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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상상: 레터빌런의 침공 #9 평창군 전용서체 제작기

    평창군 전용서체 제작기


    글. 엉뚱상상 레터빌런

    발행일. 2022년 07월 14일

    엉뚱상상: 레터빌런의 침공 #9 평창군 전용서체 제작기

    폰트를 완전히 다르게 즐기기 위해
    읽고 쓰는 도구 너머의 폰트 신세계를 위해
    디지털 환경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폰트를 위해
    레터빌런―Letter Villain이 되기로 작정한
    엉뚱상상의 이야기

    레터빌런은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일관되게 통일하는 전용서체와는 다른,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전용서체를 기획한다. 그 사례라 할 수 있는 레터빌런의 대표 프로젝트를 『타이포그래피 서울』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데, 지난 8화의 [K-리그 공식 서체](2022)에 이어 이번 화에서는 [평창군 전용서체](2022) 제작기를 준비했다.

    올림픽? 스포츠? 겨울? 평창의 ‘찐’ 도시 이미지 찾기

    강원도 평창군은 어떤 도시인가. 어떤 이미지를 지닌 도시인가.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질문이었다. 답을 도출하기 위해 평창군의 도시 이미지를 다방면으로 조사했다. 가장 대중적인, 그러니까 평창군 바깥의 타 지역까지 아울러서 통용되는 이미지는 (여러분도 짐작했겠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대형 국가 행사의 개최지여서일까, 우리가 조사한 평창군의 도시 이미지는 ‘올림픽’, ‘스포츠’, ‘겨울’ 등의 키워드들로 정리되었다. 기억하다시피 이 대회에는 남북 단일 팀이 출전했고 북한 고위급 인사들도 방문했다. 스포츠 경기 대회 이상의 ‘남북 화합의 장’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스포츠’, ‘겨울’보다 상위에 있는 대표 키워드. 우리가 설정해야 할 평창군의 도시 이미지는 바로 ‘평화’였다. 실제로 평창은 2018년 올림픽 이후 평화를 주제로 한 국제 회의를 개최해 오고 있다. 〈평창평화포럼〉이다. 또한 장애인 인권 신장과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문화 확산을 위한 〈평창장애포럼〉도 열고 있다.

    이렇듯 평창은 평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활동을 지속하는 중이다. 평창은 한마디로 ‘평화 도시’다. 이 도시의 인상이자 음성이라 할 수 있는 서체 또한 ‘평화’와 링크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 도시’에 걸맞은 ‘평화의 서체’를 기초 콘셉트로 삼았다.

    평화를 서체로(추상성을 구체성으로)··· 마침내 ‘빛’을 보다

    ‘평화의 서체’라···. 근사한 콘셉트다. 그런데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평화를 상징할 디자인 모티프(motif)를 무엇으로 설정해야 하는가.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요컨대 ‘평화’라는 추상성을 ‘글자’라는 구체성으로 표현하는 일이 관건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먼저 서체의 매체적 특성에 주목하여 이러한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서체를 사용함으로써,
    즉 쓰고 읽음으로써 평화의 이미지를 체험하도록 한다

    서체를 사용할수록 평화의 메시지가 확산되고,
    그래서 더 서체를 자주 사용하게 되는 선순환을 의도한다

    마치 ‘평화’처럼··· 남녀노소 불문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필요하고 익숙한 것.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다수의 사용을 통해 더 멀리, 더 널리 퍼져 나가는 것. ······우리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무언가를 찾고자 했다. 평화의 모티프로서 말이다. 숱한 브레인스토밍과 스케치 끝에 찾아낸 그것은 바로!

    ‘빛’이었다.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절대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 하나가 둘로 둘이 넷으로 열이 백으로 수백이 수천으로 확산되는 것. ‘빛’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마침내 빛을 본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평화의 빛을 밝히는 서체’라는 좀더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안 작업과 스토리텔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시안 단계에서 최대한 구체적인 시각 이미지를 설계하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머릿속 도면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머릿속 설계도면을 고도화하기 위한 일종의 ‘개념 벼리기’ 과정이 필요하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사과 → 빨간 사과 말고 초록 사과 → 풋사과 → 풋풋함, 덜 익음, 곧 익음 → 무언가의 시작, 성장 가능성, 푸르른 시절, 청춘. ‘사과’라는 최초의 큰 개념을 점점 좁히고 구체화하여 ‘청춘’으로 벼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단계를 거쳐 ‘평화’와 조응하는 새로운 두 키워드 ‘희망’과 ‘소망’을 도출했다. 그리고 이 개념어들을 ‘빛’이라는 디자인 모티프로 표현했다. 빛줄기의 직선적 형태, 그러니까 광선을 형상화하여 글자를 디자인했다. 때로는 강하게, 또 어느 순간은 차분하게 비치는 모습에 착안하여 서체 굵기를 설정했다. ‘희망의 언어로 모두의 소망을 말하는 평화의 서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인상을 글자에 부여했다.

    그렇게 완성한 평창군 전용서체. ‘평화’라는 텍스트(메시지)를 ‘빛’이라는 텍스처로 형상화한 서체. 바로 [평창 평화체](제목용)와 [평창체](본문용)다. 평화의 서체이면서 빛의 서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서체가 평화 도시 평창의 ‘빛’으로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단순히 쓰고 읽는 기능을 넘어, 사람들에게 평화의 빛을 체험케 하는 연대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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