인그룹, 산돌 등 다수의 폰트 회사를 거쳐 현재는 닥터폰트(DOCTORFONT) 대표로 있는 28년차 폰트 디자이너다. 폰트 제작, 한글 교육, 브랜드 개발 등 한글을 기본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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