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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상상: 레터빌런의 침공 #5 기운 솟는 봄날의 폰트 ‘팡팡체’

    추상성이라는 자유 ‘팡팡체’


    글. 엉뚱상상 레터빌런

    발행일. 2022년 03월 10일

    엉뚱상상: 레터빌런의 침공 #5 기운 솟는 봄날의 폰트 ‘팡팡체’

    폰트를 완전히 다르게 즐기기 위해
    읽고 쓰는 도구 너머의 폰트 신세계를 위해
    디지털 환경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폰트를 위해
    레터빌런―Letter Villain이 되기로 작정한
    엉뚱상상의 이야기

    ‘팡팡체’는 레터빌런의 2022년 첫 번째 폰트다. 구체성을 통한 완결적/명사적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아닌, 추상성으로써 누구에게나 열린 이미지, 사용자의 상상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떠올려질 수 있는 동사적 이미지를 추구한 점이 팡팡체의 콘셉트다. 그렇다. 팡팡체는 귀여운 이름과 외모와는 다르게 꽤 심오한(!) 구석이 있는 폰트다. 글자/폰트에 대한 기존의 관습과 시선을 탈피하고 싶은 ‘글자악당’ 레터빌런의 방향성을 집약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맞다. 레터빌런은 은근 심오한 크리에이터 집단이다. 이 글에서는 팡팡체 소개와 더불어 레터빌런의 세계관, 아니 글자관을 기술해보고자 한다.

    엉뚱상상 레터빌런 제작 2022년 첫 번째 폰트 ‘팡팡체

    PangPang Begins ― 구체성에서 추상성으로

    어떤 조형을 제작하기 전 우리가 항상 실행하는 과업이 있다. 오브제 하나를 상정해둔 뒤, 그것으로부터 연상할 수 있는 걸 뭐든지 최대한 많이 만들어보는 일이다. 이 작업은 최종 조형의 가닥을 잡고 완전한 모습으로 다듬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그러니까 명사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의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뭔가를 마음껏 상상하다가도 눈앞의 오브제와 자꾸 비교를 하게 되면서, 여기저기로 뻗어나가려는 상상력을 알게 모르게 해당 오브제에 맞추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팡팡체를 기획하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보고 싶었다. 즉, 상상의 고삐를 풀어주고 싶었다. 이를 위한 방법이 바로 우리의 시선을 구체성에서 추상성으로 옮겨보는 것이었다. 오브제가 구체적인 것이 아닌 추상적인 대상이 되면, 사람마다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상상하는 것들이 달라지게 된다. 글자를 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상상력을 부여하는 폰트. 팡팡체는 이렇게 기획되었다.

    팡팡체를 보면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팡팡’이라고 하면 어떤 상상을 하게 될 것인가. 팡팡 때리는 소리, 팡팡 터지는 소리, 혹은 시각적으로 뭔가가 팡팡 부풀어올라 터지기 직전인 모습, ······. 과연 수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감각 체계와 내면에서 ‘팡팡’이라는 단어가 오직 한 가지로만 정의될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팡팡 = ○○○’라는 콘셉트를 지양하기로 했다. 콘셉트라는 목줄로 팡팡의 의미를 묶어두고 ‘우리만의 팡팡’으로 고정하는 대신, 사용자의 상상 체계 속으로 마음껏 뛰어들어갈 수 있도록 리드줄이든 하네스든 전부 풀어준 것이다. 이를 우리는 ‘팡팡다움’, ‘팡팡스러움’이라 부르고 싶다.

    팡팡답고 팡팡스러운 폰트 팡팡체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할까. ‘고정되어 있지 않은 이미지’여야 한다, 사용자의 머릿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미지여야 한다, 하나의 이미지로부터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떠오를 수 있다면 좋겠다, ······. 고민의 타래를 하나씩 풀어간 끝에 아래와 같은 생각에 이르렀다.

    팡팡 부풀어올라서 곧 터질 것만 같은 글자!
    = 기본 조형

    이 글자가 부풀어오르기 전의 모습은 어떨까?
    = 과거를 상상해보기

    이 글자는 어쩌다 이렇게 뚱뚱해진 걸까?
    = 현재를 상상해보기

    이 글자는 정말로 터질까? 터지면 어떻게 될까?
    혹은 얼마큼 부풀어오를 수 있을까?
    = 미래를 상상해보기

    우리가 팡팡체의 기본 조형을 ‘부풀어올라 곧 터질 것만 같은’ 이미지로 디자인한 이유다. 글자의 조형은 팡팡한 상태로 멈춰 있는 듯 보이나, 사용자의 상상력 안에서는 과거/현재/미래 버전의 ‘팡팡다움/팡팡스러움’이 성립할 수 있다. 사용자가 모든 시제를 초월하여 조형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팡팡체는 레터링이 아니라 폰트다. 아무리 팡팡답고 팡팡스럽다 하여 폰트 한 벌로서의 기본을 망각한 것은 아니다. 자유분방한 콘셉트를 다채롭게 포함하되 가독성과 판독성을 충실히 검증한, 기본기 탄탄한 글자다. 팡팡체가 사용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영감을 ‘팡팡’ 불어넣어드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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