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를 완전히 다르게 즐기기 위해
읽고 쓰는 도구 너머의 폰트 신세계를 위해
디지털 환경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폰트를 위해
레터빌런―Letter Villain이 되기로 작정한
엉뚱상상의 이야기
레터빌런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강력하고 새로운 무기를 늘 연구한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대한민국 1세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싸이월드(Cyworld)를 떠올렸다. 2000년 초 유행한 싸이월드의 매력 중 하나는 ‘선물가게’였다. 사이트 내 마련된 유료 스토어였고, 이곳에서 다종다양한 글꼴(웹폰트)을 살 수 있었다. 그중 ‘액션폰트’라는 상품을 기억하는가. 이름처럼 액션을 하는, 즉 움직이는 글꼴이었다. 당시만 해도 움직이는 글꼴은 제법 신기한 것이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도토리’를 충전하여 액션폰트를 구매했었다.
싸이월드의 액션폰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래픽, 모션 등을 통해 글꼴이 움직이는 디자인은 나왔지만 20여 년 전 액션폰트처럼 글꼴 자체가 움직이는 폰트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레터빌런이 나섰다.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폰트! 이를 우리의 새로운 무기로 장착하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베리어블(variable) 기능을 통해서.
우리는 이 무기, 이 글자를 ‘머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폰트명을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우선은 [DS Machine]이라 칭하고 있다. 싸이월드 시절 액션폰트와의 가장 큰 차이는 비트맵 폰트가 아니라 아웃라인 폰트라는 점이다. 비트맵 폰트는 도트(dot)로 제작된 폰트이고 아웃라인 폰트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TTF·OTF 폰트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비트맵 폰트의 경우 정해진 대지 크기 안에 도트로 찍어서 제작하는 반면, 아웃라인 폰트는 원하는 대지 크기 안에서 자유로이 곡선과 직선으로 디자인을 하게 된다. 따라서 글자의 디자인이 훼손되지 않는다. 또한 비트맵 폰트는 글자 크기별로 따로따로 제작을 해야 하지만, 아웃라인 폰트는 한 번 제작해놓으면 여러 크기로 사용할 수 있다.
움직임에서도 두 폰트는 큰 차이를 보인다. 비트맵 폰트인 액션폰트는 gif와 도트로 만들어진 글자다. 그래서 글자의 움직임이 뚝뚝 끊기는 듯한 모양새다. 베리어블 기능을 탑재한 아웃라인 폰트 [DS Machine]은 총 7단계 도면을 통해 부드럽고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DS Machine]은 기본적으로 베리어블 폰트다. 아직은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하기 불가능하지만,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보다 많은 곳에서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 베리어블 폰트 사용 환경 정보 ➲ https://v-fonts.com/support
오래전 한 선배가 말했었다. 애니메이션 폰트와 컬러 폰트가 만들어지면 폰트 업계에 지각 변동이 올 거라고. 시간이 많이 흐르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몇 해 전 컬러 폰트가 세상에 등장했다. 이제 애니메이션 폰트만 나오면 된다. 과연 선배의 예언대로 지각 변동이 올 것인가. 레터빌런의 ‘머신’을 주목해주시길.